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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가 가본 지옥

[안데르센 동화 - 창작 동화 편]

by trustwons

한스가 가본 지옥


한낮에 한스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한스의 작은 방에는 바닥에 이불이 그대로 있었다. 방의 남쪽으로는 조그만 창문이 있었다. 그리고 동쪽에는 낮은 책상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읽다만 『죄와 벌』이라 제목이 보이는 책이 펼쳐진 채로 있었다. 이불 위에 한스는 반바지 차림으로 팔자 모양으로 자고 있었다. 이불은 아랫목으로 밀려있었고, 베개는 책상 밑으로 밀려나 있었다. 한스는 몸을 움찔하더니 꼼짝하지 않은 채로 있었다.


한스는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었다. 몸에는 아무 날개도 없이 자유롭게 하늘을 높이 날고 있었다. 한스는 어딘가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구름들이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지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스는 점점 커져가는 도넛 모양의 구름 속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하나 둘 도넛 구름을 한스는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하더니 갑자기 넓은 대지가 한스의 눈앞에 펼쳐졌다. 한스는 그 넓은 땅 위를 비둘기가 날아가듯이 유유히 날아갔다. 한스는 넓은 땅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엔 아주 작은 무엇인가가 가득히 몰려있어 꿈틀거리는 것을 한스는 보았다.


갑자기 한스는 그 땅 아래로 쏜살같이 내려갔다. 땅 위에 꿈틀거리는 물체가 점점 크게 보이더니 이제는 선명하게 한스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옷을 입지도 않았다. 알몸이었다. 남녀가 서로 엉켜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야단들이었다. 한스는 좀 더 가까이 가보고 싶어졌다. 그러자 한스의 몸이 빠르게 더 아래로 내려갔다. 한스의 눈에는 한 사람이 뚜렷이 보였다. 나이 많은 노인이었다. 삐쩍 마른 노인은 허리를 기억 자 모양을 하고 있었다. 노인은 요리조리 움직였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노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누워있었다. 누워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치 지렁이들이 서로 엉켜서 꿈틀거리는 것처럼 사람들은 꿈틀거렸다. 그 사이로 노인은 조금씩 걸었다가 서고 또 걸었다가 섰다. 그때에 노인 옆에 어떤 여인이 소스라치며 몸을 비틀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쇠막대기가 잡혀 있었다. 알몸인 여인은 쇠막대기를 붙잡고 바르르 떨며 뒹굴었다. 그녀는 쇠막대기를 잡고 있지 않으려고 해도 그녀의 손은 쇠막대기를 더욱 꽉 잡고 있었다. 그 순간에 여인에 몸이 타 들어갔다. 노인은 툭 튀어나온 눈으로 겁을 가득 먹고 있었다. 그리고는 노인은 여인 옆을 피하여 뒷걸음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어린아이가 앙상한 몸으로 기어 오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얼굴엔 무슨 벌레 같은 것들이 와글와글거렸다. 도저히 어린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한스는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한스의 몸이 갑자기 그곳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것이었다. 한스는 겁이 났다. 한스는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려고 몸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래도 한스의 몸은 자꾸 아래로 내려갔다. 거기에도 사람들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야단이었다. 한스는 더 가까이 내려갔다. 그러더니 한스는 땅 위에 내려섰다. 한스의 발밑에는 사람들이 오밀조밀 엉켜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한스는 사람들의 몸이 자신의 발에 닿지 않게 하려고 매우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가 다시 들었다가 했다. 한스의 옆에 어떤 젊은 청년은 몸은 살이 거의 없고 뼈만 남아 있는데, 그 청년의 손이 자꾸만 어떤 쇠뭉치를 잡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청년은 손을 뻗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의 손은 자꾸 쇠뭉치 쪽으로 뻗고 있었다. 한스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청년의 손이 쇠뭉치에 닿자마자 파랗게 질려 소리를 질렀다. 청년의 손이 점점 타 들어가고 있었다. 한스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한스의 뒤쪽에는 밑이 보이지 않는 깊은 수렁이 있었다. 한스는 놀라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에 힘을 주고는 몸을 곧추세웠다. 한스는 머리를 돌려 청년을 쳐다보았다. 청년은 앙상한 뼈만 남았다. 그리고 꿈틀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죽었나 보다 하고 한스가 자세히 살피니 청년은 죽지 않았다. 한스는 다른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러자 한 중년 남자가 무거운 쇠뭉치를 어깨에 메고는 서지도 못하고 반만 선채로 조금씩 걸어가고 있었다. 중년 남자의 배에는 창자와 위가 겉으로 드러나도록 말라있었다. 한스는 중년 남자의 다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한스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중년 남자의 다리는 발이 없고 발목으로 걷고 있었다.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아니 피가 아니라 고름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한스는 눈을 감았다. 그런데 다시 한스의 눈이 떠지면서 더 자세히 보려고 했다. 한스는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한스의 눈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크게 보이는 것이었다. 중년 남자의 배에서는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을 한스는 보았다. 그것은 구더기들이었다. 배속에서 구더기들이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했다. 한스는 몸을 떨었다.


