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목포행 기차 안에서 ‘데카메론’

[공상동화 3 편 - 다르 소녀와 달무리 검]

by trustwons

8. 목포행 기차 안에서 ‘데카메론’


용산 역 안에서 목포행 KTX 기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을 하였다. 기차 창문 밖을 바라보던 하루는 다르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창밖에 하늘은 참 푸르고 시원해 보인다.”

“시원하게 느끼겠지. 지금 기차 안에는 에어컨이 시원하게 해 주니 한창 여름인 지금이 더울 것 같지 않게 생각되지?”

“밖은 엄청 더울 거야~ 어머? 기차가 정확하게 12시에 출발을 한다.”


옆에서 하루와 다르가 대화하는 것을 듣고 있던 미수가 끼어들어 말했다. 미수 옆에 창가에 앉아 있는 민지는 손으로 턱을 고이고는 용산 역내에 있는 기차철로와 방금 들어온 전철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옆에 있는 4인석 좌석에 앉아있는 예지와 은비는 린다와 줄리아에게 창가로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린다와 줄리아는 창가에 바싹 얼굴을 대고는 뒤로 밀려가는 전철과 역내에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린다야, 역내가 아늑한 분위기를 주고 사람들이 참 여유로워 보인다.”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국인은 빨리빨리 한다더니 그렇지 않나 봐!”

“맞아, 빨리빨리~ 그런데 공원에 온 사람들 같아!”

“린다, 줄리아~ 둘이 뭔 이야기를 하니?”


은비가 심심한지 차의 천장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창가에 바싹 붙어서는 린다와 줄리아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줄리아 쪽으로 몸을 기대면서 말을 했다. 눈치 빠른 예지도 린다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말했다.


“미국에는 어떤데?”

“음, 사람들은 바쁘게 갈 길을 가지. 여기처럼 한가롭지 않지.”

“그러니깐~ 개미처럼? 뭔가 바쁘게 움직인다는 거구나?”

“야~, 우리 이러지 말고 뭔가 재밌는 거 찾아보자!”


은비는 실증을 느꼈는지 화제를 바꾸려고 하였다. 린다와 줄리아도 예지도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그때에 미수가 일어나 고개를 내밀고는 끼어들었다.


“그래, 은비말대로 우리 모두 다 같이 재미난 것을 찾아보자! 이리로 와 앉아~”


미수의 말이 떨어지자 린다와 줄리아 그리고 예지와 은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수가 있는 좌석으로 몰려와 끼어 앉았다. 이제는 4인석 자리에 8명이 앉게 되었다. 맨 나중에 끼어 앉은 은비가 앉으며 말했다.


“그래, 무슨 놀이할까? 서로 재미난 이야기 말하기는 어때?”

“재미난 이야기?”

“쏘트스토리(short story)?"


민지는 좀 당황하는 표정으로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줄리아는 호기심에 찬 표정을 지었다. 다르는 싱긋 웃으며 괜찮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루도 역시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때에 예지가 은비를 주목하며 말했다.

“그럼 누구부터 시작할까?”

“알았어! 나부터 시작하란 거잖아~ 예지?”

“아니 내가 먼저 할게!”


다르가 나서서 말했다. 그러자 모두 좋다고 반수를 쳤다. 이런 모습을 옆자리에서 담임선생님은 창밖을 바라보시다가 여학생들의 박수 소리에 애들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제일 잘한 친구에게 선물을 사주셔요?”

“그럴까? 무슨 이야기들 할 건가? 기대가 되네.”


미수가 선생님께 제안을 하자 담임선생님도 좋다고 하셨다. 먼저 다르가 이야기를 시작하겠다고 했기에 잠시 생각하는 듯이 하더니 말하기 시작하였다.


「한 노인이 손에 한 쌍의 베타가 있는 플라스틱 작은 어항을 들고 학교 정문 앞에 서있었지. 어린아이들은 힐끗 할아버지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그때에 유나가 할아버지를 쳐다보더니 다가갔어.

“할아버지~ 여기서 뭐해요?”

“응, 이걸 주려고 하지.”

“누구한테요?”

“관심이 있는 아이에게 주려고 해!”

“무슨 물고기예요?”

“베타라고 하지. 암컷이랑 수컷이란다.”

“근데 막아놔서 서로 못 만나잖아요?”

“베타는 친하지 않으면 서로 싸우거든. 이렇게 막아놓으면 서로 볼 수는 있어도 싸울 수 없지.”

“암컷이랑 수컷인데, 왜 싸워요?”

“삼일동안은 서로 마주 보며 친해질 거야. 그럼 안 싸우지.”

“베타라 했죠? 참 화려해요. 멋져요.”

“이름이 뭐지?”

“유나예요.”

“유나, 네가 가져다 키우지 않으련?”

“제가요? 키울게요.”

“그래, 잘 키워 봐요. 재밌을 거야!”

유나는 할아버지에게서 베타가 있는 작은 어항을 받아 집으로 갔다. 그리고 삼일 동안 유나는 베타를 지켜보았던 거야.

