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아빠 거지니?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너네 아빠 거지니?


“아~ 오늘도 오후반이네!”


원이는 일찍이 일어나 대문을 나섰다. 아직 하늘에는 해가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매우 푸르렀다. 원이의 집은 산언덕에 있는 한옥 집이었다. 집을 나선 원이는 산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자락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하였다.


“와~ 진달래가 활짝 폈네!”


원이는 진달래꽃들 사이로 마구 뛰어다녔다. 원이는 양팔을 벌리고 진달래꽃들을 쓰다듬어주듯이 빙빙 돌아다녔다. 진달래꽃들은 싫은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아식~ 싫긴 뭐가 싫어! 이슬이 마르기 전에 너희들에게 이렇게 반겨주는 사람 봤어!”


원이는 확 진달래꽃을 손으로 꺾었다. 원이는 한 다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해가 산마루를 내밀고 있었다. 원이는 부엌으로 곧장 가서는 아침밥을 준비하는 어머니에게 진달래꽃을 든 손을 쑥 내밀고는 말했다.


“엄니~ 진달래꽃!”

“어머? 벌써 진달래꽃이 피었구나! 유난히 더 예쁘다.”


원이 어머니는 원에게서 받은 진달래꽃을 옆에 있는 작은 항아리에 꽂아놓고는 물 항아리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는 작은 항아리에 부었다. 원이는 쑥스러워서 쏜살같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식사를 마친 원이는 어슬렁어슬렁 대문 밖으로 나왔다.


“어? 아저씨 오늘도 여기 왔네? 언제 왔어? 아깐 못 봤는데......”

“방금 왔지.”


거지아저씨가 앉아 있는 담벼락에는 햇볕이 충만하게 있었다. 햇볕 속에 거지아저씨는 더욱 시커멓게 얼굴이랑 옷들이 더럽게 빛났다. 원이는 잠시 거지아저씨를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거지아저씨 옆에 앉았다.


“아침 먹었어?”

“아니. 안 먹어도 돼!”

“왜? 배 안 고파?”

“여기 잠시 몸을 녹이고 얻으러 가야지.”

“내가 밥을 줄까?”

“아니 괜찮아~ 지난번에도 먹었잖아. 자주 이러면 내가 여기에 못 오지.”

“왜 못 와?”

“너네 어머니가 알면 혼나지. 신경 쓰지 마! 잠깐이면 돼.”


그러면서 거지아저씨는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있던 깡통을 집어 들었다.


“고맙다!”


거지아저씨는 원이의 집을 떠나 마을로 어슬렁어슬렁 내려가고 있었다. 원이는 멀어져 가는 거지아저씨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서더니 거지아저씨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원이는 거지 아저씨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거지아저씨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아침밥을 얻고 있었다. 그때에 어느 집 앞에 이르러 거지아저씨는 대문을 두드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에 한 아주머니가 나와서는 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거지가 있었다. 그리고 좀 떨어진 곳에 원이가 서 있었다.


“어머, 어쩌나~ 이미 다 먹고 설거지해 버렸네!”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거지 주변을 살피다가 원이를 발견하고는 눈이 커지며 말했다.


“아니, 넌 원이 아니가? 여기는 어쩐 일이니?”

“아주머니! 거지아저씨에게 밥 좀 주셔요!”

“어머, 네 아는 사람이니?”

“네.”

“어머나, 죄송해라. 잠시 기다리세요.”


아주머니는 대문을 그대로 두고는 부엌으로 달려가서는 김치랑 나물이랑 생선조림을 그릇에 담아왔다. 그리고 거지아저씨에게 그릇 채 주었다. 거지아저씨는 깡통 속에 모두 처넣었다. 그리고는 그릇을 아주머니에게 돌려드렸다. 그리고 크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서 갔다. 돌아서서 가는 거지와 뒤따라가는 원이를 바라보던 아주머니는 혀끝으로 쯧쯧 하며 소리를 내고는 대문을 닫고 들어갔다.

거지아저씨는 원이를 향해 바라보면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이는 계속 거지아저씨를 따라다녔다. 이런 모습을 같은 반 순이가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렇게 서너 집을 돌아 음식을 얻은 거지아저씨는 산언덕으로 올라갔다. 원이는 계속 거지아저씨를 따라갔다.


“너, 언제까지 날 따라다닐 거니?”

“아저씨가 식사하는 걸 볼 때까지요. 내가 아침식사로 음식을 준다고 했는데 거절했잖아요.”

