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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하늘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20. 하늘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

이른 아침에 하늘은 침대에서 일찍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잠옷차림으로 하늘은 세면실로 가서 얼굴을 깨끗하게 씻고는 거실의 창가에 있는 흔들의자에 와서 홀로 앉아있었다. 하늘이 부모도 남편인 강인이도 아직 자고 있는 중이었다. 아기는 태어난 지 150일 되었을 때부터 엄마의 품을 떠나 할머니에게로 갔다. 고요한 아침이었다. 물론 하늘에게는 항상 고요할 뿐이다. 선선한 바람을 타고 햇살이 거실로 들어왔다. 하늘은 얼굴을 창가로 향해 햇살을 받으며 혼자서 중얼중얼하듯이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하늘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에 15개월을 넘긴 광일은 아장아장 하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광일은 엄마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러자 하늘은 아들이 온 줄을 알고 광일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광일을 끌어당겨 무릎에 앉혔다. 광일은 엄마의 무릎에 앉은 채로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엄마의 몸에 기대어 창가로 얼굴을 돌렸다. 그때에 창가로 보이는 단풍나무에서 참새들이 짹짹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 노래하는 참새들을 광일은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참새들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하늘은 품에 안긴 광일이의 숨소리를 느끼며 손으로 광일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때에 하늘은 마음속에서 소리를 들었다.


“하늘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너는 그것을 느끼느냐?”


하늘은 광일을 자신의 품에 안고 있을 때에 마음에 와닿는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게는 캄캄한 어둠 속이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하늘이 품에 안긴 광일에게서 무엇인가 생명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은 어머니의 모태 안에서 어머니의 심장 소리를 들었었고, 어머니의 젖을 먹을 때에도 어머니의 심장소리를 들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의 품에 안겼을 때에도 강인이의 심장소리를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늘은 아들 광일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늘은 자신의 손끝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하늘은 자신의 가슴으로 아들의 심장 뛰는 소리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 광일을 품에 안고 있을 때에 하늘은 주님의 음성을 들은 것이었다.


“아~ 아버지! 지금 저는 행복해요.”


하늘은 입술을 움직이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늘이의 얼굴에서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던 광일은 갑자기 엄마의 가슴이 요동을 하자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광일은 손을 뻗어 엄마의 얼굴에 턱을 만졌다. 하늘은 자신의 턱에 와닿고 있는 광일의 손을 감싸 안고 자신의 얼굴에 비볐다. 광일은 눈을 끔뻑끔뻑 거리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광일은 뭔가 아는 듯이 엄마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하늘이도 광일이의 얼굴을 감싸며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이때에 스르르 방문이 열리면서 강인이가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광일을 껴안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행복해하는 하늘을 본 강인은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한 강인은 조용히 화장실을 나와 거실에 있는 하늘이 곁으로 살며시 다가갔다. 그런데 하늘이 품 안에서 있는 광일이가 고이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 멈칫한 강인은 주변을 살펴보고는 가만히 뒷걸음을 해서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방 안으로 들어온 강인은 침대 주변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강인은 침대에 걸터앉아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래, 하늘은 아들 광일이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있는 걸 거야. 그 긴 어둠의 삶이었던가? 고요하기만 한 하늘이의 삶에서 얼마나 애타게 그리움이 있었을 거야.’


강인은 혼자 중얼거리면서 처음 하늘을 만났던 때를 회상하고 있었다. 하늘은 공원에서 벤치에 혼자 앉아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강인은 하늘이랑 하와이 신혼여행 중에 하이쿠 공원에 있는 호수에서 하늘이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본 것이 떠올랐다.


‘그랬어, 그녀는 누군가 하고 대화를 하고 있었던 거지……. 아니면 혼자 말을 했었어. 얼마나 말하고 싶었을까?’


강인은 그런 하늘이가 너무나 가엾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 내가 잘해주어야지.’


그렇게 강인은 마음으로 다짐을 하고는 침대에 누워서는 두 팔을 머리에 받치고 천장을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에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우리 손자가 엄마 품에서 잠자고 있었네?”


방문을 나오신 어머니는 거실에 있는 하늘이의 품에 손자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다가가서 보니 엄마 품에 잠든 손자를 보고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자를 안아 올리려고 했다. 그러자 하늘이가 아들을 놓지 않았다. 그때서야 어머니는 하늘이가 자고 있지 않았음을 알았다. 어머니는 하늘이의 귀에 얼굴을 바싹대고는 뭐라고 말했다. 하늘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떡였다. 어머니는 손자를 그대로 엄마 품에 두고 부엌으로 갔다. 강인은 방문을 살며시 조금 열고는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머니가 하늘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는 귓속말로 뭐라고 말씀하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강인은 다시 방문을 살며시 닫고는 방문 앞에 그대로 서있었다.


