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옛적에 마당에 작은 꽃동산을 가꾸던 일이 기억이 난다. 새로 온 학교에는 넓은 대지에 정원 같은 화단들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디지털카메라로 여기저기 풍경을 찍으며 작품을 담아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분의 선생님들이 분주히 움직이기에 뭘 하시는지 물었다.
그들은 작은 텃밭을 가꾸며 모종을 심는다고 했다. 역시 나도 그들에 의해 합세하여 두세 평 정도의 작은 텃밭을 얻어 냈다. 그리고 삽으로 흙을 일구어 내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몸이 굳어지며 힘겨웠다.
아~ 농부들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보다 훨씬 넓은 땅을 일구며 농사를 하는 그들의 삶은 참으로 진솔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거짓 없는 흙의 특성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흙 속에는 많은 생명들이 얽혀있다. 전년도에 심었던 식물들의 뿌리와 줄기가 아직 살아있었다. 그러나 매정하게 긁어내어 버렸다. 그리고 잡풀의 뿌리까지 뽑아 버렸다. 그리고 흙을 뒤집어 부드럽게 가꾸었고, 돌조각과 비닐들을 골라내었다. 그리고 의정부에 있는 재래시장에 가서 여러 식물의 모종들을 샀다. 고추, 상추, 기타 이름을 잊어버린 식물의 모종을 한 상자씩 사 왔다.
그리고 학교로 가져와 나의 작은 텃밭을 대치고 모종을 간격을 주어가면서 열심히 심었다.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몸에 땀이 흠뻑 젖어 있었다. 구두는 흙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기분은 상쾌하고 즐거웠다.
아~ 내가 밭을 꾸몄다는 것이 대견스럽다. 호스를 끌어내어 골고루 물을 뿌려 주었다. 촉촉이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식물이 즐거워 입을 벌리고 나도 나도 하며 물을 받아먹으려고 아우성치는 듯이 보였다.
“여기에 어찌 거짓이 있겠는가? 여기에 어찌 위선이 있겠는가? 사람들이여! 이 흙에서 생명이 돋아나는 진리를 배울 생각은 없는가? 도시 숲 속에서 생명을 죽이는 연습은 그만하고, 흙을 밟으며 흙을 만지며 흙의 진실을 배울 생각은 없는가?”
비로소 나는 흙을 만나게 되었고 흙을 어루만지며 대화를 하게 되었다. 거짓과 위선으로 물든 내 몸과 마음을 흙에서 다시 진솔함을 배우고 있었다. 나는 다시 참 얼을 배우리라는 생각에서 가슴이 마구 뛴다. 내 작은 텃밭은 나의 선생이며, 학교이며, 교과서가 될 것이다. 비록 작은 텃밭이리만 여기서 대지를 읽으며, 여기서 천지를 읽으며, 여기서 조물주의 손길을 느끼며 어루만져보리라.
일지: 2004년 5월 1일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