“어머, 친해졌나 봐! 칸막이를 치워줘야지~”

유나는 칸막이를 치워주었지. 그러자 수컷 베다와 암컷베타가 서로 사랑하는지 춤을 추는 듯이 잘 놀고 있었어. 유나는 할아버지가 준 베타먹이를 조금씩 주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수컷베타는 물 위에 공기방울을 만들고 있는 거야. 그러자 암컷베타가 물 위에서 알을 하나둘 낳고 있었다. 알들이 어항 아래로 내려가는 거야. 그러자 수컷은 알을 입에 물어서는 공기방울 거품 속에 넣어주었다. 그렇게 모든 알을 다 공기방울 속에 넣어주고는 수컷을 아름다운 꼬리로 살랑살랑 물거품 아래의 물을 흔들어주었지. 그러자 알에서 나온 새끼들이 공기방울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거야. 다음날에 유나가 컵 어항을 들여다보니 공기방울에서 새끼들이 나와서는 어미베타랑 작은 어항에서 오물오물 놀고 있는 것이지. 유나는 어머니께 보여주면서 좀 큰 어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나는 어머니가 사준 큰 어항 속에 베타의 식구들을 옮겨 주었다. 그러자 베타들은 신나게 물놀이를 하듯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유나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어항을 살피는 것이 하나의 일이었지. 그런데 유나가 어항에 가까이 오자 어미 베타가 유나 쪽으로 다가와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있는 거야.

“어머, 어미 베타가 나에게 인사를 하네! 고맙다고 하는 걸까?”

그날 밤에 유나는 꿈속에서 베타의 식구들이랑 넓은 어항 속에서 인어처럼 헤엄을 치며 함께 즐겁게 노는 꿈을 꾸었단다. 외동딸인 유나에게는 많은 동생들이 생긴 거야. 유나는 행복해서 영원히 꿈속에서 깨어나지 않았지. 결국엔 유나는 잠자는 공주가 된 셈이지.」


“어때? 재미있었니? 베타에 대한 이야기였어.”

“와~ 베타를 키워보고 싶다.”

“유나는 어떻게 됐을까? 엄청 궁금하다!”

“근데~ 유나가 너 아니니? 꼭 너 같아!”

“그럼 난 자고 있겠네? 오버하지마!”


다르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너무 재미있다고 하며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도 재밌었다고 엄지 척을 해주셨다. 그러자 친구들은 은비를 쳐다보았다.


“알았어! 다음은 내 차례란 거지~ 음……. 뭔 얘기하지?”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말이다. 추운 겨울에 토끼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동굴에서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호랑이를 만나고 말았어. 호랑이는 덥석 토기를 붙잡고는 이렇게 말했지.

“네 이놈, 잘 만났다. 배가 고팠던 참인데 고맙구나!”

“아유~ 호랑이님! 저 같은 쪼그만 걸 먹어서야 배가 차겠습니까?”

“어쩔 수 없잖은가! 너라도 먹어야 배고픔을 면할지 않겠나?”

“제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그 후에 절 잡아먹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뭐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방법? 그게 뭔데?”

“네, 네, 바로 요 아래에 개울이 있잖습니까?”

“있지! 그런데?”

“제가 물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래? 무슨 방법으로.......”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개울에 얼음을 깨고 꼬리를 물속에 넣고 있으면, 물고기들이 멍청해서 먹인 줄 알고 꼬리를 물 겁니다. 그때에 바로 꼬리를 빼내시면 물고기는 한두 마리밖에 안 잡힙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

“네~ 꼬리가 간질간질할 때에는 물고기는 한두 마리일 겁니다. 그런데 꾹 참고 더 기다리시면 엄청 근질근질하면서 꼬리가 아프다 할 때에는 많은 물고기가 꼬리에 매달려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때에 확 꼬리를 당기시면 배불리 먹을 물고기가 잡혀 있을 것입니다.”

“호~ 그럴듯해! 어디 안내를 해봐!”

토끼는 호랑이님을 모시고 개울로 가서는 돌로 개울에 얼음을 깨고는 호랑이의 꼬리를 개울물에 담그고 있게 했거든. 호랑이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곧 물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상상을 하고 있었지. 토끼도 호랑이가 의심하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주고 있었지. 그러자 호랑이가 토끼에게 말했어.

“그래그래, 네 말대로 내 꼬리가 간질간질하는구나!”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아프도록 근질근질할 겁니다. 그때에 당기시면 됩니다.”

“어흥~ 그래그래, 너 참 똑똑하구나! 앞으로 함께 잘 지내자~”

잠시 후에 정말 호랑이 꼬리에서 통증이 오도록 근질근질하였다. 호랑이는 눈이 커지면서 토끼에게 소리쳤단다.

“토끼야! 지금이지? 막 신호가 온다. 당길까?”

토끼는 이때다 하고는 줄행랑을 치면서 소리쳤지.