‘어머니께서 하늘에게 뭐라고 말씀하신 거지?’


강인은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리고 누워있는 채로 강인은 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마 동안이나 강인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머니께서 방문을 열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강인에게 다가와서는 강인을 흔들었다.


“잠이 들었었나 봐요.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해요.”

“예? 아니요~ 깜빡 잠들었나 봐요.”


강인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 말았었다. 그리고 바로 일어났다. 강인은 어머니 뒤를 따라 방을 나왔다. 부엌에는 이미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하늘이가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들 광일은 엄마의 품에 안긴 채로 이유식을 먹고 있었다.


“많이 피곤했나 보네. 늦도록 자고 있는 것 보니 말일세.”


아버지께서 의자를 옮겨주면서 강인에게 말을 걸었다. 강인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자리에 앉았다. 아들 광일에게 이유식을 다 먹인 하늘은 점자판으로 강인에게 말했다.


“오늘은 푹 쉬어요.”

“아냐, 괜찮아! 깜빡 졸았던 거야.”


하늘은 아들을 어머니께 넘겨주고는 강인이의 팔을 끌어안았다. 아직 잠이 덜 깬 듯한 자신의 모습을 애써 감추려고 손을 들어서 하늘이의 어깨를 톡톡 치더니 안아주었다. 하늘이도 강인이의 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서 아버지는 거실로 가서는 소파에 앉으셨다. 강인은 아들 광일을 번쩍 안아 올려서는 아버지 계신 소파로 와 옆에 앉았다. 어머니는 그릇들을 치우고 계셨다. 하늘은 식탁 앞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하늘이 앞에 식탁 위에 따뜻한 숭늉 한 그릇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소파에 있는 아버지에게 와 사위 강인에게도 숭늉 한 그릇씩 가져다주었다. 강인은 숭늉 모금을 먹고는 아들에게도 조금 주었다. 광일은 더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강인은 숭늉을 한 모금 더 먹고는 아들에게 다 먹였다. 옆에서 바라본 아버지는 자신의 숭늉을 강인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것도 먹지 그래.”

“괜찮습니다. 많이 먹었어요.”


그러자 손자 광일은 할아버지에게로 가려고 했다. 할아버지도 두 손을 벌려서는 오라고 했다. 강인은 아들을 할아버지께 옮겨주었다. 그리고 숭늉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이가 있는 쪽으로 왔다. 강인이가 하늘이 옆에 앉자 하늘은 점자판으로 말을 했다.


“여보, 오늘 하나님 아버지의 음성을 들었어요.”

“뭐?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아니, 내 마음속에서 들렸다고요.”

“뭐라고 하셨어?”

“내가 너를 사랑한다. 그것을 아느냐?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뭐라고 대답을 했어?”

“지금은 행복해요. 그렇게 말했어요.”

“여보, 그런 줄도 모르고 많은 생각을 했다오.”

“많은 생각을? 왜요?”

“당신이 광일을 품고 자는 모습을 보니…….”

“내 모습이?”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야.”

“음, 그래서 생각하다 잠들었군요.”

“어떻게 알았어?”

“제가 볼 수 없고 듣지 못한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미안, 그런 건 아니고…….”

“아니긴요?”

“내가 더 잘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지.”

“좋아요. 어떻게?”

“음……. 광일이 데리고 바람 쐬러 갈까?”

“정말?”

“날씨도 그리 덥지 않고 단풍도 질 때가 한참 됐잖아!”

“그래요.”


하늘은 갑자기 강인에게로 몸을 던졌다. 강인이도 급히 하늘을 품어 안았다. 둘은 서로 꼭 안겨서 그대로 있었다. 이를 본 어머니와 아버지는 둘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 모른 채 만족해하시며 웃으셨다. 할아버지 품에 있는 광일이도 뭐가 좋은지 빙긋 웃고 있었다.

잠시 후에 강인은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운전석 옆자리에는 하늘이가 앉았고, 뒷좌석에는 어머니와 손자 광일이 그리고 아버지가 앉았다. 인천 송도 해수욕장에 도착을 했다. 휴가철이 지난 때인지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송도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강인은 자동차를 주차하였다. 그리고 하늘이랑 함께 차에서 내렸다. 어머니는 손자 광일을 안고 아버지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강인은 트렁크를 열어 유모차를 꺼내어 아들 광일을 유모차에 태웠다. 그리고 일행은 송도 해수욕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담한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 강인이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송도해수욕장의 아스팔트길 따라 광일이 탄 유모차를 할머니가 끌고 가고 있었고 그 옆에 할아버지가 함께 나란히 걸었다. 강인은 하늘이랑 함께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해변 모래사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와이 신혼여행 때처럼 강인이와 하늘이는 서로 의지하면서 모래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늘은 곧 모래사장임을 알았다.

