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
어릴 적에 살던
뒤뜰에는
수박색치마에 검정고무신 신고
동네 머슴아랑
숲 속을 뛰놀던 아이
아침이슬 먹는 메뚜기처럼
이슬에 젖은 수박색치마
풀잎을 뛰며 넘나 든다.
깜부기 입술에 물들고
바랭이 풀을 꺾어서
엮어서 조리 만들고
갈대나무 꺾어 들고서
잠자리를 잡던 아이
풀잎 위에 뒹굴 뒹굴며
어치의 울음소리 듣는다.
바위에 홀로 앉아
더위를 식히면서
강아지풀을 질근질근
씹어 내뱉으면서
종아리에 타고 오르는
개미를 조그만 손으로 잡고
개미똥구멍을 핥아먹으며
얼굴을 찡그리는
수박색치마 아이는
아래동네 머슴아를 그린다.
해가 지는 하늘로
큰 구름을 타고서
곤지연지 바르고
시집가는 꿈을 그리며
풀언덕 위에 팔 베고 누워
각지다리 하고서
흔들흔들 검정고무신
그네를 타는데
수박색치마 사이로
넘실대는 팬티가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