“멍청아! 마음대로 해라~”

호랑이는 도망가는 토끼보다는 꼬리에 물고기가 많을 거라는 생각에 힘껏 꼬리를 당겼다. 그러자 꼬리는 개울물과 함께 얼어서 떨어지지 않았지. 결국 호랑이는 꼬리 때문에 개울에서 얼어 죽고 말았단다.」


“와! 옛날 얘기도 재미있다. 넌 어디서 이런 얘기를 들은 거니?”

“어릴 적에 할아버지가 계셨거든,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야!”

“할아버지는 지금도 계셔?”

“아니 오래전에 돌아가셨어!”

“보고 싶다. 또 다른 얘긴 없니?”

“있어도 안 해! 돌아가면서 하는 거잖아~”

“다음은 누구지? 누가 할래?”


그리고는 여학생들은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역시 선생님은 잘했다고 엄지 척을 해주시고는 말씀하셨다.


“옛날 옛적에 이야기는 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단다. 궁금하면 도서관에 가서 찾아봐요. 재밌고 지혜로운 이야기들이니깐.”

“은비야~ 너 책에서 읽고 말한 거 아니야? 그렇지!”

“아니야~ 분명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거란 말이야! 선생님! 너무해요~ 왜 그런 말씀하셨어요. 친구가 오해하잖아요.”

“미안, 미안하구나. 그렇게 되는 줄 몰랐네.”


그때에 다르가 나서서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민지야! 네가 할래? 아님 예지가 먼저 할래?”

“내가 먼저 하지 뭐.”


예지가 나사서 말하기 시작을 했다.


“성경이야기인데, 실화는 아니야 상상해 본 이야기야. 들어봐!”


「예수가 어린 시절일 때야. 우리보다 좀 더 어린 나이였어. 예수의 아버지는 목수였거든, 그런데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다 보니 생활이 어려웠어. 그때는 아직 동생들이 없을 때였지.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 살았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낯선 땅이라 친구들도 별로 없었지. 그래서 예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예수는 마리아 어머니로부터 늘 식량이 부족하구나 하는 소리를 듣곤 했단다. 그래서 예수는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배가 고픈 예수는 모래를 손을 움켜쥐고 사르르 붓고 다시 움켜쥐고 사르르 부으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지.

“모래야, 모래야 밀이 되어라!”

예수가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자. 마리아 어머니는 예수를 찾아 나셨지. 놀이터에 혼자 놀고 있는 예수를 발견하고는 마리아는 예수에게 다가간 거야. 그때, 마리아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 예수가 혼자서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은 모래가 아니라 밀이었거든. 마리아는 예수의 손을 잡고는 밀을 모아서 집으로 가져갔지. 그리고 그날 저녁식사를 배불리 먹을 수가 있었지. 그러자 그다음 날에도 마리아는 예수에게 밀을 만들어달라고 하였지. 그때에 예수는 이렇게 말했단다.

“어머니,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후로는 마리아는 예수에게 모래로 밀을 만들라 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예수는 요셉 아버지의 목수 일을 도우며 열심히 살아갔지. 훗날에 예수가 세례요한에게 물세례를 받은 후에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을 기도할 때에 사탄이 옛날에 예수가 행한 것을 기억하여 유혹하며 말했지.

“이 돌들로 떡을 만들어 보아라!”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

예수는 이렇게 사탄의 유혹을 물리쳤단다.」


“이상이야! 어때 재미없었니? 반응이 별로인데?”

“아냐? 근데~ 넌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니?”

“응? 오빠 한데 들었어! 성경이 재미없다고 말하니깐, 오빠가 재미난 이야기로 들려준 거야.”

“넌, 오빠가 둘이나 있어서 좋겠다. 여기 오빠 있는 사람?”

“린다도 오빠가 있어!”

“우리 오빠는 늘 바쁘다고 하며 놀아주지 않아~”


린다도 예지의 오빠들이 부러웠던 것이었다. 참말로 예지의 오빠들은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라고, 아주 잘 챙겨주었던 것이다. 선생님도 예지를 유심히 바라보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씀하셨다.


“예지네 가족은 믿음이 좋은 분들이 시구나! 언제 예지는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가지면 좋을 듯하다. 교장선생님도 교회에 장로님이시란다.”


이때에 민지는 스스로 다음 차례가 자신인 것을 인정하는 듯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미수가 나서서 말했다.


“민지야, 어떤 얘기할 거니?”

“음......, 글쎄?”


그러면서 민지를 슬슬 이야기를 열어갔다.


「어느 날 찬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었어. 태권도 도장에서 나온 명희는 도복을 어깨에 걸치고 공원을 가로질러가고 있었지. 그때에 가로수길 한 벤치에 남자아이들이 한 여자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양키~ 백인이지?”

“왜 그래? 난 한국 사람이야!”

“한국사람? 그런데 피부가 하얗지? 맞잖아! 백인~”

“아니라고~ 병이 있어서 그런 거야!”

“무슨 병?”

“몰라! 내버려 둬~”

“양키, 양키, 양키래요.”

그만 여자아이는 울고 말았어. 남자아이 셋이 한 여자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걸 명희는 본 거야.

