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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하늘과 최강인의 만남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2. 이하늘과 최강인의 만남


한 번도 외출을 나가보지 못하였던 하늘은 어머니를 따라 미용실에 갔다. 그전에는 늘 어머니가 하늘의 머리단장을 해주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

“가엾은 것,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으니 그 예쁜 얼굴이 초라해 보이는구나. 이 나이면 얼마나 멋을 내고 싶었을 텐데…….”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하늘에게 다가갔다.


“하늘아~ 미용실에 가지 않을래?”


그러나 딸은 아무 대답이 없다. 어머니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만지고 팔을 끌어당기며 나가자는 표시를 했다. 그때서야 하늘은 어머니가 같이 나가자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하늘은 머리를 끄떡거렸다.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어머니는 가까운 동네 미용실로 하늘을 데리고 갔다.


“어서 오세요.”

“어머~ 딸을 데리고 오셨네요? 처음 봐요. 많이 궁금했었거든요.”


미용실 직원들이 몰려와 서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관심을 보였다.


“어머나~ 참 예쁘네요. 나이가 몇이지요?”

“피부가 어쩜 그렇게 고울까요? 아기 피부처럼 곱네요.”


어머니는 좀 당황하였지만 곧 마음에 평정을 찾고는 응대를 했다.


“저의 딸은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해요. 그러니 어떤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그러자 한 직원이 자리로 안내를 해주었다. 어머니는 하늘을 데리고 직원이 안내한 자리에 앉혔다.

“예쁘게 해 주세요.”

“어떤 모양을 해도 예쁘겠습니다.”


하늘은 누군가 다가와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 머리를 이리저리 다루는 것을 느끼며 하는 대로 머리를 맡겼다. 시간이 좀 지났다. 하늘은 자신의 머리가 어떤 모양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 됐습니다. 어머니~ 한 번 보셔요.”

“어머, 어쩜 그리 고울까? 천사 같아요.”


옆에 있는 직원들이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야단이었다. 어머니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이시며 하늘을 자리에서 일으키고 계산대로 갔다. 그리고 어머니는 계산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직원 여성은 사양을 했다.


“어머니, 계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장애인 분들에게는 무료로 해드립니다.”

“아유~ 고맙습니다. 그리고 예쁘게 해 주셔서 더 고맙습니다.”


어머니는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딸을 데리고 미용실을 나왔다. 모처럼 밖을 나온 딸을 바로 집으로 데려가기는 아쉬운 감이 있는지 어머니는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한 벤치에 앉혔다. 그리고 어머니는 딸에게 뭐라고 말하듯 손을 잡아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점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두 개를 사들고 딸이 있는 곳으로 갔다. 홀로 남은 딸은 시원한 바람을 얼굴에 느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에 한 신사가 지나가다 말고는 예쁜 여인이 혼자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아니? 웬 천사가 벤치에 앉아 있지? 이렇게 고운 여성이 있을까?”


신사는 살며시 여인 옆 자리에 앉았다. 하늘은 어머니가 오신 줄로 알고 가만히 신사의 손을 잡았다. 깜짝 놀란 신사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하늘은 손을 어루만지더니 놀라서 신사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불안해하였다. 신사는 놀라 불안해하는 여인을 바라보고는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허가 없이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예쁜 여인이 혼자 앉아 있다는 것이 마음이 안되어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신사는 여인이 듣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혼자 떠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은 아무 요동도 하지 않고 불안한 마음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때에 멀리서 어머니가 다가오다가 딸 옆에 신사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뛰어왔다.


“뭐 하시는 것입니까?”

“아~ 어머니시군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어여쁜 여성분이 혼자 앉아 있는 게 안쓰러워서 옆에 앉았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죠. 어떻게 허락 없이 그런 행동을 하십니까?”

