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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강인이와 함께 병원에 가다.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12. 강인이와 함께 병원에 가다.


월요일 아침이다. 강인은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인은 홀로 조용히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창가에 서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은 11월 중순이라 곳곳에 낙엽들이 떨어져 마지막 가을의 분위기를 내어주고 있었다. 창밖에 하늘은 참으로 맑았다. 구름들도 너무 깨끗하며 선명했다. 강인은 바깥하늘을 바라보며 주님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속삭였다.


‘주님, 이 아침도 주님의 목전에 은혜를 바라봅니다. 저 하늘에 구름들처럼 좋은 분들과 한 가족을 이루게 하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 하늘이로 주님의 은혜를 충만하게 하심에 기쁘고 감사를 드립니다.’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오시다가 창가에 홀로 서있는 강인을 바라보고서 발을 멈추었다. 강인이가 뒤를 돌아보자 어머니는 강인에게 다가오셨다.


“어머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저는 너무 기쁩니다.”


강인이의 손을 잡아주면서 어머니는 창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찍 일어났네요.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고 기쁘다네.”

“어머님, 오늘 하늘이랑 시내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임신 때문인가요?”

“결혼 전에 기도 중에 주님이 하늘이의 아들을 낳으라고 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하늘이가 걱정되기도 해요.”

“사실 나도 걱정이 돼요. 하늘에게는 처음인지라…….”

“그래서 큰 병원으로 가볼까 해요.”

“그래요. 나도 같이 가요.”

“네.”


어머니는 부엌으로 갔다. 강인은 여전히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자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셨다.


“일찍 일어났구먼.”

“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강인이가 돌아서서 아버지께 인사를 했다. 아버지는 강인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창밖을 보더니 말을 건넸다.


“날씨가 좋구먼, 가을이 깊어졌네.”

“네. 좀 쌀쌀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일하러 안 가나?”

“네, 내일부터 출근합니다.”

“그렇군. 나 먼저 씻겠네.”

“네, 먼저 하셔요.”


아버지는 세면실로 들어가셨다. 곧이어 하늘이가 방문을 열고 거실 쪽으로 조심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강인은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서 다시 창가로 갔다. 그녀는 항상 그랬듯이 강인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다 말고 어머니는 두 사람이 창가에 서 있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집안에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녀는 강인이의 어깨에서 머리를 떼고 돌아섰다. 그러자 강인이도 돌아서 그녀를 이끌고 식탁으로 왔다. 어머니는 식탁 위에 수저와 접시를 배치했다. 소고기 시래깃국과 고등어조림이 놓여 있다. 그녀는 고등어조림 냄새를 맡은 것이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어머니가 골라준 고등어를 즐겨 먹었었다. 강인은 하늘이랑 식탁에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아버지도 출근할 차림으로 식탁에 오셨다. 그녀는 강인이가 골라준 고등어 반찬을 참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서 그녀는 소고기 시래깃국에 밥을 말아서 먹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늘 해오던 일을 강인이가 하는 것을 보면서 기쁘고 고마움을 느꼈다.


“우리 강인에게 참 고마움을 전해요.”

“뭘 말씀이셔요. 제가 당연히 할 일인거지요.”

“내 본업을 잃어버린 셈이네요."


어머니는 웃음으로 마음을 대신했다. 그러자 강인이도 웃으며 응대했다.


“그런 셈인가요? 전수받은 줄 알았는데요.”


모두들 식사를 마치자 어머니는 숭늉을 내놓으셨다. 아버지는 출근시간이 임박하여 숭늉을 마시고 바로 일어나셨다. 강인이와 하늘이는 그대로 앉아서 숭늉을 마시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먼저 일어나네. 하루를 잘 보내길 바라네.”

“저는 오늘 하늘이와 신촌 연세병원으로 갈까 합니다.”


강인은 출근하시려는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는 잘 다녀오라고 하시며 출근을 하셨다. 강인이와 하늘이는 현관 앞에서 아버지의 출근을 배웅해 드렸다. 그리고 강인은 그녀와 함께 세면실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설거지를 마치고 외출하기 위해 준비하려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잠시 후에 세면실에서 나온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도 외출할 준비를 하였다. 그녀는 스스로 자기 옷을 챙겨 입으려 하였다. 그때에 강인은 무엇을 입을지를 골라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외출할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이미 어머니도 준비를 하고 거실에 나와 있었다.


