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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다시 소라 섬에 오다

[소라 섬 소녀의 이야기 편]

by trustwons

80. 다시 소라 섬에 오다


오늘따라 아침에 웬 부산했는지 모른다. 광일오빠는 스타렉스 7인승 자동차를 반납하고 9인승으로 바꿔서 랜턴 하러 나갔다. 부엌에는 할머니와 소녀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할머니, 김밥 쌓기가 너무 재밌어요.”


노라와 소피아는 신바람이 났다. 자라는 노라언니 옆에 앉아서 노라언니를 도와주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김밥말이를 노라도 자라도 신났다. 김밥말이 하다가 터지면 한입 먹고 하니 더욱 재미있었다. 엠마와 지아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소라리자는 할머니를 도와 찬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엔 뭣들 하느라 이리도 바쁠까? 그렇구나. 오늘이 바로 소라 섬으로 가는 날이었던 것이다. 서울서 통영까지 자동차로 가려면 적어도 거리가 372킬로미터나 되니, 아무리 빨리 달려도 5시간을 걸리게다. 거기에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휴식을 한다면 족히 6시간 이상을 걸릴 것이다. 정말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 기분이 물씬 들게 만들고 있었다. 이때에 엠마가 일손을 잠시 놓고는 주변을 들러보고서는 한마디 말했다.


“우리 아침식사는 했나? 배는 고프지는 않지만 말이야!”

“응? 아침식사? 그지 꼭 먹어야 해? 이렇게 집어먹고 있잖아!”


지아가 허리를 펴고는 한마디를 했다. 그러자 소피아도 노라도 고개를 들고는 끄덕거리며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하고 말았다. 이때에 할머니가 식탁 위에 쌓인 김밥들과 샌드위치를 포장하라고 도시락 통들을 가져왔다. 소라리자는 할머니 뒤를 따라오면서 반찬통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끝나가지 않아? 마무리하지! 엠마 말대로 아침을 먹어야겠지?”

“아침? 배도 안 고픈데…….”


지아와 소피아가 심통 부리듯이 말했다. 그러자 노라도 자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라야, 넌 배고프니? 아침을 먹을까?”

“아니, 난 괜찮아요.”


자라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소녀들이 영어로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할머니는 어느 정도는 짐작을 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식탁 위를 정리하시며 소라리자도 마무리하라고 했던 것이었다. 그 말에 소녀들은 재빨리 하던 일들을 마무리했다. 보따리가 푸짐하다. 김밥 통, 샌드위치 통, 그리고 삶은 계란통과 반찬통으로 거실에 한 자리에 소라리자와 노라가 놓았다. 그러자 할머니는 아침식사를 식탁 위에 차려놓았다. 할머니의 솜씨는 대단하고 빠르다고 엠마와 지아는 지켜보면서 서로 마주 보며 말했다.

아침식사는 닭고기 칼국수였다. 지난 저녁에 계란도 삶으시고, 밀가루를 반죽하시며 썰어놓으셨던 것이다. 식탁 위에는 단출하게 김치와 닭고기 칼국수뿐이었다. 소녀들은 식탁을 둘러앉았다. 그리고 식사를 하려고 하는 때에 마침 광일오빠가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오빠! 빨리 와~ 여기 오빠자리야.”


엠마는 재빠르게 광일오빠의 자리를 내놓았다. 그러자 광일오빠는 엠마 옆에 앉게 되었다. 사실 광일이는 소라리자 옆에 앉고 싶었었다.