“얘들아! 그만해라~”

그러나 남자아이 셋은 여자아이 주변을 돌면서 놀리고 있었지. 여자아이는 벤치 끝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어. 명희는 화가 났어.

“너희들~ 한 여자아이를 괴롭혀? 그만해!”

남자아이 셋은 명희를 보자 여자라고 우습게 보고는 대들었단다.

“넌, 그냥 지나가라! 혼나지 않으려거든~ 태권도복을 들고 다니면 누가 무서워할 줄 아니?”

그리고는 남자아이들이 명희를 둘러싸고는 툭툭 쳤다. 명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명희는 옆차기로 순식간에 두 명을 쓰러뜨렸지. 그러자 한 명이 명희의 팔을 잡았어. 그 순간 명희를 몸을 돌려 남자의 팔을 비틀었지. 그리고는 옆구리를 태권자세로 손바닥을 쳤다. 그러자 쓰러졌던 두 명과 옆구리를 세차게 맞은 한 명은 아이코 하면서 줄행랑을 쳤어. 명희는 우는 여자아이에게 가서는 울지 말라고 달랬지.

그 여자아이는 명희를 보자 깜짝 놀라는 거였어. 명희와 같은 반 친구였던 거야.

“명희구나! 고맙다.”

“아니, 넌? 미숙이잖아~ 어찌 된 거니?”

“이 동네 남자아이들인데……. 날 자꾸 놀려대!”

“뭐라고? 양키, 그렇게?”

“응, 내 피부가 희다고 놀려!”

“참, 넌 어디 아프다며.......”

“실은 나 백혈병에 걸렸어.”

“백혈병이 뭔데? 걸리면 이렇게 피부가 희게 돼?”

“우리 엄마가 그러던데, 암의 일종이래. 적혈구가 생성이 안 돼서 피부가 하얗데.”

“어머, 어째? 못 고쳐?”

“응, 거의…….”

“그랬구나, 어떻게~ 내가 지켜줄게!”

그 후부터는 명희는 미숙이랑 꼭 붙어 다녔지. 다시는 동네 남자아이들이 미숙을 괴롭히지 못했지.

그러던 어느 날, 미숙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 명희는 미숙의 집에 찾아갔지. 그러자 미숙은 보이지 않고, 미숙이 어머니가 나오셔서 명희를 안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과일을 내놓으시면서 그동안 미숙일 지켜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명희의 손을 잡으시면서 이렇게 말했어.

“명희 친구, 참 고마웠어요. 우리 미숙은 며칠 전에 하늘나라에 갔단다. 명희를 보고 싶어 했단다.”

“어머니, 미숙이가요? 왜요? 왜 하늘나라에 가요?”

명희는 울먹이면서 응접실 주변을 살피며 미숙어머니께 다그쳤단다. 오히려 미숙어머니가 명희를 달래며 위로해 주었지. 그리고는 미숙의 방으로 명희를 데리고 갔어. 명희가 미숙의 책상을 보았을 때, 책상 위에는 편지가 놓여 있었어. 미숙어머니는 그 편지를 집어 명희에게 주면서 말했지.

“우리 미숙이가 명희에게 전해달라고 쓴 거란다. 집에 가서 읽어보렴.”

명희는 미숙의 편지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 책상 앞에 앉아서 미숙의 편지를 읽었단다.

“명희야, 넌 나의 좋은 친구야!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 너로 인해서 행복을 느꼈단다.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었어. 하지만 난 고칠 수 없는 백혈병에 3년 동안 아팠어. 그러나 너와 있을 때는 아프지 않았단다. 통증이 없었어. 왜 그런지 몰라. 의사 선생님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난, 네가 천사라고 생각했지. 날 위로해 주려고 곁에 있어준 친구라고 말이야. 이제 그만 말할게~ 피곤해지는 거 같아~ 이만 자야겠다. 날 잊지 말고 꼭 기억해 줘! 나의 천사! 명희야~ 안녕!”

명희는 미숙의 편지를 읽고, 읽고 또 읽으며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단다. 나중에 명희는 미숙어머니랑 함께 미숙의 묘에 갔었단다. 미숙어머니도 명희를 미숙처럼 잘해주었단다. 가끔 놀러 오라고 해서 명희는 미숙이 생각날 때마다 미숙어머니를 만나고 했었단다.」


“너무 슬프다! 이거 진짜 있었던 이야기니?”

“혹시 너 얘기 아니니?”


민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민지는 차창 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친구들은 민지의 손을 잡아주면서 위로해 주었다. 선생님도 옆에서 듣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도 살짝 눈물을 닦아내셨다. 그리고는 민지에게로 와서는 안아주었다.


“우리 민지가 그런 면이 있는 줄도 몰랐구나. 늘 씩씩해서 말이다.”


기차 안에는 잠시 조용해졌다. 친구들도 슬픈 표정들이었다. 그러자 민지는 괜히 이야기했나 보다 하는 생각에 창밖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얘들아~ 천안이야! 우리 기차가 천안에까지 왔어!”


목포행 KTX는 천안에서 잠시 쉬었다. 여학생들은 천안 역내를 내다보랴 창문에 바싹 붙어있었다.