“어머니, 혹 하늘이랑 병원에 갔을 때에 진찰한 내용이 적힌 것이 있으셨나요?”

“아니, 의사가 말씀만 해주셨네요. 임신인 듯 보이나 열흘 후에 다시 오라고 했어요.”

“그래요, 그럼 어머니께서 의사에게 직접 말씀해 주세요.”


강인은 어머니께 그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강인이가 먼저 앞서 나가고 어머니는 하늘을 데리고 뒤를 따라 집을 나왔다. 늦은 가을인지라 날씨가 쌀쌀하지만 화창했다. 강인은 자동차를 아파트 문 앞에 세웠다. 어머니는 차의 문을 열고 뒷좌석에 하늘을 먼저 태우고 그 옆에 같이 앉았다. 강인은 손을 뒤로 하여 하늘이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출발을 했다.

자동차는 거리를 지나 곧 한강변을 따라 달렸다. 그녀는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차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그녀는 손을 차창 쪽으로 내밀어 만졌다. 그 바람은 그녀의 손등을 타고 얼굴로 흘러갔다. 그녀는 얼굴을 창가로 가까이했다. 이런 모습을 본 어머니는 더욱 하늘의 다른 손을 잡아주었다. 하늘이의 한 손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미끄러지듯이 지나가고 다른 손에서는 어머니의 따뜻함을 느꼈다. 자동차는 한강변을 따라 달리다가 양화대교를 건너 달렸다. 그렇게 강인은 자동차를 몰아 신촌에 있는 연세병원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강인은 연세병원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를 하고 그녀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강인은 진료작성을 하여 진료접수처에 등록을 하고는 산부인과 앞에 대기 의자에 앉았다. 진료실 앞에 긴 의자에 나란히 앉은 강인이와 하늘이 그리고 어머니는 간호사가 호명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의 손과 강인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동네 병원에 갔을 때와는 달리 긴장을 했다. 아마도 강인이랑 병원에 왔기 때문인 듯하였다. 아니 그녀는 병원 안에 공기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때에 진료실 문이 열리면서 간호사가 얼굴을 내밀고는 호명을 했다.


“이하늘 씨~”

“예!”


강인이가 대신 대답을 하고는 그녀를 일으켜 손을 잡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어머니도 뒤따라 들어갔다. 간호사는 의사가 있는 쪽으로 안내를 했다. 그리고 그들 옆에 서 있었다. 강인은 하늘을 의사 앞에 의자에 앉히고 그 옆에 의자에 앉았다. 어머니는 그 뒤에 서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여자분이셨다. 의사는 세 분을 돌아보며 말을 했다.


“어머님도 남편도 함께 오셨습니다.”

“사실은 제 아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합니다.”


강인이가 사정을 말해 드렸다. 그러자 여의사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 그리셨군요. 이하늘 산모는 좀 앞으로 다가와 앉으셨으면 합니다.”


강인은 하늘을 일으켜 의자를 당겨 의사 앞에 앉혔다. 의사는 기본적인 체크를 하시고는 몇 마디 말했다.


“여기 오시기 전에 다른 병원에 가셨습니까?”

“예, 며칠 전에 동네 산부인과에 간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의사에게 말했다.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임신한 것 같다고 하시면서 열흘 후에 다시 오시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의사에게 들은 대로 전했다. 의사는 이하늘의 배에 청진기를 대고 살피었다. 그리고는 임신 진단 테스트기로 테스트를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께 몇 가지를 물었다.


“혹시 이하늘 씨께서 어떤 감기증상이라든가 자주 피곤해한다든가 그런 것은 있었습니까?”

“글쎄요, 잘 표현을 하지 않는 편이라서 어찌 알 수가 있어야지요.”

“그럼 화장실을 자주 간다든지 그런 것은 없었습니까?”

“그런 거 같아요. 예전보다 좀 자주 가는 것 같아요.”


하늘이 어머니는 의사의 질문에 신중히 대답을 했다.