“앉으며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당연하지요. 우리 딸은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뭔 말을 하겠습니까? 모르는 분이 옆에 왔으니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예? 듣지도 보지도 못한다고 하셨습니까? 이런~ 불쌍한 분이시군요. 큰 실례를 했습니다.”


신사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하늘의 어머니에게 염려스러운 표정을 말을 했다.


“이런 아름다운 분을 홀로 두셨습니까? 누가 납치해 가면 어쩌시려고 그리하셨습니까?”


어머니는 딸의 옆에 앉으면서 딸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사 온 아이스크림 하나를 손에 지워주었다.

“어머니께서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셨군요. 순간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신사 분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옆에 앉아도 된다고 말했다. 신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쾌히 어머니 옆에 앉았다.


“뭐 하시는 분이십니까?”


어머니 옆에 신사가 앉자마자 신사에게 물었다.


“예, 저는 항공사에서 일합니다. 비행조정사입니다.”

“바쁘신 분이시군요. 그런데 이런 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어제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쉬는 날입니다. 그래서 공원에 산책 나온 것입니다.”

“댁의 집이 이 근처신가 봅니다.”

“예, 가깝습니다. 자주 여기에 나오십니까?”

“아닙니다. 오늘이 처음입니다. 우리 딸은 듣지도 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말을 못 합니다. 그러니 혼자서 어딜 갈 수가 없습니다. 오늘 모처럼 미용실에 데리고 나온 김에 공원에 온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어머님도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습니다. 이런 어여쁜 딸이 큰 장애인이 되어 힘들었겠습니다.”

“이것도 하나님의 뜻이겠지요.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한 번도 부모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세상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아이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고 있답니다.”

“예? 그렇겠습니다. 제가 보아도 딸님은 이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려고 온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참 마음이 좋으십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하나님을 믿으십니까? 교회를 다니십니까?”

“예,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지요.”

“저도 기독교인입니다. 어머니 때부터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사시나요?”

“삼 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줄 몰랐습니다. 일찍 소천하셨습니다.”

“예, 암으로 투병하시다가 가셨습니다.”

“그럼 아버님과 같이 사시나요?”

“아뇨, 아버지는 훨씬 전에 행방불명이 되셨습니다. 제가 어릴 적이었습니다. 육이오 전쟁 중에 후퇴하는 인민군에 의해 끌려갔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참 안 됐습니다. 우리도 일사후퇴 때에 고향을 버리고 내려왔답니다. 그리고 이 아이를 얻었습니다.”

“얻었다면 고아를 받아들이신 것입니까?”

“아닙니다. 지금까지 아 아이만을 위해 살아온 것입니다. 애를 홀로 두고는 어디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셨겠습니다. 그런데도 어찌 이리 아리따운 딸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다니 안타깝습니다.”

“본인은 더 하겠지요. 우리가 어찌 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이 아이는 신기하게도 부모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저도 길을 가다가 이 여성을 보는 순간 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뭔가 제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여성 옆에 앉았던 것입니다.”

“그랬군요. 전 또 의심을 했습니다. 워낙 세상이 악하다 보니 무슨 짓을 할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렇게 보셨습니까? 죄송합니다. 따님의 성함은 무엇입니까?”

“하늘이지요. 이하늘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참 예쁘네요. 앞으로 이하늘님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예, 하지만 듣지 못하니 불러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군요. 참 좋은 이름인데……. 어떤 이유로 하늘이라 이름을 지었습니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입니까?”

“사연이야 있지요. 이 아이는 태중에서만 들을 수가 있었답니다. 출산할 때에는 울지도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놀랐습니다. 그런데 의식은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는 세상을 보지 못하였지만, 제게 오기 전에는 하늘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하늘이라고 짖게 되었습니다.”

“그런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줄 몰랐습니다. 하늘이라……. 스카이? 헤븐?”

“어떻든 하늘이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이 아이도 그렇게 바랐을 것입니다.”