이때에 4호 칸에서 어머니들이 손에 사발라면을 들고 5호 칸으로 들어오셨다.


“얘들아! 배고프지 않니? 여기 사발라면이라도 먹자!”

“네? 사발라면? 와~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드시지요? 기차 안에는 특별한 게 없네요. 약소하지만 맛있게 드셔요.”

“어유, 감사합니다. 제가 제공해 드려야 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선생님도, 죄송하긴요~ 저희가 대접해 드려야지요. 이렇게 학생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시고 함께 해주시는데, 너무 고맙습니다.”


어머니들이 돌아간 후에 여학생들은 허기진 배를 사발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나서, 라면과 함께 주신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선생님은 어머님이 주신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시고 계셨다. 이때에 미수가 나서서 말했다.


“다음은 내 차례지? 난 뭘 이야기할까? 우리 아빠랑 설악산에 갔었을 때에 어느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그걸 얘기해 줄게!”

“참, 네 아빤 산을 좋아하신다고 그랬지? 뭔 얘기인데?”


「설악산에 가면 흔들바위가 있어. 많이는 아니지만 진짜로 움직이거든. 나도 아빠랑 갔을 때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밀어보았어! 그런데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었거든. 근데 말이야. 그곳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났지. 그때에 할아버지는 흔들바위에 대한 전설의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평양에 있는 힘센 장수와 울산에 있는 힘센 장수가 서로 힘자랑을 했었데. 누가 더 힘이 센지 서로 겨루게 되었지. 먼저 울산의 장수가 울산에 있는 큰 바위 하나를 들어서는 힘껏 던졌지. 그 바위는 하늘 높이 날아가 평양을 향해 떨어지려고 했었다. 이를 본 평양의 장수는 날아오는 울산바위를 받아 던졌지. 그러자 울산바위는 다시 울산으로 날아간 거야. 울산의 장수가 보니 바위가 다시 돌아오는 거였어. 그래서 받아서 평양을 향해 던졌지. 그렇게 해서 하루 종일, 여럿 날 동안을 울산 장수와 평양 장수는 울산바위를 서로 던지고 되받고 던지고 그러다가 결국엔 울산바위는 설악산 자락에 떨어지고 말았다는 거지. 그래서 울산바위는 그때에 여파로 흔들거린다는 거야.」


“그 당시에는 장수들이 조선에는 힘센 장수들이 많았다고 들은 적이 있었어.”


은비가 미수의 이야기를 듣고는 장수에 대해 좀 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자 린다와 예지도 한 마디 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

“성경에는 삼손이지.”

“그럼, 삼손과 헤라클레스와 대결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 삼손이 이기지~”

“모르지, 헤라클레스도 그리스 신중에 하나잖아?”

“허튼소리 그만해라~ 다 신화일 뿐이야.”

“삼손은 실제 인물이야!”


예지는 지지 않겠다는 성경의 인물들은 실제라는 듯이 잘라 말했다. 은비가 나서서는 교통정리를 했다.


“다음은 누가 할래? 린다 먼저 해줄래?”

“그래, 내가 먼저 할게! 옛날에 미국가정에서는 꼭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가 있다고 해! 그걸 이야기할게.”

「한적한 들판에 외딴집이 하나 있었지. 아빠는 사냥을 나갔고, 열 살 된 아들이 혼자서 마당에 있는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때에 웬 흉측하게 생긴 감옥을 탈옥한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말했어.

“꼬마야! 나 좀 숨겨다오~”

그 아들은 깜짝 놀랐지만 태연하게 탈옥한 아저씨를 마구간에 숨겨주었지. 잠시 후에 보안관이 말을 타고 왔어. 그리고는 그 아들에게 물었지.

“꼬마야, 여기 이렇게 생긴 아저씨를 보지 못했니?”

보안관이 수배사진을 보여주었지. 그 아들은 고개를 흔들며 모른다고 했어. 그러자 보안관은 말을 탄 채로 마당 주변을 다니며 살폈지. 그리고 다시 그 아들에게 물었단다.

“꼬마야, 정말 못 봤니?”

그 아들은 고개만 흔들었지. 그러자 보안관은 꼬마가 고개만 흔드는 것에서 눈치를 챈 거지. 보안관은 호주머니에서 줄이 달린 시계를 꺼내어 그 아들 앞에 가까이에서 보여주며 시계를 흔들어 유혹을 했지.

“꼬마친구! 그 아저씨가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면 이 시계를 선물로 주마!”

그 아들은 망설이게 되었지. 마음이 흔들린 거였지. 결국 그 아들은 손으로 마구간을 가리켰어. 보안관은 즉시 마구간으로 달려가 탈옥한 아저씨를 붙잡아 오면서 아들에게 그 시계를 주었단다. 보안관에 의해 끌려가는 탈옥한 아저씨는 침을 탁 뱉으면서 이렇게 말했을 때에 그 아들의 아버지가 사냥을 하고 돌아오다 들었지.

“배신자의 집!”

그 아들의 아버지는 놀랐고, 아들에게 물었지.

