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9. 아기가 사십 일째 되는 날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19. 아기가 사십 일째 되는 날


모두 잠든 이른 새벽이었다. 창가에는 밝은 보름달이 방안을 들어다보고 있었다. 일찍 잠이 깬 아기는 창밖에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뭘 아는지 아기는 방긋 웃었다. 하늘과 강인은 아직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하늘의 어머니는 살며시 방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 옆 탁자에 아기에게 필요한 것들을 놓고 나가려다 말고 깨어있는 아기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쩜 그렇게 조용히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늘의 어머니는 생각을 하면서 서 있었다. 마침 어머니는 하늘이의 아기였을 때가 생각났던 것이다. 그때에 하늘이도 잘 보채지도 않았으며 일찍이 깨어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조용히 있었던 것을 하늘의 어머니는 생각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늘의 어머니는 그렇게 머뭇하다가 곧 밝은 표정을 지으며 아기에게로 다가갔다. 달을 보며 빙그레 웃던 아기는 할머니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지 웃음을 멈추었다. 하늘의 어머니는 아기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살며시 아기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아기는 뭔가 아는 듯이 빙그레 웃었다. 하늘의 어머니는 아기의 웃음을 보고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저는 이십 년 전에 이하늘을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는 하늘이가 앞을 볼 수 없는 줄을 몰랐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날이 밝아오면 하늘이도 깨어나 방그레 웃기도 하였으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엇인가 보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지금 이 아기에게서도 똑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기만은 반듯이 앞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주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하늘의 어머니는 기도를 마치고는 다시 아기를 바라보다가 옆 침대에 나란히 잠든 하늘과 강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만히 자리를 떠나 방을 나왔다. 아기는 다시 달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으며 손과 다리를 들어 흔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살며시 아기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파닥파닥 손발을 흔들던 아기는 엄마의 손이 몸에 와닿자 조용해졌다. 그녀는 아기가 깨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아기를 끌어당겨서는 탱탱해진 젖가슴을 풀어 아기의 입에 물렸다. 아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열심히 엄마의 젖을 빨았다. 그렇게 아기가 엄마의 젖을 빨며 먹는 동안 그녀는 아기 쪽으로 얼굴을 향한 채로 그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엄마의 배속에 있을 때는 배고픈 줄을 몰랐다. 어느 날 그녀는 어둠으로 밀려감을 느끼고는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한 순간 의식을 잃고 죽음을 느낀 그녀는 누군가의 손에 있었다. 잠시 후에 그녀는 의식이 돌아왔다. 다시 살아난 것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깨어난 그녀는 따뜻한 엄마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배고픔을 느꼈다. 무엇인가 그녀의 입술에 와닿았고 입안으로 들어오자 본능적으로 젖을 빨기 시작했다. 그때에 그녀는 배고픔이 가시고 평안함을 느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젖을 먹고 있는 아기도 자신처럼 그러하겠지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인이가 몸을 뒤적이며 깨어났다. 일어나 앉아 그녀와 아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손이 강인이의 손을 찾아 강인이의 몸을 더듬었다. 강인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어느덧 달을 가버리고 해가 슬그머니 방안을 비추었다. 창밖에 푸른 하늘을 바라보던 강인은 그녀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 소파에 앉아 계신 아버지는 신문을 보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침식사 준비일로 부엌에서 일하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잘 잤는가?”


아버지는 짧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신문의 다음 쪽을 여셨다. 강인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강인을 향해 쳐다보며 웃으셨다. 어머니는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 두 사람이 자고 있던 모습을 생각하셨던 것이다. 강인은 어머니 쪽으로 걸어가서는 어머니를 뒤에서 안았다. 깜짝 놀란 어머니는 그릇을 떨어뜨릴 뻔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강인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어머니는 죄진 사람처럼 당황했다. 마음속으로 방에 들어간 것을 알았나 하고 중얼거렸다.


“오늘은 오후에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준비하셔도 됩니다.”


강인은 일찍 출근하지 않는다고 다시 강조했다. 전날에 이미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었다.


