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
새벽 종소리에
잠이 깨어난 아이들
눈곱도 떼지 않는 채
부스스 새눈을 뜨고
대문을 나선 아이들
이른 아침부터 시끌벅적
담장 밑에 자리를 깔고
너는 엄마다 나는 아빠야
너흰 아랫집하고
우린 윗집 하자
“여보, 일어나요.”
“아가야, 젖 먹어야지.”
“아줌마, 물 좀 써도 되죠?”
신나게 소꿉놀이 한다.
따사로운 햇살에
고요한 집집마다
사람소리 펌프소리
이른 아침부터
굴뚝마다 피어나는 연기
어른보다 먼저
아이들은 일어나
“애야, 세수해야지.”
“아빠, 식사하세요.”
“두~부 싸려~ 콩나물 싸려~”
아이들은 소꿉놀이에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삐꺽 대문소리에
아이들 솔솔 나오고
담장 밑에 늘어나는
소꿉놀이 아이들
너는 선생, 나는 의사
아니, 난 그림장사
열심히 먹지 깔고
그림들을 베끼고
쪼무래기 앉혀놓고
“가갸거겨 고교구규”
“아~ 입 벌려요. 어디 아프세요?”
“이 그림은 얼마예요?”
아이들은 소꿉놀이에
아침부터 하루를 만든다.
밥 짓는 내음새에
모락모락 피우는 연기
숟가락 놓은 소리
옹기종기 사람소리
담장 너머 흘러와도
신바람 나는 소꿉친구
“아가야, 시장 다녀오마.”
“여보, 우리 놀러 가요.”
“어머, 아주머니 예쁘시네.”
삐꺼덕 대문이 열리고
“애들아, 와서 아침 먹어!”
외치는 엄마들의 소리에
스르르 아이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