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어둠 속에 하늘은 무더위를 느끼며 부어오른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하늘이 옆에는 태어난 지 7일이 된 아기가 함께 있었다. 이미 해는 하늘에 떠오른 지 오래다. 강인은 일찍 일어나 창문들을 모두 열어 놓았다. 그리고 선풍기를 틀어 환기가 잘 되도록 배치해 놓았다. 하늘이와 아기가 나란히 누워있는 침대 쪽으로 선풍기 바람이 솔솔 불었다. 오늘은 강인이가 월차로 출산휴가를 신청하였기에 출근하지 않았다. 하늘이 어머니는 산모 하늘이를 위해 미역국을 준비하였다. 아침 식사로는 식구들 모두가 함께 미역국을 먹었다.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는 출산한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도록 하고 있었다. 미역국은 피를 맑게 해주기도 하고 부기도 빠지게 해 준다고들 말한다. 또한 자궁수축에도 좋으며, 모유가 잘 나오게 해 주며, 그 외에도 철분과 칼슘과 요오드가 풍부해 산모에게 부족한 것을 보충해 준다고들 말한다. 강인은 하늘이 어머니께서 미역국을 요리하는 것에 매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 미역국을 직접 요리해 보고 싶소?”
“아~ 예, 저의 어머니께서는 제 생일날엔 꼭 미역국을 끓여주셨어요. 그런데 어머님께서도 참 맛있게 미역국을 끓이시는 것 같습니다.”
“고마우이. 칭찬까지 해주다니……. 한번 해보실래요?”
“예, 감사합니다. 사실 하늘에게 제가 미역국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군요. 마음씨도 고우십니다.”
강인은 하늘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직접 미역국을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소고기와 마늘과 간장을 넣고 들기름으로 살짝 대쳐 고기가 익을 때에 미역을 넣어 같이 볶아 주었다. 그리고 다시마와 멸치로 우려낸 물을 적당히 넣어주고 소금을 조금 넣어 끓였다. 거기에 다시 사골육수를 넣어주어 미역이 부드럽게 되도록 끓여주었다. 이때에 하늘이 어머니께서 맛을 보시고 만족해하셨다. 그리고는 액젓을 조금 넣어주셨다. 강인이도 맛을 보라고 하시며 어머니는 국자로 조금 국물을 떠 주셨다.
“어머니, 맛있는데요?”
“그렇죠! 맛있게 되었네요. 잘하셨어요.”
강인은 매우 기뻤다. 강인은 들뜬 마음으로 미역국과 함께 점심식사를 준비해서 하늘이와 아기가 있는 방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하늘이의 몸을 일으켜 앉히고는 앞에 이동식 식탁을 놓았다. 하늘이는 천천히 강인의 도움을 받으며 미역국을 먼저 떠 마셨다. 강인은 하늘이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마음에 드는지 밝은 표정을 짓더니 맛있게 미역국으로 다 먹었다. 그러자 하늘이 곁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강인은 하늘이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래서 강인은 식탁을 옆자리에 옮겨 놓고는 바로 점자판으로 하늘에게 말을 했다.
“어때? 맛있었어?”
“응, 아침에 먹은 거랑은 다르지만 맛있었어요.”
“이 미역국을 내가 만들었어. 어머니가 도와주셨지만 말이야.”
“그래요? 고마워요.”
“앞으론 미역국을 내가 만들어 줄 거야. 괜찮지?”
“좋아요. 당신의 사랑이 담겨있으니깐.”
강인은 너무나 기뻐서 하늘이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식탁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하늘은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늘이 옆에 누워있는 아기도 눈을 좌우로 움직이더니 입술을 오물오물하며 살짝 미소를 지는 듯하였다. 하늘이도 아기를 품에 안아 젖을 먹이며 아기처럼 눈을 좌우로 움직이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하늘이는 아기와 대화를 하는 듯이 보였다.
“아가야, 너도 그랬구나. 눈앞에서 밝은 흰빛과 어둠이 춤을 추듯이 보였지. 그래 나도 그랬었단다. 그리고 반가운 소리를 들었지? 태중에 있을 때에 들었던 소리들……. 참 반가웠지. 그래서 너도 미소를 지었구나.”
하늘은 그렇게 마음의 소리를 아기와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도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젖을 먹다 말고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먹기 시작했다. 하늘이도 아기가 젖을 먹다 잠시 멈춘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아가야, 네 냄새가 참 좋구나. 내가 직접 널 볼 수는 없지만 손으로 너를 잘 기억할 거야.”
