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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의 울음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토요일이었다. 세 살인 윤아는 엄마랑 할아버지의 집으로 왔다. 윤아는 할아버지를 매우 좋아한다. 윤아의 엄마는 일이 있어서 윤아를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나갔다. 윤아는 할아버지랑 소꿉놀이를 했다. 할아버지는 윤아랑 재미있게 놀아주었다.


"할아버지! 내가 요리를 만들어줄게~"


윤아는 할아버지가 사다준 소꿉놀이 장난감을 꺼내어 엄마처럼 냄비에 종이로 만든 별조각을 넣었다. 그리고 윤아는 냄비를 장난감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는 후르르 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요리를 했다. 할아버지는 소파 위에 잠시 누워있었다. 윤아는 소파 위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에게 냄비를 들고 왔다.


"할아버지! 왜 누워있어?"

"응, 좀 피곤해서 쉬는 거야."

"어디 아파?"

"아니~"

"내가 주사 놔줄까?"


윤아는 냄비를 할아버지 옆에 놓고는 장난감 상자가 있는 곳으로 조르르 갔다. 그리고 윤아는 무엇인가를 찾았다.


"야~ 여기 있다! 주사기다~"


윤아는 장난감 주사기를 들고 할아버지에게로 왔다.


"할아버지! 주사 놔줄게~ 엉덩이 내나 봐!"


할아버지는 몸을 돌아 누우면서 엉덩이를 내밀었다. 윤아는 장난감 주사기를 왼손에 들고는 할아버지의 엉덩이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소리쳤다.


"음, 어디다 놔줄까? 그래 여기다~"


윤아는 할아버지의 엉덩이에다 장난감 주사기를 쿡 찔렀다.


"할아버지, 아프다고 울면 안 돼~ 알았지?"

"그래, 아파도 참을게~"


할아버지는 아픈 척하면서 엉덩이를 손으로 쑥쑥 문질렀다.


"이제 내가 요리한 거 먹여줄게~"


윤아는 할아버지 옆에 놓아둔 냄비를 들고서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장난감 숟가락으로 색종이 별조각을 담아서 할아버지 입으로 가져갔다.


"할아버지! 입 벌려봐~ 내가 먹여줄게."


할아버지는 바로 고쳐 누우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윤아는 숟가락에 담은 색종이 별조각을 할아버지의 입에 넣었다. 할아버지는 욱 하며 뱉었다.


"할아버지! 뱉으면 어떻게? 먹어야지~"

"윤아! 이걸 어떻게 먹니? 이걸 먹으면 할아버지는 꽥~ 하고 죽는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죽은 척을 했다. 그러자 윤아는 꼼짝하지 않고 할아버지를 쳐다보다가 그만 울어버렸다.


"으왕~ 앙앙~~"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일어나서는 윤아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윤아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달랬다.


"윤아야~ 왜 울어? 울지 마!"

"할아버지가 죽었잖아! 으앙~"

"허허, 할아버지가 왜 죽어? 이렇게 살아 있잖아~ 그러니 울지 마!"

"아냐! 할아버지가 죽는다고 했잖아~ 으앙 앙~"

"아직 안 죽었어! 윤아가 못 먹는 걸 할아버지 입에 넣으니깐 농담으로 그랬던 거야. 그만 울어!"

"아냐, 아냐, 할아버지가 죽는다고 했어! 으앙~"

"할아버지가 죽으면 안 돼?"

"응!"

"왜 안 돼?"


윤아는 울음을 뚝 그치면서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그럼, 난 할아버지가 없잖아! 누구랑 놀아?"


윤아는 할아버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씩씩됐다. 할아버지는 감격해서 윤아를 끌어당겨 힘껏 안아주었다. 윤아는 손으로 얼굴에 눈물을 스윽 닦으며 할아버지를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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