“이게 무슨 소리냐?”

그러나 보안관은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며, 탈옥한 자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칭찬을 했어. 하지만 그 아들의 아버지에게는 ‘배신자의 집’이라는 말에 대해 아들에게 강력히 물었지. 그러자 아들은 잘못되었음을 알고는 눈물을 흘리며 고백을 했어. 보안관은 탈옥한 아저씨를 데리고 갔고, 그 아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삽을 가지고 따라오라고 명령을 했어. 집 뒷 언덕으로 가서는 아버지는 삽을 든 아들에 땅을 파라고 했어. 그리고 그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지.

“사랑하는 내 아들아! 배신자는 평생 도망 다녀야만 한단다. 아빠가 널 언제까지 지켜줄 수 없단다. 언젠가는 배신당한 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될 게다. 네가 평생 도망만 다니며 사는 모습을 놔둘 수가 없구나. 이해하겠니?”

“네.”

아들은 연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 그런 아들을 아버지는 꼭 안아주었고 그리고 사냥총으로 아들을 쏴 죽였지. 그리고 아들이 파놓은 구덩이 속에 아들을 묻고는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어.

“내 사랑하는 아들아! 여기서 편안히 잠들 거라.”

개척시대에 미국은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단다. 그 당시에는 법이 총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배신의 낙인이 찍히면 항상 숨어 살아야 했어. 끝까지 복수를 하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오늘에 미국이 신용을 중시하는 사회가 된 것이란다.」


“그렇구나! 미국이 신용국가란 소리가 그런 거였네. 민주주의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구나.”


은비가 매우 공감한다는 듯이 말을 하자. 다르도 예지도 민지도 미수도 미국에 대해 뭔가를 알게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다음은 줄리아의 차례가 되었다. 이때에 미수가 줄리아를 쳐다보면서 기대되는 듯이 말했다.


“줄리아는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많이 기대가 되는데.......”

“우리 아빠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어! ‘들꽃을 파는 흑인소녀’의 이야기야.”


「옛날이야기라고 할지는 모르겠다. 아빠는 백인이었고, 엄마는 흑인인 가정에서 태어난 외동딸인 리나(Lina)는 7살 된 소녀가 있었어. 뉴욕에서 살았는데, 아주 행복하게 살았었지. 그러던 어느 날인가? 흑인들의 폭동이 일어나 퇴근하던 아빠의 차가 불에 타버렸어. 그래서 아빠를 잃게 되었단다.

아빠를 잃은 슬픔은 너무 길었지. 리나의 엄마는 아빠를 매우 사랑했거든, 아빠와 엄마는 매우 사이좋은 부부였단다. 물론 리나도 역시 좋은 아빠와 엄마 가운데서 행복하게 자라고 있었지. 아빠가 세상을 떠난 때는 리나의 나이가 5살 되었던 해였어. 결국 리나와 엄마는 뉴욕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지. 자꾸 아빠생각이 나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리나와 엄마는 시카고의 링컨공원 근처에 서민아파트에 월세로 살게 되었지.

린다의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리나는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공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예쁜 들꽃을 꺾어서는 예쁘게 포장을 하여 공원에서 1달러에 팔았단다. 리나는 참 귀여운 소녀였지. 그래서인지 시카고에 관광 온 사람들이 리나를 도와주는 셈을 들꽃을 1달러에 사가곤 했단다. 그래봐야 리나가 들꽃을 팔아서 가져온 것은 겨우 10달러 정도뿐이었어. 그렇게 리나가 공원에서 들꽃을 파는 것이 소문이 나서, 리나를 들꽃 소녀라고 사람들은 부르게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리나가 7살이 되었지. 리나는 들꽃바구니를 들고 밀레니엄 공원과 시카고 미술관과 그랜드 공원을 돌아 링컨 동상이 있는 공원에 왔단다. 어느덧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지. 그동안 리나에게는 들꽃을 팔고 꽃다발 한 개가 남았지. 리나는 꽃다발 하나를 들고 링컨동상 앞에 섰지. 그리고는 가로등 빛 아래에서 리나는 꽃다발 하나를 링컨 동상에게 주려고 내밀었어. 그렇게 몹시 지친 리나는 꽃다발을 내민 채 물끄러미 링컨동상을 쳐다보았지. 결국 리나는 꽃다발을 내민 채로 링컨 동상 아래에 쓰러지고 말았단다.

그러자 동상 링컨은 내려와 리나를 품에 안아 동상 위에 가서 앉았어. 그리고 무릎 위에 리나를 내려놓았지. 그런데 리나는 영원히 잠들어버린 거였어.

다음날, 그러니깐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로써 부활주일이었어. 사람들이 공원에 왔다가 링컨동상 위에 여자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는 경찰에 신고를 했어. 경찰이 오고 앰뷸런스가 오고 하니깐 사람들이 몰려온 거야. 무슨 일인가 하고 말이야.

“저기 사람이 있어! 여자아이 같은데…….”

“흑인 여자야! 어떻게 저 높은 동상 위에 올라갔지?”

