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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사월의 찬미(讚美)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31. 사월의 찬미(讚美)


화창한 봄날이 왔다. 아파트 정원 울타리에는 개나리꽃들이 봄소식을 알리려고 서로 아우성이다. 따스한 햇살이 창가에 가득히 내리쬐는데, 하늘은 흔들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의 사랑하는 강인은 일찍이 출근을 하였고, 광일의 할아버지도 출근하셔서 집안에는 하늘이와 광일이 할머니 그리고 광일이가 있었다.

오늘은 광일이도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 작은 방에서 나온 광일은 엄마가 창가에 홀로 있는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할머니가 건네준 커피 두 잔을 들고 엄마에게로 갔다. 엄마의 흔들의자 앞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커피 두 잔을 내려놓고는 엄마의 옆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광일이가 옆에 온 줄을 모른다.

그렇게 광일은 엄마가 바라보는 시선 쪽으로 창밖을 살피며 바라보았을 때에 아파트 담장으로 활짝 핀 개나리꽃들을 발견하였다. 광일은 엄마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면서 생각을 하였다.


‘엄마가 저기 개나리꽃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광일은 허리를 구부려서는 엄마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하늘은 광일의 손을 잡아당겨 가슴에 대었다. 그리고 광일을 향해 얼굴을 돌려 쳐다보는 듯이 하였다. 이런 엄마의 행동을 지켜본 광일은 흠칫 당황하면서 옆에 있는 점자판을 들어 엄마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엄마는 지금 날 쳐다보는 거야?”

“응!”

“내가 보여?”

“아니, 너의 냄새를 맡고 있는 거야.”

“그럼 창밖은 왜 쳐다보고 있었어? 뭘 보고 있었어?”

“아니야. 난 햇볕을 쬐고 있었다. 햇볕은 참 포근해!”

“엄마, 저기 창밖엔 개나리꽃이 피어있어.”

“어머, 그래? 너 생각나니?”

“뭘?”

“공원에서 아카시아 꽃을 가져다준 거 말이야.”

“생각나~ 개나리꽃을 따다 줄까?”

“나야 좋지~”

“잠깐 기다려~ 곧 가져올게.”


광일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작은 탁자에 있는 커피를 급히 마시고는 현관으로 갔다. 식탁 옆에 앉아 있던 광일이 할머니는 현관으로 나간 광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광일이 할머니는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지도 않으신지 그대로 하늘이와 광일의 행동을 바라만 보고 계셨다.

잠시 후에 광일은 개나리꽃을 몇 송이만 들고 왔다. 그리고 엄마에게로 가서는 엄마의 손에 지워주었다. 하늘은 광일에게서 개나리꽃을 받고는 광일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개나리꽃향기를 맡았다. 엄마의 옆에서 꽃향기를 맡고 있는 엄마의 얼굴에서 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본 광일도 매우 기뻐했다. 이런 모습을 계속 지켜본 광일이 할머니도 덩달아 기뻐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하늘은 손에 든 개나리꽃을 알고 있었다. 일전에 강인이와 공원을 산책하면서 여러 가지 꽃들에 대해 알려주었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에 광일이가 점자판으로 말해주었다.


“엄마, 이건 개나리꽃이야~”

“나도 안다. 꽃향기는 없어도 봄 향기를 풍기고 있지.”

“그래? 어디? 안 나는데…….”

“그럼, 아무에게나 향기를 주나?”


광일의 엄마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다시 개나리꽃을 자신의 코에 대고는 꽃향기를 흠뻑 마시는 시늉을 하였다. 이런 엄마의 모습에 광일은 너무나 재미있어했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광일이 할머니도 마냥 즐거운 듯이 연신 웃으시면서 커피를 마시고 계셨다.

광일은 할머니에게로 왔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엄마에 대해서 말하였다.


“할머니! 보셨죠? 엄마가 거짓말한 걸…….”

“뭔 소리냐? 네 엄마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엄마만의 독특한 면이 있단다. 우리가 미처 모르는 것을 알고 있지. 엄마는 개나리꽃을 보면 봄이 왔구나 하는 것을 알고 있단다.”

“아~ 그런 거였군요. 그래서 봄 향기라 했구나! 할머니! 우리 엄마를 모시고 식물원에 가면 어때요?”

“좋지! 하지만....... 어디 식물원?”

“남산에 있는 식물원이 어때요? 남산구경도 하고요.”

“그래, 좋긴 하다만 남산에 올라가려면 힘들지 않겠니? 요즘 네 엄마는 기력이 부족하니 말이다.”

“아빠 차를 타고 가지요. 뭐~”

“그래, 그러면 되겠구나! 엄마 한데 말해주렴!”

“네.”


광일은 곧바로 엄마에게로 갔다. 그리고 점자판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 나랑 식물원에 가자! 다른 꽃들도 구경해야지!”