“참, 그렇군요. 깜빡했어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서 안심이 되었는지 서둘러 준비하던 일을 천천히 하기 시작했다. 강인은 세면실로 들어갔다. 아침식사 준비를 다 하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식사하시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그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기에게 젖을 다 먹인 그녀는 아기를 토닥거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간 어머니는 아기가 자는 모습을 잠시 보더니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와 함께 방을 나왔다. 그리고 식탁으로 바로 가서 앉았다. 강인이도 벌써 자리에 와 앉아 있었다. 오늘 아침식사의 메뉴로는 시래기된장국과 시원한 물김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소고기 장조림이 놓여 있다. 물론 그 외에도 늘 먹는 잔 반찬들이 함께 놓여 있다. 서로서로 손잡고는 각자 식사기도를 한 후에 즐거운 식사를 했다. 강인은 그녀의 곁에 앉아 장조림을 발라주었다. 특히 시래기된장국을 그녀가 좋아하기 때문에 어머니는 시래기된장국을 준비하신 것이다. 그녀는 시래기된장국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맛도 좋아하지만 혀끝에서 느끼는 시래기를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초목들을 음미하며 눈으로 보는 듯이 기뻐했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들을 눈으로 볼 수 없었다. 어릴 적에 어머니와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면 흙냄새와 초목들의 냄새를 맡으며 기뻐했고, 손으로 나무들과 풀들을 만지며 흥분하듯이 기뻐했었다. 그러던 그녀는 시래깃국을 먹으면서 혀에 와닿는 촉감들로 무의 줄기와 질감을 느끼며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에 그녀는 강인과 아버지와 함께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잠시 후에 어머니가 차를 준비해 오셨다. 그리고 시원한 수박화채도 함께 탁자 위에 놓았다. 그녀는 차를 마시며 아버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아버지도 하늘이의 어깨를 손으로 감쌌다. 그녀는 얼굴을 아버지 쪽으로 돌려 아버지의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오늘은 유난히 아버지가 그리웠는지 그녀는 한참 그대로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종종 아버지의 냄새를 맡아보곤 했었다. 그녀는 눈으로 한 번도 아버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늘은 아버지의 냄새를 참 좋아한다. 특히 그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그리워할 때면 자신을 낳아준 육신의 아버지의 냄새를 통해 느끼곤 하였다. 그녀가 아는 지식은 성경의 말씀뿐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 그녀는 한글을 깨친 후에는 오직 점자성경을 읽으며 뜻을 이해하려고 힘썼던 것이다. 성경은 그녀에게는 유일한 세계인 것이다. 사실 그녀가 지식을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어머니의 노력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녀가 말씀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성령의 도우심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거실 창문에 서 있을 때에 그녀는 잠시 눈이 열려 하늘과 구름과 해를 보았었고, 나무들과 집들과 사람들이 길을 걸어가는 모습도 보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부모의 얼굴도 남편의 얼굴도 보지는 못했다. 어머니는 그녀가 아버지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그녀의 이러한 행동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점자판으로 뭐라고 쓰고는 강인에게 건네주었다. 강인은 점자판의 글을 보았다.


“지금 하늘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다오.”


마침 강인이도 하나님 아버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처럼 평온한 시간을 강인은 가진 적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식사 후에 거실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한산한 시간을 가지니 강인은 저절로 하나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주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여기에 하나님의 은혜를 봅니다. 이제 제게도 사랑할 만한 분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강인은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오면서 어머니의 신앙을 늘 지켜보며 자랐었다. 일찍이 어릴 때에 육이오 전쟁 속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잊은 적이 없었던 강인이었다. 북한 괴뢰군들이 후퇴하면서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끌고 후퇴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인이의 아버지를 그렇게 인민군들이 북으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삼 년 전에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셔서 하늘나라로 가신 후 강인은 더욱 믿음에 매달렸던 생활이었다. 그러던 중에 어느 날 꿈속에서 한 공원을 거닐다가 벤치에 앉아 있는 여인을 만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날 강인이 마음에서 소리가 들려왔었다.


‘너는 왜 집안에 있느냐? 어서 공원으로 가라!’