“임신 진단 테스트에는 임신이 의심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이에 부부관계는 언제쯤 되는지 아시나요?”

“예,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10월 2일쯤이라고 생각됩니다. 신혼여행 중이었습니다.”


강인은 부끄럼 없이 담담하게 대답을 했다.


“아~ 예. 그러셨군요. 임신의심이 되므로 몸조리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침에 체온도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간호사에게 체온계도 챙겨드리라고 했다. 간호사는 세분을 모시고 의사실로부터 나왔다. 그리고는 처방전과 체온계를 주면서 설명을 했다. 아직은 초기이므로 안정을 취하시고 몇 가지 주의할 점과 필요한 점들을 알려주었다. 하늘은 강인의 손을 잡고서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화창한 날씨를 그녀는 공기를 통해 느낄 수가 있었다.


“날씨가 화창한 것 같아요.”

“응, 너무 좋아~ 가을하늘이라 참 높고 파래요.”


하늘이와 강인이는 차 안에 들어서자 점자로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도 곁에서 둘을 바라보시고 차창 밖으로 하늘을 보려고 얼굴을 창가에 가까이했다. 어머니도 하늘이 푸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둘의 대화 내용을 보시고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동차는 서서히 병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강인은 어머니께 연세대학에서 산책하시면 어떠하시냐고 물었다.


“어머니, 연세대학 캠퍼스에서 잠시 산책을 하시다 가면 어때요?”

“그게 좋겠다. 여기까지 왔는데 하늘이도 좋아할 걸~”

“예, 그럼 연세대학으로 갑니다.”


그리고 강인이의 차는 연세대학으로 들어갔다. 연세대학 캠퍼스 안에는 대학생들이 곳곳에 있었다. 어느 대학생은 잔디에 앉아 공부하는가 하면 어떤 대학생은 햇볕을 받으며 독서를 하고 있었다. 또 커다란 나무 곁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강인은 연세대학 캠퍼스 깊숙이 차를 천천히 몰며 건물 뒤에 주차장에 차를 주차를 했다. 어머니는 하늘을 이끌고 차에서 내렸다. 강인이도 따라 내렸다. 그리고 함께 잔디가 펼쳐져 있는 캠퍼스 길을 걸었다.

한참 길 따라 걷다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자 강인은 한 건물 쪽으로 갔다. 그 사이에 그녀는 어머니의 손과 팔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햇볕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코끝으로 가을의 잔디향기를 맡았다. 그때에 강인이가 커피 세 잔을 들고 왔다. 커피 하나를 어머니께 드리고 하늘이 옆에 앉아 커피든 종이컵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른 손을 뻗혀 강인이의 무릎을 더듬었다. 강인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녀는 커피를 조금 마시며 강인이의 어깨에 살짝 기대었다. 그런 그녀를 강인은 부드럽게 팔로 감싸주었다. 커피 잔을 강인에게 주고 점자로 강인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곳곳에 있는 것 같아요.”

“응, 대학생들이 좀 있어.”


하늘은 듣지도 못하고 볼 수도 없지만 그녀의 코끝으로 와닿는 공기를 통해 주변을 알 수가 있었다. 바람이 살랑 불어와 그녀의 콧등을 치고 귀가를 돌아가다. 강인이가 살며시 그녀의 손에 은행잎 하나를 쥐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은행잎을 요리조리 만지더니 냄새를 맡았다.


“무슨 잎이에요?”

“노란빛 은행잎이야.”

“부드럽고 미끈하며 결이 있네요.”

“그래? 대단해~”


그녀는 은행잎을 자신의 코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았다.


“향기가 없는 편이네요.”

“그래? 단풍은 예쁘던데…….”


하늘이랑 강인이가 서로 대화를 하는 동안 어머니는 커피를 마시면서 캠퍼스 주변을 두루 살피며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과 푸른 잔디가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곳곳에 대학생들이 모여 대화하는 장면을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하늘을 한 번 더 바라보시면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우리 하늘이도 저 대학생들처럼 정상적이었더라면……. 여기 잔디에 앉아 친구들과 대화도 했을 거야.’