“여자아이의 손에 꽃다발이 있어! 링컨에게 주려고 올라갔나 봐~”

“어떻게? 죽었나 봐! 불쌍해라~”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링컨동상에 올라가서 리나를 잠자는 모습 그대로 내려왔지. 소녀 리나의 손은 꽃다발을 꼭 잡고 있는 것이야.

이 소문이 퍼졌지. 예수님이 부활한 날에 흑인소녀는 링컨의 품 안에서 하늘나라에 갔다고 말이야. 자유의 품 안에서 편안하게 잠자듯이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이야. 그 후로는 흑인소녀는 엔젤리나(Angelina)라고 불리게 되었데. 」


“어머나, 줄리아! 너무 멋진 이야기다. 감동이야~ 감동!”


예지와 다르와 은비는 감탄을 했다. 아니 민지도 린다도 하루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감동받은 표정들이었다. 옆에서 듣고 계셨던 선생님도 일어나셔서는 줄리아를 안아주시며 말했다.


“줄리아! 꼭 네 얘기 같아서 더 감동이 되었단다. 그 소녀는 아빠의 품으로 갔겠구나.”

“제 얘기는 아니어요. 여기 제가 살아 있잖아요!”

“그래, 그래. 네 얘기는 아니지.......”

“그 소녀가 품에 안긴 링컨동상이 있는데 가보고 싶다.”


역시 은비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러자 줄리아가 말했다.


“다음에는 미국으로 와서 우리 함께 시카고에 여행을 가자!”

“와~ 다음엔 미국?”


미수는 흥분하고 말았다. 벌써 미국여행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때에 다르가 하루를 바라보면서 이번에는 네 차례라고 말했다. 예지도 하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루가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차례가 됐다. 준비 됐니?”

“응, 지난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게!”

“뭔데? 최근 이야기네!”


「오사카에서는 몇 군데 공원에서 벚꽃축제가 열렸었어, 이번에 갔던 곳은 오사카성에서의 벚꽃축제였단다. 열네 살 된 여자아이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벚꽃축제를 구경하러 오사카성에 갔지. 이 소녀의 이름은 말하지 않겠어. 그냥 한 소녀라고만 말할게. 한 소녀는 엄마의 손을 잡은 채 오사카성의 정원으로 들어갔다.

올해 3월 24일이 되어서 오사카성 정원에는 만발의 벚꽃들이 피어나 울려 퍼지고 있었지.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은 다 모인 듯했어. 한 소녀는 엄마의 손을 잡은 채로 오사카성 정원을 거닐고 있었지. 가는 곳마다 벚꽃향기가 한 소녀의 마음에 꽃을 피우고 말았어. 그토록 어둠에 있었던 한 소녀의 얼굴에는 벚꽃처럼 활짝 피어있었거든.

“엄마, 벚꽃들이 홀로 피어있지 않고 여럿이 모여 피어있어.”

“홀로 핀 꽃도 있을 거야. 우리처럼 둘이 함께 핀 벚꽃도 있을 걸. 잘 봐~”

“정말? 저기 끝가지에는 벚꽃이 홀로 피어있다. 그래도 외로워 보이지가 않네?”

“그럼, 주변에서 벚꽃들이 모여 들러리를 해주잖아!”

“그렇구나! 바람이 불어오니깐 향기가 참 좋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 엄마!”

“그래, 우리도 저 벚꽃처럼 활짝 피어서 좋은 향기를 나누어주자!”

“응, 저기 봐! 츄립도 있어~

일본에서는 봄을 알리는 벚꽃축제는 일본 전 지역에서 문화적으로 열리고 있고, 벚꽃이 피는 기간은 짧지만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고, 새 삶을 꿈꾸게 해 준단다. 마찬가지로 지난겨울에 공포를 느꼈던 한 소녀에게도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기쁨을 주는 것 같았어. 그렇게 방안에만 있던 한 소녀는 엄마랑 벚꽃축제에 오니 얼굴이 밝아지는 걸 엄마는 엿보았단다.

곳곳에는 가족들이 피크닉을 통해 즐길 수 있도록 나무 캐노피가 마련되어 있었지. 그리고 제철음식과 사쿠라 모찌와 전통 디저트를 음미할 수 있었지. 한쪽에는 사케 축제가 열리고, 쌀을 발효한 사케 술이 전시되어 있어서 홀짝 마시는 모습들이 보였지.

한 소녀는 엄마를 따라 전통다도에 참석을 했지. 벚꽃 모티브로 장식된 컵과 냄비 그리고 다기들로 홍차와 녹차를 마시는 경험을 했지.

“엄마, 홍차와 녹차는 어떻게 달라? 홍차는 붉은색을 띠는데, 녹차는 연녹색을 띠고 있어.”

“음……. 홍차는 영국브랜드라고도 하지. 듣기로는 청나라에서 차를 배로 실어가던 중에 뜨거운 햇볕에 차가 익어서 홍차가 되었다고 한단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홍차보다는 녹차를 더 즐기는 편이란다. 녹차는 홍차가 되기 전의 그대로의 차라고 해! 맛도 좀 다르지?”