강인은 할 수 없이 집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강인은 공원을 산책하던 중에 정말 꿈속에서 본 벤치에 앉아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그 순간 강인은 하나님의 뜻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강인은 용감하게 그 여인이 앉아 있는 벤치에 살그머니 앉았던 것이다. 그것이 만남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여인은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강인은 당황하였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인의 어머니에게 명함을 주고 돌아왔다. 얼마 후에 그 여인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강인은 이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하고 생각하며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여인을 찾는데도 우연처럼 생각되었으나 하나님의 뜻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강인은 그 여인에게 청원을 했다. 그 여인은 삼 일 후에 허락을 했다. 강인은 너무나 기뻤다. 곧 강인은 그 여인과 결혼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 여인은 바로 이 하늘이었다. 그 여인은 강인의 아들을 낳아준 이 하늘이었다. 지금 강인은 사랑하는 하늘과 그녀의 부모와 함께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있는 것이었다.

오늘은 모처럼 하늘이의 아버지가 일이 없으셔서 집에서 쉬는 날이었다. 강인이도 오후 늦게 출근하는 날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된 강인은 이렇게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홀어머니와 지냈던 강인은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아버지를 잃고 난 후에 더욱 믿음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힘들게 살아오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강인은 잊을 수가 없었다. 강인이의 어머니는 한 번도 강인이의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기를 쉰 적이 없었다. 강인이의 어머니는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도하셨으며, 믿음을 잃지 않게 되기를 기도하셨던 것이다. 그렇게 삼십 년 가까이 강인과 살아오신 강인이의 어머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강인에게는 사랑하는 하늘과 그녀의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생각하였던 것이다. 또는 하늘에게서 사랑스러운 아들을 주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강인은 그녀를 데리고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아기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침대 옆으로 다가간 그녀는 아기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자 아기에게 손을 내밀어 더듬어 살폈다. 그리고 그녀는 아기 옆에 앉았다. 그녀는 머리를 숙여 아기에게 얼굴을 가까이하고는 부드럽게 손으로 아기의 몸을 샅샅이 만지더니 아기의 손을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대고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옆에서 지켜보던 강인도 그녀를 도와 아기 옆에 눕혔다. 아기 옆에 누운 그녀는 손을 저으며 강인을 찾았다. 강인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점자판으로 말을 했다.


“오후에 난 출근을 해!”

“지금은 내 곁에 있어줘요.”

“그래요.”


강인은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녀는 생각이 많은 것 같았다. 그녀는 결혼 전에는 늘 주님을 생각하며 부모의 도움으로 단출한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랑할 수 있는 남편인 강인과 사랑하는 아기가 자신 옆에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너무나 큰 변화였던 것이다. 그녀는 한 손으로는 아기를 안고 있으며 다른 손으로는 강인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잔잔한 음악 소리가 방안을 가득히 채워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오직 아기를 위한 음악이었다. 강인은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듣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갔다. 해는 중천을 조금 지났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2시가 되었다. 어머니는 아침식사를 늦게 하였기에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 점심식사를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하늘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서니 너무 조용했다. 침대 쪽으로 다가가니 아기는 깨어 있었다. 두 사람은 잠이 깊이 들었는지 꼼짝을 하지 않고 누워있다. 어머니는 먼저 아기에게 다가가 아기 손을 잡고 흔들어 주었다. 그러자 아기는 방긋 웃었다. 어머니는 자고 있는 두 사람을 깨웠다. 강인은 후다닥 일어나 앉았다.


“몇 시죠?”

“오후 2시 좀 지났네.”

“그만 잠들었나 봅니다. 출근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강인은 어머니께 혼자 말하듯 말하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세면실로 갔다. 그녀도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옆에 어머니는 앉아 그녀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젠 그녀도 아기에게 자연스럽게 젖을 잘 먹이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의 손에 점자판에 쓴 글을 건네주었다.


“아기에게 젖 먹이고 식탁으로 오렴.”

“네.”


어머니는 방을 나와 식탁 위에 차려놓은 음식들을 다시 정리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다가가 식사를 하시라고 말했다. 강인은 세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강인은 그녀를 데리고 함께 나왔다. 그녀는 아기를 안은 채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아기의 등을 가볍게 토닥토닥해 주고 있었다. 아기가 트림을 하자 어머니가 아기를 건네받았다, 강인은 그녀와 점심식사를 마치고는 방으로 함께 들어갔다. 잠시 후에 강인은 출근할 차림으로 그녀와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강인은 아기에게 다가와 아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아기는 방긋 웃었다. 그리고는 부모님께 인사의 말을 했다.


