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時]
아~
바람이 숨죽은 듯
풀잎조차 요동치 않아
옅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해는 자취를 감추었거늘
어디서 오는 열기인가
내뿜는 체온마저
역겹듯 맴돌며
한 점(占) 요동조차 없구나.
아~
그림자조차 사라진 듯
그늘 한 점 없는 들
멀끔히 하늘을 바라보며
흘러내리는 땀줄기
풀벌레 울음소리조차
고요하기만 한 정오
탄식하며 녹차(綠茶)로
이열치열(以熱治熱) 달래 본다.
아~
회색빛 하늘이여도
하늘 비 기다림에
목마른 들풀과 벌레들
요동조차 아니 하거늘
대지는 열(熱)을 토하니
타오는 갈증에 묻혀
혁혁(衋衋)되는 무상(無償)들
뜨거운 차(茶)로 달래 본다.
⚙ 정오(停嗚) - 머물러 슬픔에 젖다(I stay in sadness.)
혁혁(衋衋)되다 - 심히 애통하며 서글프고 어쩔 수 없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