하늘은 젖을 먹고 있는 아기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지금 내 심장소리를 듣고 있지? 나도 그랬단다. 엄마의 심장소리를 잊지 않았단다. 너도 나의 심장소리를 잊지 않겠지?”
아기도 그렇겠다는 것처럼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젖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씩씩하게 엄마의 젖을 먹은 아기는 젖꼭지를 빼고 잠이 들었다. 엄마는 아기가 잠든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아기가 자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기를 옆 자리에 조심히 내려놓아 바르게 눕혀주었다. 아기는 잘 자다는 듯이 쌔근쌔근 숨소리까지 냈으나 산모는 듣지 못하였다. 하지만 산모는 아기의 가슴에 자신의 손을 살짝 얹히고 아기의 숨소리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 겨우 칠일이 되었지만, 아기는 조금씩 바깥세상을 알아가고 있었다. 아기는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을 느끼고는 살며시 웃고, 따스한 햇볕이 얼굴에 와닿으면 또다시 살며시 웃는다. 그리고 아기는 눈앞에 밝은 빛과 어둠이 춤추는 것들을 바라보며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곤 하였다. 또 아기는 친근한 소리를 듣고 미소 짓기도 했다. 때로는 엄마의 품에 안긴 채로 있을 때나 엄마의 젖을 먹을 때에는 엄마의 숨소리를 아기는 듣는다. 그리고 태중에 있을 때에 천둥 같은 엄마의 숨소리를 비교하기도 한다. 한편 아기는 엄마의 냄새를 맡으며 평안함을 얻기도 한다.
이제 하늘은 아기를 팔로 안아 품고는 아기와 함께 잠이 들었다. 잠시 후에 강인이가 조용히 들어와 잔잔한 첼로연주곡을 틀어주었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아기를 품고 자는 산모 하늘을 한참 동안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잠결에 강인이가 옆에 있는 것을 알아채고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강인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하늘이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하늘이도 강인이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살며시 끌어당겼다. 강인은 마지못해 하면서 침대 위 하늘이 옆에 살짝 누웠다. 사실 강인은 하늘이 옆에 눕고 싶었었다. 하늘은 강인이가 옆에 눕자 몸을 돌려 강인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강인이도 하늘이 얼굴을 감싸며 끌어안았다. 강인은 가슴에 얼굴을 묻힌 하늘이의 입술이 계속 움직임을 느꼈다. 그러나 강인은 그대로 잠잠히 있었다. 아직 해가 서쪽으로 기울지 않은 시간이었다. 강인은 눈길을 창가로 향하여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혼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푸른 하늘을 하늘이도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 혼자만 보고 있으니 참 쓸쓸하기만 하다.’
하늘이도 강인이 품에 안긴 채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하늘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지도 모른다.
‘주님, 오늘은 저 혼자가 아닙니다. 제 곁에는 아기가 누워있으며, 또 제 남편 강인이도 있어요. 저는 이 두 사람의 심장소리를 느끼고 있어요. 아기도 저의 심장소리를 듣겠지요. 저도 그때에는 엄마의 심장소리를 느끼고 있었어요. 그때에는 참 평안했어요. 여기 제 아기와 남편 강인이도 지금쯤 평안하겠지요.’
이때에 하늘은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하늘아, 너는 참으로 나의 사랑스러운 자녀란다. 너는 좋은 땅에 심은 씨앗과 같단다. 그 씨앗은 싹을 트고 고운 잎을 내었지. 이 싹을 본 두 사람은 너무나 행복해하였단다. 그 두 사람은 싹을 잘 가꾸어 한 그루의 나무가 되게 하였단다. 이제 그 나무에는 새들도 깃들고 아이들도 모여들게 될 거란다.”
“주님, 저를 복되게 하심을 잘 알아요.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세상을 본 적은 없지만, 저로 하여금 세상을 알게 하신 분은 주님이셔요. 제가 모태에 있을 때에는 어머니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어요. 어머니가 성경을 읽는 소리도, 주님을 찬양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어요. 지금도 제 귀에는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그래 너는 모태에서부터 나를 알았지. 그러나 나는 창조 때부터 너를 알았단다.”
“주님! 감사해요. 좋은 부모님을 제게 주시고, 좋은 남편도 주시고……. 이제 제게 아들을 주셔서 감사해요.”