“아버님, 어머님, 하늘이랑 아기를 잘 부탁합니다. 전 사흘 후에 오겠습니다.”

“염려 말게나. 몸조심 잘하게나. 주님이 함께 하시길 기도하마.”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강인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현관으로 갔다. 그녀도 뒤따라 나섰다. 어머니도 아기를 안은 채로 그녀의 뒤에 서있었다. 강인은 크게 인사를 하고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열고 닫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녀는 현관 벽에 대고 있던 손에서 진동을 느끼고는 강인이가 집을 나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돌아서는 그녀는 아버지의 품에 안기었다. 아버지는 당황하며 하늘을 안아주었다. 이 광경을 바라본 어머니는 눈시울을 적시었다. 그녀가 아기를 가진 후로는 자주 아버지를 찾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하늘이가 아기를 가진 후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하늘의 어머니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살아온 것이다. 그러니 늘 자신만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기를 얻고부터는 자신이 아닌 아기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어머니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임신 중에서부터 아기와 자신을 혼동하고 그랬던 것이다. 때로는 아기가 자신이기도 하고 자신이 아기이기도 하는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그녀는 아기가 자신처럼 될까 봐 염려하는 마음도 컸다. 그동안은 그녀는 크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단지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현실을 잘 이해하고 견뎌온 것이다. 그녀는 하나하나 이해를 하며,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으로 너무나 기쁘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기만을 생각하는 그녀는 더욱 아기와 자신을 자꾸만 비교하게 되고,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더욱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육신의 아버지를 찾았고, 아버지의 냄새를 그리워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그녀를 눕혔다. 그리고 아기를 그녀의 옆에 뉘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도 그녀를 일으켜 안았다. 하늘이의 눈에서 눈물을 어머니는 보았던 것이다.


‘하늘아, 모든 것을 감사하여라. 너를 낳은 이 어미는 더욱 마음이 아프단다.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잘 안다. 네가 얼마나 외로워했는지도 잘 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니? 하나님은 너를 너무나 사랑하셨기에 이 세상의 어둠을 보게 하고 싶지 않으셨던 거야. 오직 너를 우리에게 보내주신 이유는 우리를 위로함이었던 거란다. 고향을 떠나 피난길에 아들을 잃은 아픔을 아신 하나님은 너를 통해 위로받게 하셨고, 너를 통해 은혜를 받게 하셨던 것이란다. 지금은 너를 통해 자식을 주심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거란다.’


어머니는 그렇게 애통하는 마음으로 혼자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녀의 귀가 열려 어머니의 애통해하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어머니를 더욱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어머니, 저도 알고 있었어요. 제가 왜 어머니에게 온 이유를 알고 있었어요. 저를 오늘날까지 있게 한 어머니의 수고가 어떠했는지도 알고 있었어요. 또한 두 분이 저를 통해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도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도 알고 있었어요. 그러므로 저는 행복했어요. 오히려 세상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창조주 하나님이 우리에게 볼 수 있는 눈을 주시고,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시고, 말할 수 있는 입을 주신 이유를 세상 사람들은 모르고 있어요. 그들은 볼 수 있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그들은 말할 수 있는 입을 가졌어도 제대로 말할 줄을 모르고 살아요. 세상 사람들은 어둠 속에 살면서도 어둠을 알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어둠 속에서 보았고 들었고 말할 수가 있었어요. 어머니의 모태 속에서는 세상의 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부르시던 찬송 소리도 들을 수 있었어요. 어머니가 성경말씀을 소리 내어 읽으신 것도 들을 수 있었어요. 하늘 아버지는 제게 유일한 어머니의 음성을 듣게 하셨어요. 그리고 어머니도 제게 찬송과 말씀을 듣도록 해 주셨던 것이었어요. 저를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입으로 말을 줄줄 하고 있고 자신이 하늘이가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던 것이다. 어머니는 감격에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더욱 힘껏 껴안았다.


“하늘아, 나도 너를 진정으로 사랑한단다.”


그녀도 어머니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늘이와 하늘이 어머니는 서로 껴안은 채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7. 죄 없는 자가 먼저 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