“왜 이러지? 왜 나는 날지 않는 거야!”


한스는 중얼거렸다. 그러자 어디선가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스는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작은 구멍에서 사람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메마른 사람, 토실토실한 사람, 남자와 여자, 아이와 노인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떡방아 간에 긴 떡이 나오듯이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한스는 입을 쩍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밀려 나오는 사람들은 하수구로 물이 밀려 내려가듯이 밑으로 이리저리 미끄러져 빠르게 흘러갔다. 미끄러져 가는 동안에도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요란했다. 어떤 사람은 미끄러져가다가 작은 구멍으로 쏙 들어가더니만 앙상한 몸으로 다른 구멍으로 나왔다. 어떤 아이는 알 수 없는 이상한 벌레들이 달려들어 눈코 입으로 벌레가 들어갔다가 나오고 난리가 났다. 아이는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꿈틀거리더니 조용해졌다. 어떤 여인의 토실토실한 몸이 쇠뭉치에 걸려서 지지 소리가 나면서 연기가 온몸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여인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한스는 어찌할 바를 몰라 몸이 뻣뻣해져 있었다. 발은 땅에 꽉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한스의 눈은 바쁘게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삐쩍 마른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레기가 하수구로 밀려 나가듯이 무더기로 밀려가고 밀려오고 있었다. 걷는 사람도 없었다. 서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서 있나 하고 보면 온몸에 가느다란 벌레들이 온몸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한스는 빨리 여기를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다시 날아 오른 한스는 여기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거렸다. 하지만 한스의 몸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거기에는 뜨거운 쇳물이 펄펄 끓고 있는 용광로가 있었다. 사람들이 용광로 주변을 걷거나 기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뜨거운 쇳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뜨거운 쇳물이 닿는 사람은 순신 간에 타버렸다가 다시 비틀어진 몸으로 기어 나왔다. 펄펄 끓는 용광로는 이리 뒤뚱 저리 뒤뚱 거리며 뜨거운 쇳물을 흘러내고 있었다. 쇳물이 흘러내릴 때마다 앙상한 사람들은 몸부림치며 아우성이다. 서로 살려고 밀치고 붙잡고 난리들이었다. 쇳물이 흘러내려가는 곳마다 악을 쓰는 사람들이 난리 었다. 한스는 무서워서 땅에 내리고 싶지 않았다. 다시 다른 쪽으로 한스는 날아갔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쇠뭉치에 뜨거운 쇳물에, 알 수 없는 벌레들에 아우성이었다. 한스는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한스는 몸을 마구 흔들어 떨었다. 그러자 한스는 집에서 깨어났다. 한스가 눈을 떠보니 방안은 깜깜했다. 한스는 아직도 겁에 질려서 꼼짝도 않고는 어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서야 한스는 꿈을 꾸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너무나 무서운 지옥을 다녀온 심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스의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한스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주여!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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