“너의 마음을 내가 다 알고 있단다. 네가 세상을 보았더라면 나를 잊었을 것이다. 네가 세상을 볼 수 없었기에 나를 일찍이 알게 되었던 것이란다.”
“주님! 그래서 주님께 감사를 드려요. 제가 세상을 볼 수 없어도 저로 세상을 잘 알게 해 주신 분도 주님이시죠. 세상 사람들은 세상을 볼 수 있어도 그 마음은 어둠에 있지만, 그러나 저는 세상을 볼 수는 없지만 마음은 늘 빛 가운데 있었어요.”
“알고 있단다. 이제 너의 글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나의 자녀들이 그 글들을 읽을 것이다.”
“주님이 제게 주신 말씀들이에요.”
“너는 다른 선지자들처럼 내가 너를 불러 택한 것이다. 이제 너의 아들이 그 일을 행할 것이다.”
“주님, 저는 부모님께도 빗진 자요. 남편에게도 빗진 자인데……. 제 아들에게까지 빗진 자가 되게 하시나요?”
“아니다. 아무도 빗진 자는 없다. 그들의 몫(달란트)인 것이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남은 하늘 아버지의 뜻이며,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몫이 있단다. 어떤 사람은 다섯 달란트, 어떤 사람은 두 달란트, 어떤 사람은 한 달란트가 있단다.”
“주님, 저의 달란트는 어떤 가요?”
“하늘아, 너는 잘하고 있단다. 충성된 종은 주인을 믿으며 불평하지 아니하고 긍정적으로 순종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너는 이제 네 아들과 앞으로 20년을 함께 할 것이다.”
“아~ 주님의 뜻대로 하셔요. 제 아들 광일에게도 복을 내려주셔요.”
강인은 하늘이가 오랫동안 혼자 입술로 무엇인가 말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며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에 하늘은 강인이의 품에서 벗어나 자세를 바로 하고 누웠다. 그리고 강인이의 손을 잡고 무엇인가 쓰려고 했다. 그러자 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점자판을 가져왔다. 그리고 하늘에게 말했다.
“당신은 혼자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
“주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광일이 하고는 이십 년을 함께 지낼 거래요.”
“응? 이십 년? 그럼 광일이가 스무 살에 결혼을 하게 되나?”
“글쎄요. 나중에 알게 되겠지요.”
하늘은 강인이와 그렇게 침대에 아기랑 함께 누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누워있었다. 강인이도 출산휴가를 얻어 아내 하늘이랑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지금은 하늘이랑 아기와 같이 이렇게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있는 것이 강인은 너무나 행복해하였다. 오래전 강인이가 어릴 적에 홀로 계신 어머니와 이불 위에 나란히 누워있었던 것들이 강인은 생각이 났다. 언제나 자상하시고 하나뿐인 아들 강인을 극진히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어머님이 솔솔 생각이 나고 있었다. 강인은 살며시 하늘이의 손을 가슴에 가져가 끌어안았다. 그때 어머니의 손을 끌어안았던 것이 강인은 생각이 났던 것이다. 또 하늘이의 손을 강인이의 자신의 얼굴에 가져가 대고 있으니, 부드러운 어머니의 손을 얼굴에 대고 있을 때에 느꼈던 것처럼 하늘이의 손에서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강인은 순간 하늘이의 손을 어머니의 손으로 착각을 했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면서 하늘이의 어머니께서 들어오셨다.
“셋이 그렇게 나란히 누워 있으니 보기가 좋아요.”
어머니가 말을 하자 강인은 잠에서 깨어난 듯이 눈을 떴다. 그리고 상반신을 일으켜 앉았다. 강인이 옆에 누워 있는 하늘이와 아기는 세상모르게 눈을 감은 채로 있었다. 아기는 너무 평안한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하늘은 아기를 팔베개한 채로 그대로 있었다. 사실 하늘은 자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들어온 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어머니, 죄송해요. 우리만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하고 누워있었습니다.”
“아닐세, 더 누워있게나. 하늘이도 좋은가 보네.”
그리고는 어머니는 조용히 산모의 방을 나오셨다. 거실에 소파에 앉아 있던 하늘이의 아버지는 신문을 보시고 계셨다. 하늘이의 아버지 곁에 가만히 가서 앉으신 하늘이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여보, 애들이 침대 위에 셋이 나란히 누워 있는데, 보기가 너무 좋아요.”