어머니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하여 바라보았다. 마치 하나님께 하소연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다시 바람이 불어와 어머니께 무언가 말하려는 듯 살짝 건드리고 지나갔다. 어머니는 손으로 턱을 고이고 하늘이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강인이 어깨에 기댄 채로 마치 하늘을 보는 듯이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강인은 그녀로부터 받은 은행잎을 손으로 만지작하더니 자신의 코에 가져갔다. 하늘이가 말했듯이 은행잎에 냄새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음, 가죽을 만지는 느낌인데……. 냄새도 그렇군!”


강인은 혼자 말하듯이 중얼거렸다. 어머니는 하늘이 손을 잡으며 강인에게 말했다.


“배고프지 않아요? 어디 좋은 대라도 가서 식사를 해요.”

“어머니, 배고프시죠? 요 근처에 대학생들이 잘 가는 곳이 많아요. 그런대로 갈까요?”

“그것도 좋겠군. 하늘이도 좋아할 거야~”


강인은 자리에서 그녀를 일으켜 함께 걸었다. 어머니는 뒤따라 걸었다. 그들은 주차장으로 갔다. 일행은 자동차로 연세대학 근처에 있는 조선의 육개장 식당으로 갔다. 강인은 식당 옆에 자동차를 주차하였다. 낮 시간이라서인지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다. 강인은 하늘이와 어머니를 모시고 식당 입구 쪽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식당의 주 메뉴인 조선의 육개장과 감자전을 주문했다. 감자전을 먹어본 그녀는 갑자기 강인이 손을 잡았다. 맛있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맛있어? 육개장도 먹어봐~”


그녀는 강인이가 덜어준 육개장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했다.


“맛있지?”

“응.”

“어머니, 드셔보세요. 너무 맛있습니다.”


강인은 하늘이 앞에 음식들을 놓아주고 어머니께도 드시라고 권했다. 어머니도 육개장을 먹어보시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참, 맛있네요. 옛 맛이네요.”

“그렇죠? 대학생들도 매우 좋아한답니다.”


하늘이도 강인이도 어머니도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였다. 모처럼 그녀는 새로운 음식에 만족해하고 말끔히 먹었다. 어머니도 만족해하셨다.


“요즘 대학생들을 멋있어요. 옛 음식도 좋아한다니 기쁘네요.”

“그럼요. 역시 한국인이지요. 어디 가나요?”


식당을 나온 이들은 다시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집안으로 들어서자 강인이의 품에 폭 안겼다. 강인이도 그녀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오늘 그녀는 강인이랑 함께 병원에 다녀온 것을 매우 기뻐하였다. 이제 하늘이도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어머니와 산부인과에 갔을 때에는 그녀는 그저 마음이 덤덤했었던 것이다. 아니 덤덤하였다고 하기보다는 아기를 갖게 되나 하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강인이랑 병원에 갔을 때는 이제 강인이의 말대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게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하늘이가 집안에 들어서자 강인이 품에 안기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니는 간편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왔을 때에는 강인이와 하늘이는 방으로 들어가고 없었다. 어머니는 주변을 둘러보신 후에 부엌으로 갔다. 방 안으로 들어온 강인이와 하늘이는 간편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침대 옆 소파에 둘은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강인이의 얼굴을 더듬으면서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

“아니야, 당신이 수고했어.”

“나, 오늘 학교 캠퍼스에서 아기를 보았어!”

“응? 아기를 보다니?”

“당신에게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았어.”

“그래서…….”

“파란 하늘에 방긋 웃는 아기를 보았어.”

“아들이야? 딸이야?”

“글쎄요. 뭐가 아들이고 딸이야?”

“아~ 당신은 잘 모르겠구나!”


강인은 하늘이가 한 번도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어떤 모습이 아들인지 딸인지를 구별할 수가 없었겠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때에 어머니가 과일주스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놓으시며 말했다.


“피곤하겠다. 과일주스이니 마시며 대화를 나눠요.”

“어머니, 하늘이가 캠퍼스에서 하늘에 아기를 보았다고 해요.”

“뭐라고? 아기를 보았다고?”

“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방긋 웃는 아기가 있더래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늘에게 태몽 같은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태몽이요?”