그렇게 아침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차례로 각자의 여행캐리어를 끌고는 집을 나섰다. 마침 스타렉스 9인승 자동차를 광일은 현관 앞에 스카이아파트 입구에 대기해 놓았다. 소녀들의 여행캐리어는 짐칸에 차곡차곡 실었다. 그리고 광일은 운전석에 앉았고, 소라리자는 운전석 옆 좌석에 앉았다. 운전석 다음 좌석에는 할머니와 엠마가 앉았고, 그다음 칸 좌석에는 노라와 자라가 앉았으며, 맨 뒷좌석에는 소피아와 지아가 앉았다. 모두 앉은 것을 확인한 소라리자는 광일오빠에게 보고하고 출발을 알렸다. 스타렉스 9인승 자동차는 부드럽게 스카이 아파트를 떠나 올림픽대로를 따라 경부고속도로에 진입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차들이 밀리지 않아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타렉스 9인승 자동차는 고속도로를 4시간 정도를 달려서 통영대전고속도로에 진입하여 가던 중에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그렇게 긴 시간을 스타렉스 9인승 자동차로 달리오던 중에 소녀들은 별로 비좁지는 않았다. 차 안에서 간식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왔던 것이다. 엠마는 서투른 한국어로도 광일오빠의 할머니와 재밌게 대화를 했었다. 할머니도 엠마를 좋아하게 되었다. 마치 친구처럼 느꼈을 정도였다. 자라도 노라언니랑 함께 재밌는 이야기, 특히 노르웨이에 있었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웠었다. 특히 자라는 노라언니도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노라의 아빠도 자라의 아빠처럼 바다로 나간 후에 소식이 없는 처지가 같았다는 것에 자라는 많은 위로가 되었었다.

인삼랜드 휴게소에 내린 일행은 휴게소 내에 있는 넓은 식당에 자리를 잡고는 가락국수를 하나씩 주문해서는 가져온 김밥과 샌드위치를 함께 해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정말 집에서 만들어 온, 직접 소녀들이 만든 김밥과 샌드위치는 최고의 맛이었다. 거기에다 휴게소 식당에서 주문한 가락국수도 역시 일품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일행은 휴게소를 들러보고는 휴게소 밖에 자리를 잡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자라는 음료수를 마셨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출발하기 전에 모두들 화장실에 갔다 왔다. 일행은 스타렉스 9인승 자동차에 지정된 좌석처럼 각자의 좌석에 앉았다.

자동차는 통영대전고속도로를 2시간 반을 달려서 통영 삼덕항구에 도착을 했다. 그렇게 스타렉스 9인승 자동차로 성루에서 달려와 통영의 삼덕항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반이 되었다. 삼덕항구에는 이미 섬 목사와 최 집사가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소라리자의 친구들도 함께 와 있었다.

9인승 스타렉스 차에서 소라리자가 껑충 뛰어내려 섬 목사와 최 집사께 인사를 하고 친구들을 포옹하며 반겼다. 뒤따라 엠마가 할머니를 모시고 내리고, 노라와 자라가 내리고 소피아와 지아도 차에서 내렸다. 섬 목사는 할머니에 인사를 하고 소녀들을 차례로 반겨주었다. 최 집사는 곧바로 스타렉스로 가서는 광일에게 차를 여객선 쪽으로 이동하도록 도와주었다. 일행은 모두 예쁜 여객선에 승차를 했다. 섬 목사는 할머니와 함께 하시며 이런저런 근황을 물으시며 대화를 나누셨고, 소녀들은 자매 교회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광일오빠는 최 집사 곁에 있어 배를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멀리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객선은 서서히 항구를 돌아 벗어나더니 유유히 바다를 가르듯이 미끄러져 나갔다. 멀리 보이던 자매 섬이 점점 크게 보이더니 여객선은 선착장에 정착을 했다. 자매 섬에는 자매 교회 교인들과 섬 목사의 사모와 소라리자의 할머니도 나와 있었다. 소라리자는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여객선에서 뛰어내려 할머니를 향해 달려가 힘껏 할머니를 끌어안았다. 뒤이어 광일의 할머니가 오고, 광일이와 소녀들이 뒤를 이었다. 섬 목사의 사모님도 일일이 손을 잡아 주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자매 교회 교인들도 청년들도 환영의 박수를 했다.