이렇게 어머니와 신사의 대화의 소리를 하늘은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가끔 바람이 하늘의 얼굴을 건드려주었다. 하늘은 오직 피부로 느끼고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뿐이었다. 신사는 어머니에게 명함을 건네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명함입니다. 최강인이라고 합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을 주십시오. 이것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어머니는 신사의 명함을 받고 일어나서 가는 신사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이제 해도 지고 선선해지니 어머니는 딸의 손을 끌어당겨 일으키면서 집으로 갔다. 집에 온 하늘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오랜만에 바깥나들이를 해서인지 홍조가 된 얼굴은 매우 밝은 모습이었다. 그 후에 어머니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딸을 데리고 공원에 가게 되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예전처럼 딸을 데리고 공원에 나왔다. 그리고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화장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딸에게 잠시 여기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급히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벤치에는 딸이 없었다. 어머니는 공원의 여기저기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딸은 혼자 어딜 가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딸은 자리에 없다. 아무리 공원을 다 뒤져도 딸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딸이 있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눈에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그저 눈물이 북받쳐 흘러내릴 뿐이었다. 이때에 어머니는 신사를 생각했다. 그리고 급히 지갑을 열고 신사의 명함을 꺼냈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보고 공중전화박스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그리고 전화를 했다. 마침 신사는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자초지종을 말했다. 신사는 알겠다고 곧 가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몇십 분이 안 되어 신사는 어머니에게 왔다. 어머니는 두 손으로 신사의 손을 잡고 마구 울었다. 신사도 눈물이 고이면서 어머니에게 염려 마시라고 하나님이 도와주실 거라고 위로했다. 그리고 신사는 공원 구석구석을 찾아 살폈다. 그러나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신사는 화장실에 갔다. 볼일을 보고 나오려는데, 옆 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뭐지? 누가 있나?”


그리고 옆 칸의 문을 두드렸다. 아무 소리도 없다. 그러나 누군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있습니까?”


대답은 없는데 뭔가 부스럭하는 소리가 났다. 신사는 억지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기엔 하늘이 있었다.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 헝클어진 옷차림에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신사는 하늘의 손을 잡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하늘은 거역했다.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신사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설명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하늘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신사는 다시 문을 닫아 놓고는 급히 어머니께로 왔다. 그리고 어머니를 데리고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어머니는 놀라 하늘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손을 어루만지며 뭐라고 하듯 하니 그제야 하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머니를 따라 화장실을 나왔다. 곧 경찰이 왔다. 그리고 몇 가지 조사를 하고는 신사에게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가 주라고 부탁을 했다.

신사는 어머니와 하늘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보니 그냥 나올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한없이 흘리면서 딸의 옷을 갈아입혔다. 그리고 침대에 눕혔다. 딸 옆에서 한없이 울고 있는 어머니를 신사는 그대로 두고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사는 어머니의 두 손을 꼭 잡고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앉히고는 옆에 앉아서 어머니를 위로해 드렸다. 그렇게 한참 같이 있을 때에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웬 남자가 집안에 있고 어머니가 계속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놀라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여기엔 어찌 들어온 것입니까? 여보 당신은 왜 울고 있소?”


다급하게 아버지는 숨도 쉬지 않듯 몰아세우듯 물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보자 더 소리 내어 울었다. 신사는 어머니를 진정시키고는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모든 상황을 다 들은 아버지는 어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여보 이만하면 다행이잖소? 하늘이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잖소? 그만해요. 우리 곁에 아직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이요.”

“어머니, 아버님 말씀이 옳아요. 이렇게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에요. 하늘이 돌아온 것만도 감사할 일이에요. 이젠 마음을 안정하셔요.”


그리고 신사는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하여 그만 가겠다고 했다. 아버지도 끄떡이며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신사는 조용히 하늘이의 집을 나왔다. 그리고 걸으면서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하늘을 생각하고 있었다. 밤하늘에는 별들도 애수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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