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애인을 위한 소설 편]
오늘은 아침부터 부산하다. 일찍이 일어난 철민의 누나는 조반을 서둘러 준비하였다. 철민은 식당으로 와서 누나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신선한 생선구이에 시원한 매운탕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철민은 생선을 매우 좋아하였다. 그래서 철민의 누나는 자주 생선 요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하였다. 식사를 할 때에도 둘은 항상 말이 없다. 아니 말할 필요를 서로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듣지도 말도 못 하는 철민을 배려하는 누나의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창가로 스며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두 사람의 식사하는 모습을 한 폭의 그림으로 연상케 할 뿐이었다. 동해바다 의 파도치는 물결을 타고 찾아온 햇빛은 두 사람에게 바다를 더욱 푸르게 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원탁 테이블에 남녀가 마주 앉아 산득하게 식사하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철민의 누나가 직접 설계한 탓인지, 한쪽 벽에는 해변의 슬래브 집들과 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슬래브 집들 사이의 골목길에는 아이들의 소꿉놀이 하는 모습이 담긴 그림, 그녀가 그린 그림이 걸려 있어서 식당을 더욱 생동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철민은 누나가 마련해 놓은 모닝커피를 마시며 식탁에 있는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철민의 누나는 식사를 마치자 바로 식기구들을 서둘러 설거지를 하였다. 두 사람은 간간이 짤막한 대화를 눈짓 손짓으로 나누고는 항상 마음으로 전하고 이해를 하는 편이 많았었다.
철민의 누나는 설거지를 마치고는 다시 철민이가 있는 식탁 쪽으로 와서는 마주 보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서울로 올라갈 일에 대해서 식탁에 장치되어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었다. 식탁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는 언제든지 서로의 생각을 자세히 전할 수 있도록, 함께 볼 수 있도록 식탁 유리 밑에 모니터를 설치해 두었던 것이었다. 두 개의 작은 키보드가 연결된 컴퓨터는 네트워크로 중앙의 컴퓨터 본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항시 서로의 대화들을 자동 저장되도록 장치를 해 놓았었다.
오늘은 두 사람의 어머니가 생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울로 갈 준비를 하였던 것이었다. 어머니의 생일 위해 동해바다의 싱싱한 생선을 준비하였고, 해초류의 종류도 함께 준비해 두었던 것이었다.
창가에 갈매기 한 마리가 기웃거리며 지나갔다. 오늘은 먹을 것을 주지 않나 하는 눈치였다. 철민의 누나는 종종 식당에 찾아오는 갈매기에게 요리하다 남은 생선과 고기 등을 창문턱에 예쁜 그릇에 담아주곤 하였던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찾아오는 갈매기가 있었는데, 바로 그 갈매기인가 보다. 창문에서 서성 되는 것이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누나는 일어나 요리하다 남은 생선조각들을 창문에 있는 예쁜 그릇에 담아 주었다.