“그래요? 어쩐지 너무 조용하다 생각을 했었지. 다행히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서 그리 덥지는 않아 좋네.”
“그래요. 오늘이 7월 17일이 되는데도 날씨가 너무 맑고 푸르죠?”
“그렇군, 오늘이 마침 제헌절이군. 국경일로써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날인거지. 참 태극기를 걸어놓았나? 깜빡했네.”
“어머, 저도 깜빡했어요. 온통 우리 손자 생각에만 빠져있었네요.”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에 있는 진열대에서 태극기가 들어있는 상자를 가져왔다. 아버지는 태극기를 받아서는 창가로 가서는 태극기를 창문기둥에 태극기걸이대에 걸었다. 그러자 태극기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반기는 것이었다. 하늘이가 있는 방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강인이가 나왔다. 그리고 벽시계를 바라보니 어느덧 시계의 바늘이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강인이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창밖을 바라보던 강인은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말했다.
“아버님, 오늘이 무슨 나리죠? 태극기가 걸려 있어요.”
“오늘? 제헌절이라네.”
“아하! 제헌절 이었군요. 전혀 몰랐습니다.”
“허허, 당연하지. 온통 하늘이와 아기 생각뿐일 텐데…”
강인은 멋쩍은 듯 손을 머리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창가로 가서는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더욱 파란 하늘이 강인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 우리 아내 하늘이도 저 푸른 하늘을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마음으로 속삭이며 하늘이 몫까지라도 더 바라보아야겠다는 듯이 강인은 계속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에 하늘이 어머니께서 강인을 불렀다.
“이리 와요! 시원한 식혜를 드세요.”
강인은 소파 옆에 있는 보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하늘이 어머니께서 주신 식혜를 마셨다. 한편 방안에 침대 위에 아기를 품고 깊이 잠이 들었던 하늘은 아기의 움직임을 느끼고는 잠에서 깨어났다. 어느덧 창밖에는 하늘이 붉은빛으로 변해져 가고 있었다. 산모는 아기의 얼굴과 손을 만지며 아기의 귀에 대고 무엇인가 말하는 듯이 하고 있었다. 아기는 붉은빛 하늘을 아는 듯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얼굴을 창가로 향하기도 했다. 산모는 아기의 얼굴이 창가로 향하고 있음을 눈치채고는 산모도 아기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맞대고는 창가로 향하고 있었다.
“아가야, 너는 저 하늘을 보고 있니? 서서히 시원한 바람을 우리에게 보내주고 있지. 엄마는 아직 저 하늘을 본 적이 없단다. 너는 꼭 저 하늘을 보고 엄마에게 말해주겠지. 넌 내 몸 안에서 이백팔십일을 함께 있었지. 그때에 너는 볼 수도 없었지. 나처럼 말이야. 하지만 너는 모든 걸 듣고 있었지. 나의 숨소리, 심장소리, 그리고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너는 들었지. 지금도 너는 무엇인가 소리를 듣고 있겠구나. 엄마도 너처럼 나의 어머니 몸속에 있을 때 들었던 모든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단다. 숨소리, 심장 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들도 들었단다.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들었단다. 마치 천상에 소리처럼 말이다. 그런데 자꾸 들으니깐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게 됐지. 아가야~ 넌 지금도 몸속에 있을 때 일들을 기억하고 있니? 아니겠지. 지금은 더 많은 소리를 듣겠지. 그리고 숨을 쉬며 코로 들어오는 공기를 느끼고 있겠지. 나도 그랬단다. 태어났을 때에 숨을 들이쉬며 놀랐지. 공기에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지. 시원한 공기, 훈훈한 공기, 어떤 특징을 갖는 공기, 처음에는 그냥 느꼈을 뿐이었지. 차츰 그 느낌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단다. 너도 그리될 거야. 지금은 엄마의 냄새를 맡고 있니? 나도 제일 먼저 알게 된 냄새가 엄마의 냄새였단다. 엄마는 늘 내 옆에 있었단다. 나도 네 옆에 항상 있을 거야.”
하늘은 무엇인가 아기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이 하더니 슬며시 잠이 들었다. 아기는 잠든 엄마 쪽으로 얼굴을 돌려서는 한참이나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는 아기는 엄마를 바라보는 것처럼 얼굴을 위로 향하고는 입술을 오물오물거렸다. 아마도 아기는 엄마에게 뭔가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