그러자 하늘은 신을 벗고 양발도 벗었다. 그리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자 강인이도 하늘처럼 따라 자신도 맨발로 모래사장을 함께 걸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본 유모차를 끌고 있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모래사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두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벼운 파도소리와 갈매기 우는 소리를 하늘은 듣지 못하였지만 바다냄새에 하늘은 기뻤다. 차가운 파도가 밀려와 하늘이의 발을 덮쳤다. 하늘은 그냥 파도가 밀려오는 걸 알고는 뒤로 물러섰다. 강인이도 하늘이 따라 살짝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의 발은 이미 바닷물에 젖어버렸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발이 약간 차갑게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러한 두 사람의 행동을 바라본 하늘이 부모는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유모차에서 손자 광일을 끌어안아 유모차에서 내려주었다. 광일은 기우뚱하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모래사장을 잘 걸어갔다. 할머니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손자 광일의 뒤를 따라다녔다. 할아버지는 그대로 유모차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은 발을 앞으로 쭉 뻗어서 내밀었다. 그러자 큰 파도가 밀려와 하늘이의 허벅지까지 타고 올라와 버렸다. 하늘은 깜짝 놀라면서도 마냥 좋아하였다. 차가운 바닷물의 촉감을 느끼며 허리를 굽혀 손으로 바닷물에 잠긴 모래를 한 줌 집어 올렸다가 앞으로 휙 뿌렸다. 그러자 강인이도 두 손으로 젖은 모래를 집어 올려 하늘이의 다리에 뿌렸다. 깜짝 놀란 하늘은 두 손을 뻗어서는 강인을 잡으려고 하였다. 강인은 살짝 뒤로 물러나 하늘의 손을 피했다. 그러자 하늘은 불안해하였다. 그리고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강인이도 하늘의 행동에 당황하여 그녀의 옆에 같이 앉아주었다. 하늘은 바로 옆에 강인이가 있음을 알아채고는 덥석 강인에게로 몸을 던졌다. 그만 강인은 하늘을 안은 채로 모래사장에 쓰러져버렸다. 강인의 몸 위에 덮친 하늘은 강인의 목을 두 팔로 감싸고는 모래사장에 누웠다. 그러자 강인은 이미 포기하고는 하늘을 팔로 감싼 채로 모래사장을 한 바퀴를 돌았다. 하늘은 강인을 안 놓치려고 두 팔에 힘을 주어 강인의 목을 꽉 조였다. 강인은 숨을 못 쉬겠다는 듯이 일부러 헉헉 대었다. 하늘은 강인이 헉헉대는 것을 느끼고는 곧 손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둘은 몸을 일으켜 모래사장 위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는 사이에 아들 광일이가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하늘은 광일이를 끌어안았다. 광일이는 엄마의 무릎 위에 앉아서는 마구 모래를 발로 퍽퍽 차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본 강인은 광일의 손에다 모래를 부었다. 그러자 광일이도 아빠의 손에 모래를 뿌렸다. 그렇게 놀고 있는 사이에 하늘이 부모는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할머니가 광일을 끌어안아 올리려고 하자. 할아버지가 가만두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자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두 사람 뒤에 그대로 서서는 멀리 인천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아들 광일을 무릎에 안은 채로 두 손을 밀려오는 촉촉한 모래를 느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하늘은 마음속으로 말했다.


‘참 고요하다. 모래에 파도는 끝없이 밀려와 촉촉하게 해 주겠지? 언제까지 그럴까?’


그때에 하늘이의 눈과 귀가 열리고 눈앞에 출렁이는 바다의 파도물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파도 소리를 들었다. 하늘이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때에 옆에 있던 강인이도 하늘이의 행동을 보고 놀라 넋을 잃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려서는 아버지와 어머니께 말했다.


“어머님, 아버님, 하늘이의 행동이 이상하네요?”


그러자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던 하늘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황한 표정을 하며 하늘이 쪽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잠시 송도의 해수욕장의 넓은 바다를 바라보았고 파도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하늘의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하늘이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잠시 보았던 바다풍경과 들었던 파도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하늘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하늘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하늘이의 얼굴에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가야, 무슨 일이니? 왜 울고 있니?”


그러나 하늘에게는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 않았다. 다시 흘러내리는 눈물에 어머니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하늘이의 얼굴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강인이도 아버지도 당황하여 하늘이와 어머니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가야, 하늘아! 왜 그러니? 왜 우니?”


어머니는 재촉하듯이 말했다. 하늘은 좌우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아들 광일이를 더욱 힘껏 껴안았다. 강인이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하늘이가 마음이 진정이 되었는지 강인을 찾았다. 어머니는 손자 광일을 받아 안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는 아내의 손을 잡아주며 눈짓으로 무슨 일이었냐고 묻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광일을 안은 채로 힘없이 말했다.