“그런 셈이지.”

“그런데 아들인지 딸인지를 알 수 없다 네요.”

“그럴지도 모르죠.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어찌 알까요?”

“네, 그렇죠?”


어머니는 급히 방을 나왔다. 그리고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하나님께 감사의 눈물을 흘리셨다. 한편 방안에서는 강인이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는 그녀의 손등에 입 맞추었다. 그리고 점자로 그녀에게 말했다.


“여보, 하나님께서 당신께 응답하셨나 봐요.”


그러자 그녀는 강인이 가슴에 깊이 얼굴을 파묻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강인이도 그녀의 얼굴을 두 팔로 감싸며 감사의 눈물을 흐리고 있었다. 어찌 두 사람은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하나님이 이처럼 두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잠시 자신이 어머니 배속에 있었던 일들이 기억이 났다. 그때는 하늘이도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하늘은 강인이 가슴에 다시 얼굴을 파묻고는 한참 동안 흘쩍이었다.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하늘은 어깨가 들썩거리고만 있었다. 강인은 그녀의 이런 행동에 대해 놀랐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토록 하늘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강인이도 저절로 눈물이 났다. 그렇게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그녀는 그만 지쳐서 잠이 들어버렸다. 강인은 가만히 그녀를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침대에서 잠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강인은 살며시 자리를 피해 방을 나왔다. 거실로 나온 강인은 소파에 앉아 계신 어머니를 보고 그 옆에 다가가 앉았다. 어머니도 옆에 와 앉은 강인을 돌아보며 두 손으로 강인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고맙네, 하나님께도 감사하고 우리 강인에게도 감사한다네.”

“어머니, 저도 감사해요.”

“처음 하늘이를 가졌을 때에는 깜깜한 방 안에 홀로 있는데 문틈으로 실 같은 빛이 비치었던 꿈이 너무나 선명하여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었지요. 이것이 태몽인 줄을 몰랐어요. 후에 하늘이를 낳고서 하늘이 아빠에게 말했더니 그것이 태몽이라고 하여 알게 되었다네.”

“아~ 그래서 하늘은 태어날 때부터 어둠 속에 있는 거였네요?”

“처음에는 몰랐지요. 의사 선생님도 아기가 태어나면 운다고 하셨는데… 하늘은 울지 않았어요. 의사 선생님도 당황했지요. 그러나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시고는 제 옆에 아기를 놓아주셨어요.”

“울지 않았다고요? 왜 그랬을까요?”

“저도 몰랐지요. 나중에야 알았어요.”

“무엇을요?”

“하늘이가 볼 수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나중에는 듣지도 못한다는 것도요. 그리고…”

“그리고요?”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도요.”

“아~ 그럼 하늘이가 볼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울지도 못했다는 것이었네요?”

“그래요. 배가 고프면 울어야 하는데, 울지도 않았어요. 처음엔 몰랐지요. 이상하다 생각되어 병원에 가서야 알게 되었지요.”

“많이 놀랐겠습니다.”

“앞이 깜깜했어요. 많이 울었지요. 하늘이 아빠가 아니었으면 까닭을 몰랐을 거예요.”

“무슨 까닭을요?”

“저희는 깨달았지요.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요.”

“하나님의 뜻이요?”


강인은 놀라고 흥분되어 다그치듯이 물었다.


“저희도 잘은 몰라요. 하늘이는 알 거라고 봐요. 아니 살아오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더군요.”

“아~ 저도 공원에서 하늘 씨를 보았을 때에 뭔가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어요.”

“하늘을 키우면서 하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아~ 하나님의 은혜였구나 하고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지금 저도 하나님의 은혜이라고 말씀을 드리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강인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어머니는 강인이의 눈물을 보더니 그만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어찌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다 헤아려 알 수 있을까? 하늘이 부모님은 하늘을 키우면서 조금씩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무엇을 깨달았을까? 온전한 아이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나 하늘이 부모는 하루하루 하늘을 키워가면서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인지를 깨달아갔던 것이다. 하늘이의 축복은 이 땅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부모는 차츰 깨달아갔던 것이었다. 그러므로 오늘날까지 부모는 하늘을 키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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