“그래서 심통을 부리는 거냐? 아님 내가 굶어 죽을까 봐 그러니?”

“모르죠! 혹시 알아요?”

“허허, 넌 대단한 아이구나?”


그러면서 거지아저씨는 산언덕에 있는 하수도깡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도깡 옆에서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지피고는 그 위에 얻어온 음식들이 담긴 깡통을 놓았다. 이런 모습을 원이는 옆에 앉아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불 위에 있던 깡통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나면서 끓고 있었다. 얼마나 끓었을까 거지아저씨는 거무칙칙한 숟가락으로 깡통 안을 휙 저었다. 그리고는 그 음식을 다른 작은 깡통에 담아서는 먹으려고 하다가 원이를 쳐다보았다.


“너도 먹어볼래?”

“예? 나도? 아침 먹었는데…….”

“지금은 아침이 아니야~ 점심일걸. 우린 이맘때 아침 겸 점심으로 먹어.”

“벌써 점심을 먹어요?”

“너 학교 안 가니? 곧 있으면 학교 갈 시간이 될걸.”

“그래요? 벌써! 아저씨~ 그 밥 나도 먹어보자~”

“오? 그래 먹어볼래? 맛있다.”


거지아저씨는 다른 작은 깡통을 하나 꺼내어서는 바지에 쓱쓱 닦고는 불 위에 있는 깡통에서 음식을 조금 담아서는 원이에게 주었다. 원이는 호기심 반 불안감 반의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그러나 거지아저씨가 쳐다보고 있으니 태연하게 한 숟가락 떠먹었다. 원이는 눈이 댕그래졌다.


“아저씨! 맛있네요.”

“맛있지?”


원이는 거지아저씨와 함께 음식을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거지아저씨는 흐르는 물에 깡통들을 깨끗이 씻어놓았다. 이런 모습을 바라본 원이는 신기하게 생각하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지아저씨는 모든 것을 잘 정리해 놓고는 손으로 원이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학교에 가야지. 늦겠다.”

“아저씨! 이따가 여기와도 돼? 학교 끝나고.......”

“글쎄~ 부모님이 아시면 혼날 거야!”

“괜찮아! 말 안 하면 되지.”


원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후다닥 집으로 달려갔다. 집안으로 들어선 원이는 가방을 들고 학교를 가려고 집을 나서려고 하자. 원이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면서 말했다.


“점심 먹고 가야지! 그냥 가려고?”

“먹었어!”

“어디서?”

“그냥!”


원이는 가방을 등에 매고는 달음질하여 학교로 갔다. 원이가 교실에 들어서자 반 아이들이 원이를 일제히 쳐다보고 있었다. 원이는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이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는 반 아이들에게 말했다.


“왜 쳐다보는 거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너네 아빠 거지니?”


원이와 가장 친한 철이가 일어나서 원이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반 아이들도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원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뭔 소리야? 내 아빠가 왜 거지니?”

“순이가 봤데!”

“뭘 봤는데......”

“네가 거지아저씨랑 같이 다니는 걸 봤데!”

“아~ 오늘 아침에 순이가 날 봤구나!”


그러자 순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원이게 다가와서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원아~ 왜 아침에 밥 얻으러 다녀? 집에 밥 없어?”

“순아~ 넌 잘못 본거야. 우리 아빠가 아니야. 우리 집 앞에 자주 오는 거지아저씨야.”

“그런데 왜 같이 다녀?”

“친해! 내가 아침을 주려고 했더니 안 먹는데, 그리고는 마을에 내려간 거야. 그래서 나도 따라 나선거지.”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

“남들이 뭐?”

“왜 거지아저씨랑 다닌다고 소문나면 어쩌려고 그래?”

“그 아저씨, 거지 안이야! 돈 없어서 집에 못 가서 그런 거야!”

“정말? 불쌍하다.”

“나 학교 끝나고 그 아저씨 한테 갈 거야~”

“거지아저씨한테로?”

“응!”

“우리도 같이 가자~”

“집이 어디야?”

“우리 집에서 가까워~”


원이의 반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원이를 따라서 거지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거지아저씨의 집인 도깡 속을 들여다보고 신기해하였다. 그리고 거지아저씨에 사정을 듣고는 원이와 반 아이들은 아저씨를 도와주자는 생각을 나누고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원이도 아저씨랑 조금 같이 있다가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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