“응, 녹차는 풀잎향이 있어. 홍차는 떫고 신맛이 좀 강해!”

“그래서 홍차에는 꿀이나 설탕을 타서 먹기도 하고 인도에서는 녹차에 우유를 타서 먹는다고 해!”

“녹차는 그냥 마시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어머, 한 소녀랑 같이 왔네? 반갑다!”

한 소녀의 엄마의 친구들이 왔단다. 함께 자리를 하고는 한 소녀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수다가 끝이 없었다. 한 소녀는 자리에서 가만히 일어나 주변을 홀로 거닐며 구경을 했다. 곳곳마다 라이브 공연도 있고, 춤, 문화전시도 있었단다. 한쪽에서는 저녁행사로 제등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있었단다. 그리고 다양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파는 매점들도 있었어. 그리고 상인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는 간식과 사탕,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지. 한 소녀는 구경도 하고 군것질도 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지. 그러다 한 소녀는 기념품 가게에서 뭔가를 샀단다. 친구들에게 주려고 기념품을 샀지.

그러다 보니 어느덧 어두워지며 저녁축제 분위기에 떠들썩하는 소리에 한 소녀는 황급히 엄마에게로 갔단다. 한 소녀의 엄마는 여전히 친구들과 수다를 하고 있었단다. 한 소녀가 온 것을 알고서는 친구들도 한 소녀의 엄마랑 저녁벚꽃축제에 오사카성 정원으로 나왔어. 밤의 야경에 제등들이 색색이 있는 모습에 한 소녀는 눈이 커지며 흥분이 되었지. 너무나 황홀한 분위기에다 밤바람에 벚꽃향기가 짙었던 거야.

한 소녀는 엄마의 팔을 끌어안고는 엄마의 친구들 속에 묻혀서는 공원을 돌아다니다 보니 많이 피곤했는지, 꾸벅 졸고 있는 거야. 엄마의 한 친구가 보고는 말했어.

“어머, 한 소녀가 피곤한가 봐~ 졸고 있잖니? 우리 그만 집으로 가자!”

그렇게 한 소녀는 엄마와 함께 친구의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단다. 엄마의 친구들은 집에 잠시 머물며 무슨 대화를 하는지 끝이 없었다. 한 소녀는 자기 방에서 자고 있었단다. 그것도 행복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를 우연히 본 엄마의 친구는 한 소녀의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어.

“한 소녀가 자는 모습이 천사 같아! 마음이 편해졌는지 얼굴이 아주 평안하다 얘!”

“고마워! 다 너희들이 걱정해 준 덕분이야. 쉽게 잊어지지 않았겠지.”

그 후로는 한 소녀는 많이 얼굴이 밝아졌고, 이젠 홀로 밖을 나가기도 하였단다. 여기까지야.」


하루가 이야기를 마쳤는데도 친구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를 눈치챈 선생님은 나서서 말했다.


“얘들아! 직접 벚꽃축제에 간 기분이지? 언제 우리도 벚꽃축제에 가면 좋겠다. 그렇지?”

“어머, 하루야~ 너무 진지해서 정신을 잃은 거였어. 우리 오사카 성에 가봤잖아!”


민지가 나서서 말하자. 다른 친구들도 하루의 손을 잡아주면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하루는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이거, 벚꽃축제 때에 산 기념품들이야. 벚꽃반지야!”

“어머나, 예쁘다!”


그리고는 친구들은 벚꽃반지를 손가락에 끼고는 이리저리 비쳐보며 좋아했다. 이때에 다르가 하루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넌 반지 없어?”

“나? 나중에 사면돼! 사실은 수미가 있는 줄을 모르고 그만.......”

“야~ 미수! 너 때문에 하루가 반지를 못 끼잖아~”

“미안해! 돌려줄까?”

“아니야, 미수 거야~ 난 일본 가서 사면 돼!”


그렇게 여덟 명의 친구들이 돌려가며 이야기를 하였다. 이를 지켜본 선생님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아주 멋져요. 멋져! 마치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연상케 했단다.”

“네? 데카메론요? 그게 뭔데요?”

“데카메론! 그것은 열 가지의 이야기란 뜻인데, 흑사병이 무섭게 퍼져가자 열 명의 남녀가 피렌체를 탈출하여 어느 시골마을에 별장에서 지내면서,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기 위해 돌아가며 매일 한 가지씩 이야기를 하는 그런 내용의 책이란다. 너희들은 여덟 명이니깐……. 뭐랄까? 8을 그리스 숫자로는 에타(ῄ)라 하니깐, ‘에타메론’ 그러면 되겠다.”

“와~ 선생님! 멋져요. 우리가 ‘열차 안에서 에타메론’이라니? 우와~~”


그렇게 여학생 8 명이 함성을 지르자 주변에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목포행 KTX는 어느덧 나주를 지나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밖을 쳐다보시더니 여학생들에게 소리쳐 말했다.


“얘들아! 이제 30분 후이면 목포에 도착을 하게 된다. 슬슬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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