그러자 갈매기가 사뿐히 내려와 창문턱에 내려앉아서는 두 남매를 두루 살피고는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생선조각을 꿀꺽 삼켰다. 이 갈매기는 두 남매에게는 유일한 식구처럼 되어버렸다. 어찌 아는지 식사 때만 되면 갈매기는 꼭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철민의 누나는 항상 생선을 사 올 때마다 여유 있게 사 오곤 하였던 것이었다. 한몫은 갈매기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철민은 서울로 가기 때문에 혹시 인터넷에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올까 하여 메시지를 남기고는 휴대용 노트북을 챙겼다. 막히지만 않는다면 강원도 동해에서 서울까지는 4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누나가 자동차를 운전하고, 철민은 항상 누나의 옆자리 조수석에 앉아서 차내에 설치된 인터넷 시스템을 열어놓았다. 자동차는 미끄러지듯 서울을 향해 달려서 고속도로에 진입을 하였다. 동해바다는 점점 멀어져 가고 푸른 숲 사이로 굽이굽이 자동차는 달리고 있었다. 워낙 손재주가 많아서인지 운동신경이 잘 발달되어서인지 철민의 누나는 부드럽게 자동차를 몰고 있었다. 철민은 그런 누나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을 하였다. 어찌 보면 누가는 형과 같다는 느낌을 철민은 들 때가 많았다. 누나는 웬만한 것들은 척척 해내기 때문이었다. 목수 일이나 기계를 다루는 일에도 역시 누나는 척척 해 내었다. 철민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철민의 누나는 맏자식의 구실까지 하다 보니 남자가 하는 일까지도 해야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남동생은 귀가 먹어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니 더욱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누나를 철민의 어머니는 늘 고맙게 생각하였던 것이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인터넷 소식이 왔다. 철민은 노트북을 열었다. 직장에서 그만두었는데, 약간의 재산이 있어서 해외에서 오퍼상을 하고 싶은데, 적당한 거래처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철민은 지금 자신은 서울로 볼일이 있어서 가는 중이라서 사무실을 떠나온 상태이니 급한 일이 아니라면 그 일을 맡아 주겠다고 전했다. 그러자 고객에게서 급한 일은 아니라고 하여 철민은 곧 일에 대한 성격에 대해서 나누고는 해외에 있는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동차는 미끄러지듯이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초록빛 숲들이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고 마을들이 간간이 보였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푸르렀다. 푸른 강줄기가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문막 휴게소에 이르렀다. 자동차는 휴게소에 들어서고 철민과 누나는 차에서 내려서는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는 휴게실로 들어가 간단한 점심식사와 함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한편 누나는 붐비는 인파들 속에서 잠시 향수를 느꼈다.
한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것과 명동거리를 쏘다녔던 일들이 철민의 누나는 생각이 났던 것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없었지만 인간들의 끈적이는 삶 속에서 피로를 풀고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그런 것이 어찌 보면 사람들의 삶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철민의 누나는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의 1년 가까이 동해바닷가에 살면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이 그녀의 살결에서는 떠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도 동생과 서울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마음에서도 설레는 심정을 철민의 누나는 느끼고 있었다. 부쩍부쩍 되는 사람들과 차들을 바라보고 있던 철민은 커피 향을 음미하면서 슬쩍 누나를 쳐다보았다. 뭔가에 깊이 빠져 있는 누나의 모습이 참 아름답구나 하는 마음이 동생은 들었던 것이었다. 동생이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누나는 딴생각에 빠졌던 자신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혼자만 듣고 있다는 것이 더욱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가끔 그녀는 동생이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에 늘 괴로워하곤 하였었다. 바다의 파도소리도, 오디오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소리도, 산새소리도, 사람들의 사는 소리도 동생은 듣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누나는 괴로워하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철민의 누나는 아름다운 소리들을 외면하며 살려고 했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동생을 이해하는 길이라며 조금이라도 보상하는 것이라고 누나는 생각을 해 왔던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어머니보다 더욱 동생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었다. 어릴 때부터 동생을 애처롭게 보아왔던 그녀였었다. 그래서 동생의 일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도우려고 하였었다. 동생이 바깥출입을 외면하던 어느 날이었었다. 동생이 자기 방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만 있던 모습을 바라보던 누나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한없이 서 있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는 동생의 손을 꼭 잡고는 계속 흐르는 눈물조차 닦지도 않은 채, 오랫동안을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무엇인가 얘기하듯 말을 했었다. 그때부터 철민과 누나는 말없이 대화를 하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누나는 동생을 위해서 열심히 그림을 그려가면서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했었다. 그녀는 방안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그려주고, 그 그림에 대한 글자를 써주면서 말 못 하는 동생에게 글을 깨우쳤던 것이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물건에 대한 촉감을 느끼게 해 주고,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해주고 하였었던 것이다. 또 종종 뒷산에 올라가 함께 놀아주면서도 어떻게 하면 동생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려고 자연에 대한 느낌들을 글로 써주었던 것이었다. 그때마다 철민은 기뻐하며 이해하기 시작을 하였던 것이었다. 철민은 누나의 도움으로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갔으며, 글로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철민은 점점 소리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지만, 소리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언어를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며 언어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지만, 그러나 철민은 소리 없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였던 것이었다. 철민은 사물의 현상과 반응 그리고 변화들을 소리 없이도 재빨리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오늘의 철민이가 되게 한 것은 누나의 도움이 매우 컸던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도 역시 동생에 대한 애착이 끝없이 커져만 갔던 것이었다. 물론 어머니도 아들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동생을 적극적으로 도와왔던 누나는 동생에 대한 애정이 매우 컸었다. 그래서 그녀는 서른이 넘도록 시집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철민과 누나가 서로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미소를 보이며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자는 신호를 보냈다. 철민도 알았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누나와 함께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문막 휴게소를 빠져나온 자동차는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달렸다.