모든 일행은 섬 목사님을 따라 교회의 예배실로 들어갔다. 모두 자리에 앉았다. 여 권사님들이 두 할머니와 소녀들을 예배실의 맨 앞자리로 안내를 했다. 모두 자리에 앉으니 섬 목사님이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는 환영예배를 인도하셨다. 목사님은 ‘더불어 누림’이란 제목으로 이렇게 우리가 서로 만남과 사귐이 모두 예수님과 더불어 누림이라시며, 성경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그 말씀은 이렇다.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 우리가 이것을 쓰는 것은 우리의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 함이라.”(요한일서 1:3,4)

그러면서 섬 목사는 “너희의 아버지는 한 분이시니 곧 하늘에 계신 분이시니라.”(마태 23:9)의 말씀을 전하셨다. 그러면서 다시 섬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을 전했다. 그러니 하늘 아버지께 구하라고 하시며,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찾으라. 그러면 찾아낼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누가 11:9)의 말씀을 전하셨다. 그렇게 전하시면서 목사님은 자매 교회의 교인들과 오늘 손님으로 온 소녀들을 한 형제자매라 하시며 서로 친교를 하여 함께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소녀들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하시고는 환영한다는 의미로 박수를 치게 하셨다. 그렇게 예배를 마치고는 바로 친교실로 안내를 하여 여 집사들이 준비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지게 하셨다.

광일의 할머니와 소라리자의 할머니는 서로 손을 꼭 잡고는 같이 앉으셨다. 그리고 안부를 묻고 근간에 소식들을 나누었다. 소라리자와 소녀들은 자매 교회의 청년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가끔은 소라리자가 언어소통을 위해 통역으로 도왔다. 대체로는 서로 약간의 영어를 할 수 있었다. 섬 목사가 미국인 선교사였기에 어느 정도 청년들은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에 자라는 지루하였던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교회 안을 둘러보다가 예배실로 들어가니 강단에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발견하였다. 자라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한참 동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자라는 주머니에서 오백 달러의 지폐를 꺼내어 두 손으로 예수께 내밀었다.

그때에 소라리자가 예배실에 자라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조용히 예배실 안으로 들어왔다. 소라리자는 자라가 혼잣말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예수님, 그 아버지를 내게 주세요? 여기 오백 달러면 되나요?”


소라리자는 그만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져버렸다. 자라는 소라리자 언니가 들어온 것을 알지 못했다. 자라는 두 손을 내민 채로 그대로 한참 동안을 서있었다. 소라리자는 숨을 죽이고 자라의 뒤에 떨어져서 서있었다. 잠시 후에 노라와 엠마와 소피아 그리고 지아가 예배실 안으로 조용히 들어왔다. 노라가 소라리자에게 다가가 소라리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없이 소라리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소라리자의 얼굴에서 눈물을 발견하고는 노라는 자라에게로 다가갔다. 역시 자라의 얼굴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노라는 자라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엠마도, 소피아도, 지아도 소라리자와 함께 자라에게로 와서는 함께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보았다. 이러한 모습을 섬 목사님은 예배실 안에 소녀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예배실의 문을 살며시 열어서는 소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섬 목사님은 소녀들의 마음을 아시는지 다시 문을 살며시 닫고는 가셨다.

친교실로 돌아오신 목사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소라 섬으로 안내하라고 최 집사에게 얘기를 했다. 이때에 소녀들도 친교실로 돌아왔다. 여객선으로 소라 섬으로 온 일행은 임간호사가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광일의 할머니는 소라리자의 할머니와 할머니 방에서 잠자리를 함께 했다. 소라리자와 소녀들은 자매의 집인 ‘시스터즈 인’(Sister's Inn)에서 잠자리를 가졌다. 시스터즈 인에는 열 개의 2인실 객실이 있으며, 가족 팀을 위한 스위트룸이 있었다. 소녀들은 떨어져 있기를 싫어했다. 그래서 스위트룸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숙소를 관리하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이 부부에게는 세 살 된 딸이 있었다. 딸의 이름은 은혜라 한다. 왜 이름을 은혜라고 했더니 은혜의 해변을 바라보며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자라는 벌써 은혜와 친해졌다. 모처럼 언니들이 숙소에 와서 은혜는 너무 좋아했다. 결국 은혜도 엄마에게 가지 않고 스위트룸에서 언니들이랑 자고 싶다고 떼를 썼다. 언니들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부부는 딸을 언니들에게 빼앗기고 만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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