“그럴까? 봄도 왔으니.”


광일은 후다닥 옷을 챙겨 입고는 현관문을 나섰다.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아빠의 자동차를 가지러 갔다. 그리고 광일이 할머니는 하늘의 외출준비를 해주었다. 일전에 광일이 아빠, 강인이가 미국으로 다녀오면서 백화점에서 봄옷으로 사 온 예쁜 옷으로 하늘은 입었다.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썼다. 그 선글라스도 역시 강인이가 해외에서 사 온 것이었다. 하늘은 이렇게 강인이가 사다준 옷이랑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면 마치 강인이가 옆에 있는 기분이 든다고 그랬었다. 그래서 광일이 할머니는 그것으로 나갈 채비를 해주었던 것이다.

하늘이와 광일이 할머니는 아파트 입구로 나왔을 때에는 광일이가 자동차를 아파트 입구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이와 광일이 할머니는 곧 자동차에 탔고, 광일은 자동차를 운전하여 곧바로 남산으로 향해 달렸다. 집에서 남산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30분 정도로 달려서 남산으로 올라가서는 식물원 앞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광일은 하늘이 엄마와 할머니를 모시고 식물원 안으로 들어갔다. 하늘은 장애인이라서 입장료가 무료였으며, 이를 안내하는 보호자도 무료였다. 그리고 할머니는 육십 세가 넘으므로 인해 입장료가 무료였다. 그래서 광일은 엄마와 할머니를 모시고 편하게 식물원을 관람할 수가 있었다. 거기에다 장애인에 대한 특별 서비스까지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휠체어를 거절하였다. 하늘은 광일의 손을 잡고 걷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광일의 손을 잡고 걷는 하늘은 자유롭게 여기저기를 살필 수가 있었다. 이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광일이 할머니는 매우 만족해하였다.

마침 광일은 식물원 안내책자를 받아서 식물원에 있는 식물들의 이름들을 찾아가며 엄마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며, 그리고 어떤 식물은 엄마가 직접 만져보도록 해주었다. 하늘은 아들 광일이와 함께 보이지는 않지만 식물들의 모습이나 질감, 그리고 냄새 등을 확인하면서 즐거워하였다. 하늘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쩜, 우리 아들은 아빠를 닮았을까? 이처럼 내게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너무나 사랑스럽구나.’

하늘은 광일이와 함께 식물원에 각종 식물들을 살피고 관찰하면서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모른다. 하늘은 성경에서 읽었던 에덴동산에 대한 상상을 식물원에서 직접 확인을 할 수 있어서 감격과 감사함을 하나님께 마음으로 드리고 있었다.

이때에 하늘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있었던 광경들을 식물원에서 나무들과 잎과 꽃들을 살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실 때에, 셋째 날에 하늘 아래 물을 한 곳에 모이게 하고 땅을 들어내신 후에, 그 땅 위에 온갖 식물들을 창조하실 때에 광경을 하늘은 생각하며 감격을 하고 있었다.

광일은 엄마가 식물원에 있는 정자에 앉아서 무엇인가 환희에 젖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점자판으로 물었다.

“엄마! 뭘 그리 생각하고 있어요?”

“응? 천지를 창조하신 모습을 생각하고 있단다.”

“어떤 창조?”

“셋째 날에 땅 위에 온갖 식물들을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습들이 말이다.”

“어떠했는데요?”

“하나님이 식물들을 종류대로 땅 위에 내라 하실 때에 말이다.”

“그게 어떠했는데요?”

“봐라! 순식간에 식물들이 생겨난 것이 아니란다.”

“그럼은요?”

“땅 위에 각종 식물들이 있을 곳에서 싹이 돋아나고, 자라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보신 거란다.”

“일순간에 생긴 게 아니군요.”

“그렇지, 봐라! 그 광경을 상상해 봐라! 얼마나 놀랍지 않니?”

“엄마~ 엄마가 더 놀라워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실 수가 있어요.”

“성경의 말씀을 천천히 묵상하면 놀라움을 깨닫게 된단다.”

“그러니깐, 하나님은 빛이 있으라 했을 때도 그 광경을 보셨네요.”

“그렇지. 혼돈과 어둠 속에서 빛이 나타나면서 시간과 공간이 나타남을 보신거지.”

“엄마, 최고야~ 더 말해줘요.”

“오늘이 몇 월이지?”

“4월이에요. 잔인한 달이라고 하잖아요.”

“왜? 잔인한 달이니? 아니다.”

“그럼, 뭐예요?”

“4월은 온갖 식물들이 창조 때처럼 만발하는 달이란다.”

“4월을 그래요. 모든 식물들이 살아나는 달이네요.”

“그래, 하나님은 사계절 중에 4월을 좋아하시지.”

“4월을 요?”