평일인데도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화창한 날씨 속에 비친 고속도로는 거대한 생명줄 같이 크고 작은 차들이 고속도로 위를 씽씽 달리고 있었다. 인체의 혈관 속으로 빠르게 흐르는 혈액처럼 말이다. 거대한 대륙에 영양분을 실어 나르는 혈장처럼 쉼 없이 달리는 자동차같이 보였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난잡하게 늘어선 술집과 카페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철민은 정확히 꿰들어 보고 있었다. 진정한 낭만을 모르는 젊은이들은 소비와 허영이 낭만을 채어주는 줄 알아 거리를 헤매며 술과 여인들로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철민은 빈민촌에 살면서 생업의 가치를 깨달았던 것이었다. 간혹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깊은 밤에 집으로 향하는 여인을 창문으로 유심히 바라본 철민은 가난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물을 그리워하는 심정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고 생각을 하였었다. 재물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밀려왔다가는 다시 쓸어가 버린다고 철민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영원히 머물지 않는 것이 재물인 것인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 재물을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심을 부리고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얻으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그는 생각을 하였다.
철민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바라보면서 인생이 덧없는 삶의 연속이라고 생각에 생각으로 꼬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동서울 톨게이트 빠져나오니, 차들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차선이 줄어든 이유도 있겠지만 한산한 줄로만 알았던 구리 간 고속도로에 많은 화물차들이 보였다. 차들이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다 빨리 가다 하기를 30분이나 흘러갔다.
누나의 핸드폰에서 소리가 울려왔다. 집에서 온 것일까? 철민은 소리를 듣지 못하니 그저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누나는 핸드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현우 씨, 접니다. 민석입니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아서 핸드폰에 겁니다. 어딜 가십니까?”
“오늘이 어머니 생신일이라 서울로 가는 중이에요. 무슨 일이세요?”
“아~ 그러세요. 다름 아니라 강릉에 온 김에 만나볼까 해서 전화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전화하지요.”
“그러세요.”
누나는 핸즈프리로 대화를 하였다. 민석은 서울에서 근무할 적에 알게 된 사람이었다. 유월 초순인데도 날씨는 화창하고 시원한 바람이 간간이 불어왔다. 차들이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하자 철민은 창문을 열어 바깥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차가 지체하니 매우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자동차는 덕릉고개에 이르러서야 한적한 마을들이 보이고 검은 기와집이 멀리 보이기도 했다. 철민이 타고 있는 누나의 자동차는 마을을 끼고 좁은 길을 따라 텃밭이 조금 있고 뒤편에 산을 깎아내어 터를 잡은 남향을 한 기와집 앞에 서서히 자동차는 멈추었다.
아직은 해가 하늘 중앙에 머물러 있어서인지 그림자가 짧게 드리우고 있었다. 철민과 누나는 자동차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