“모르겠어요. 하늘이가 무슨 까닭에 눈물을 흘리는지 알 수가 없어요. 한없이 눈물을 흘리더군요.”


아버지는 아내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때에 하늘은 강인이의 손을 잡아당겨 옆에 앉게 했다. 강인은 점자판을 꺼내어 하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 울고 있는 거야?”

“여보, 나……. 나 봤어. 그리고 들었어.”

“무엇을 봤어? 또 뭘 들었어?”

“내 앞에 바다를 보았어. 파도소리도 들었어.”

“지금은?”

“다시 어두워졌어.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아.”

“여보!”


강인은 하늘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강인이도 절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늘은 강인의 얼굴을 더듬으며 말했다.


“여보, 울고 있는 거야? 왜?”

“당신이 너무나 불쌍해서…….”

“나? 왜 불쌍해? 난 괜찮아!”

“다시 볼 수 없게 되고 들을 수도 없게 됐잖아!”

“언젠 안 그랬나? 그래도 잠시나마 볼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어.”

“왜 그런 거야? 왜? 다시 닫히고 만 거야?”


강인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생각을 했다.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강인은 눈물을 마구 쏟았던 것이다.


“울지 말아요. 주님은 날 사랑한다고 했어요.”


강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강인은 하늘이를 다시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서 강인은 하늘에게 점자판으로 말했다.


“여보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뭔가를 짐작이 되는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강인은 하늘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모래사장을 나왔다. 어머니도 손자 광일을 안은 채로 아버지와 함께 모래사장을 나왔다. 그리고 이들은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해가 서쪽 바다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자동차를 타고 송도해수욕장을 떠나 집으로 향하였다.

이날 밤 침대에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은 창밖에 달빛을 받으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강인이의 팔을 베고 누워있던 하늘이가 먼저 점자판으로 강인에게 말을 했다.


“여보, 오늘 당신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어.”

“이제? 난 처음부터 당신을 사랑했는데…….”

“물론 그렇게 믿어!”

“오늘 알았다며?”

“당신이 처음 청원했을 때에도 알았어요.”

“오늘 알았다면서?”

“당신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요?”

“사랑?............”

“그것 봐~ 말 못 하지요?”

“어떻게 표현하나?”

“음, 사랑은 믿음이에요.”

“믿음? 그래 믿음이야.”

“사랑은 생명이에요.”

“생명? 그렇지…….”

“뭐해요? 날 흉봐요?”

“아냐, 모르겠어.”

“절 보세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어도 살아 있잖아요?”

“그래 살아있지.”

“주님의 사랑으로 사는 거예요.”

“맞네. 살아있는 이유가 사랑 때문이지.”

“이제 아셨죠?”

“당신은 어찌 그걸 알았어?”

“오늘 아침에 광일을 안고 있을 때요.”

“그랬지. 광일이가 당신 품에 잠들었지.”

“그때에 저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어요.”

“아침에 그래 말했었지. 주님이 사랑한다고…….”

“전, 너는 아느냐 하고 주님이 물었을 땐 몰랐어요.”

“주님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아느냐고?”

“네, 내가 광일을 품고 있을 때에 난 행복했어요.”

“행복?”

“그래요, 주님이 절 품고 계신다는 것 알았어요.”

“품고 계신다고? 어떻게?”

“요한복음 10장 38절을 찾아봐요.”


강인은 일어나 성경책을 가져와 요한복음 10장 38절을 찾았다. 그리고 읽었다.


“내가 행하거든 나를 믿지 아니할지라도 그 일을 믿으라. 그러면 너희가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음을 깨달아 알리라 하시니…….”


강인은 성경을 다시 보고 읽고 또 보며 감동을 했다. 어찌 하늘은 성경의 말씀을 기억할까 하는 생각을 강인은 하였다.


“맞죠? 예수님도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도 예수 안에 계시잖아요?”

“맞네.”

“거 봐요. 내 안에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날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지요.”

“음……. 아멘!”

“제가 광일을 품고 있을 때에 행복했듯이 주님도 절 품으시고 하신 말씀이신 거죠.”

“아~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을 아느냐! 그것이었구나. 아멘.”


강인은 하늘이 곁으로 다가와 하늘이를 일으켜 안았다. 그리고 하늘이 얼굴에 키스를 했다. 하늘이는 당황하여 점자판으로 말했다.


“어머, 왜 이래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줄 아는가?”

“주님을 흉내 내다니요.”


강인은 하늘이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하늘은 손으로 강인이 가슴을 힘껏 밀었다.


“어휴~ 숨 막혀!”

“미안~ 사랑이 너무 셌나?”


강인이와 하늘이는 반듯이 누운 채로 서로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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