“그럼, 그때 셋째 날을 연상하시는 것이지. 모든 식물이 피어나는 모습을…….”

“아~ 그래서 부활절도 4월이에요.”

“오~ 우리 아들 역시 똑똑하군.”

“엄마 아들이잖아요.”


하늘은 광일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더욱 기뻐했다. 그리고 광일이와 식물원에 있는 각종 식물들에 대해 관찰할 수 있어서 더욱 기뻐했다. 광일이도 엄마가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어서 매우 기뻤다. 또한 옆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광일이 할머니도 하늘이가 힘들어하지 않고 매우 적극적으로 식물들을 관찰하는 모습에 기뻐하셨다.

그렇게 식물원을 구경하고 나온 엄마와 할머니를 모시고 광일은 식물원 안에 있는 카페로 갔다. 카페에서 광일이와 그의 엄마와 할머니는 커피와 다양한 맛있는 빵들과 함께 점심으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식물원을 나와서는 남산 분수대에 왔다. 하늘은 멋진 분수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러자 광일은 엄마의 손을 분수대 안에 물을 만지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분수의 물을 엄마의 얼굴에 살짝 뿌려주었다.


“엄마, 여기는 분수대예요. 물이 솟아 올라와요.”

“물이 솟아올라? 수도처럼.........”

“네, 맞아요. 하늘로 솟아요.”

“하늘로? 얼마나?”

“음......... 어떻게 설명하지?”


광일은 잠시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엄마의 양팔을 벌리게 했다. 그리고는 그것에 열 배라고 말해주었다. 그때서야 하늘은 하늘로 솟는 물의 높이를 가늠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분수대 옆에서 솜사탕 장사하는 것을 발견한 광일은 할머니께 엄마를 맡기고는 곧바로 솜사탕 세 개를 사 왔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하나, 할머니께 하나, 그리고 자신도 하나를 갖고는 엄마에게는 솜사탕을 만져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 뜯어서 엄마의 입에 넣어주었다. 하늘은 감탄을 했다. 아주 보드라운 솜사탕이면서 단맛에 신기해하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솜사탕을 뜯어서 먹었다.

햇살이 따스하니 비추어주어서 하늘은 이런 날을 매우 좋아한다. 하늘은 한 손에는 광일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광일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는 남산 분수대 주변을 걸으며, 계단도 하나씩 걸어서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계단을 올라가니 남산 팔각정에까지 왔다. 팔각정 옆에는 광장이 있고, 높은 타워가 있었다. 관광 온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하지만 하늘에게는 전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단지 하늘에게는 옆에 광일이와 광일이 할머니뿐이었다. 광일은 타워아래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께 드렸다. 물론 자신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하늘은 하와이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며 광일이가 준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리고 광일이는 엄마와 할머니를 모시고 남산 성벽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식물원 주차장으로 가서는 두 분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달렸다.

이렇게 광일의 엄마와 할머니는 광일이 덕분에 즐거운 남산구경을 했다. 그런데 할머니가 걱정했던 하늘이가 잘 버틸까 했었던 것이 반전이 되어 집에 왔는데도 하늘은 피곤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실에 소파에 앉아서는 옆에 앉아 있는 광일의 손을 꼭 잡고는 몸을 흔들며 즐거워하였다. 아마도 하늘은 남산 식물원에 갔었던 것이 너무 좋아서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광일은 이런 엄마의 행동을 보고는 점자판으로 물었다.


“엄마! 뭐가 즐거워?”

“나? 어떻게 알았어? 내가 즐거워하는 걸.”

“척하면 알지. 지금 엄마는 몸을 흔들고 있잖아~”

“내가? 몸을 흔들고 있다고? 이거구나.”

“몰랐어? 몸을 흔드는지도?”


광일은 엄마의 몸을 두 손으로 잡고는 좌우로 흔들어주었다. 하늘은 신났다. 더 해달라고 한다. 광일은 좀 더 엄마의 몸을 흔들어주며 두 팔로 엄마를 껴안았다. 그러자 하늘이도 광일을 양팔로 안았다. 광일이 할머니는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다.


‘오늘은 하늘이가 기운이 넘치나 보다. 우리 광일이가 수고 많았구나.’


그리고는 광일이 할머니는 곧바로 과일과 주스를 쟁반에 담아 거실에 두 사람이 있는 테이블 위에 놓아주고는 광일에게 먹으며 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광일이 할머니는 저녁식사 준비를 하려고 부엌으로 가셨다. 하늘이는 광일에게 과일을 먹여주고 광일이도 엄마에게 과일을 먹여주며 서로 그렇게 하면서 재밌어했다. 창밖에는 서서히 해가 지면서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담장에 핀 개나리꽃은 더욱 노란빛을 드러내며 봄 향기를 하늘의 집 창문으로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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