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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거지아저씨

[소라 섬 소녀가 그리다]

by trustwons

할아버지와 거지아저씨



소녀는 어느 날에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마침 광일오빠와 한국에 갔을 때에 서울의 한옥마을을 구경하면서 할아버지의 고향이야기가 생각이 난 것이다.

소녀는 소라 섬에 살면서 한 번도 거지를 본 적이 없었다. 거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거지는 어떻게 살까? 소녀는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렸었다. 그런데 광일오빠와 서울에 가회동에 있는 한옥마을을 구경하면서 할아버지가 살던 곳도 이런 집이었겠지 하면서 소녀는 너무나 신기해하였었다.

광일의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광일의 할머니로부터도 그 당시에 거지들이 많았다고 하는 말씀을 듣고는 더욱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계신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소녀는 광일오빠의 어머니의 방에서 자게 되었다. 특히 오빠의 어머니, 이하늘의 방에서 잔다는 것에도 너무나 감격이 컸었다. 그런 소녀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 속에서 작은 스케치북을 꺼내어 스케치를 하였다. 이 날따라 소녀는 더욱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들려주었던 고향에서 어린 시절에 살던 이야기 중에서 매일 아침이 되면 집 앞에 굴뚝이 있는 담벼락에 앉아서 햇볕을 쪼이고 있는 거지아저씨가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그때에 나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하셨다. 학교는 오전반과 오후반이 있는데 할아버지는 이날에 오후반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할아버지 집의 담벼락에 와 있는 거지를 발견하고는 살며시 거지 아저씨 곁에 앉아서 햇볕을 같이 쪼이고 있었다고 했다. 거지 아저씨는 아무 말이 없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그 거지 아저씨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저씨! 왜 여기와 있는 거야?”

“응, 추워서 몸을 녹이는 거란다.”

“집이 어딘데 여기 와?”

“집 없어!”

“그럼 어디서 자?”

“저기,”

거지 아저씨는 손으로 산언덕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쓰레기들과 쓰다 버린 하수로 노깡(시멘트로 만든 하수로 긴 배수관)들이 버려져 있었다.

“저기? 저기엔 집이 없는데?”

“집이야 없지, 하지만 보이지 노깡, 거기서 자!”

“그래서 추었겠구나! 그치?”

“응,”

“아저씨 밥 먹었어?”

“아니,”

“내가 밥 갖다 줄까? 잠깐 기다려!”

그리고 후다닥 일어나서는 부엌으로 가서 아침에 먹다 남은 음식을 가져다 거지 아저씨에게 주었다고 했지. 소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스케치를 했던 것이다.

다음 날에 광일오빠는 소녀가 그린 그림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할머니께 보여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소녀의 어깨를 토닥해 주시면서 말했다.

“어쩜 딱 너의 할아버지의 그때의 모습과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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