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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은 기다림이다.

[맴 할아버지의 동화 편]

by trustwons

늙음은 기다림이다.


어느덧 추운 겨울은 고개를 넘어가고 따스한 봄낯을 내밀려고 하고 있었다. 눈더미 속에 들풀들이 손짓을 하고 있다.

느티나무 정자에 묵묵히 앉아 있는 맴 할아버지는 지팡이에 턱을 고인 채로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는 정자에서 느티나무의 그늘을 동남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이때에 동찬이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그때에 동찬이 친구가 동찬에게 소리쳐 말했다.


“저기 정자에 앉아 계신 분이 맴 할아버지 아니니?”

“뭐? 맴 할아버지?”


동찬이가 앞서 자전거의 방향을 틀어 정자방향으로 오고 있었다. 친구들도 뒤따라오고 있었다. 맴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동찬이와 친구들이 오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맴 할아버지! 여기서 뭐 하셔요? 곧 어두워져요!”

“응? 똥찬이냐? 넌 어쩐 일이냐?”

“어쩐 일이 야구요? 늦은 시간에 누굴 기다려요?”

“으응? 누굴 기다리느냐? 그래, 기다리고 있지.”


동찬이와 친구들은 자전거를 세워놓고는 맴 할아버지 곁에 와 앉았다. 친구들도 궁금해졌다. 맴 할아버지께서 여기 정자에서 누굴 기다린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동찬이는 주변을 휙 둘러보고는 맴 할아버지께 물었다.


“여기서 누굴 기다려요? 누가 오는데요? 집에서 기다리셔요. 날씨가 쌀쌀하잖아요.”

“그런 게 있어~”

“그런 게라니요? 그런 게 뭔데요?”

“똥찬아~ 언제 개학하지?”

“일주일 남았어요. 왜요?”

“넌 개학날을 기다리기 싫지?”

“싫어도 개학날은 오죠. 그렇다고 기다리지도 않아요.”

“기다리지 않는다. 그래도 온다.”

“네, 그렇잖아요?”


동찬이 친구들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런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시던 맴 할아버지는 징그럽게 웃으시면서 말했다.


“기다리지 않아도 그래도 온다.”

“네! 또 무슨 말씀하시려고 뜸을 들이세요?”

“뜸을 드려도 온다. 그거지?”

“네, 네, 네~”

“허허~ 버릇없게 서리 보채긴 원~”

“할아버지는 누굴 기다리시는데요? 네!”

“너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누군지 아니?”

“므두셀라요!”

“잘 아는구먼, 그래 얼마나 살았을까?”

“969세를 살았고, 그 해에 홍수가 시작됐어요.”

“오호~ 역시 우리 똥찬이야! 그때에 노아의 나이를 아니?”

“600세요.”

“어떻게 알았지?”

“할아버지도, 그 정도는 교회 다니면 다 알아요. 노아 육 백세 되는 해에 홍수가 시작됐거든요.”

“그렇지, 홍수 시작된 날도 알아?”

“음...........”

“똥찬아~ 기억해라! 2월 17일에 시작됐지. 그럼 무드셀라는 언제 죽었을까?”

“그럼, 1월이겠네요.”

“똑똑해~ 므두셀라가 죽고 나서 다음 달에 홍수가 시작된 거라 생각하는 거지. 므두셀라는 어떤 심정이었겠니?”

“몰라요~”

“인류의 최고의 고령자시지. 그런 므두셀라 할아버지는 하나님 아버지를 기다렸던 거야.”

“왜요?”

“세상 사람들이 너무 추하게 살아가는 걸 지켜보니 그렇지~ 그리고 손자 노아가 배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겠지. 거의 배가 완성되었으니깐 말이다.”

“배를 다 만들고도 한 달이나 기다렸어요?”

“그럼, 므두셀라 할아버지는 손자 노아가 배를 완성하는 걸 다 보았지. 그러니 하나님을 기다렸던 거지. 그리고 배를 다 만들어도 아무나 배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

“왜요? 노아가 만들었잖아요?”

“노아가 배를 만들어도 배의 주인은 하나님이시지. 그래서 2월 10일에야 노아와 가족들이 배에 들어갔고, 그리고 각종 호흡하는 동물들도 다 들어갔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 비가 내린 거네요?”

“그럼, 그럼. 자세히 말해줄까?”

“네!”


동찬이와 친구들은 매우 궁금하고 흥미로워서 안달이었다.


“자, 들어봐~ 노아의 나이 600세 되던 해에 2월 17일부터 비가 내렸지. 주야로 말이다. 그리고 40일이 되어서 배는 땅에서 떠올랐지. 그리고도 계속 150일 동안을 땅의 산도 다 잠긴 채로 배는 물 위에 떠서 지냈지. 그때에는 지구가 완전히 물로 둘러싸였단다. 그리고서 바람으로 물이 줄어들게 됐지. 150일 동안을 물이 줄어든 거지. 배가 아라랏 산에 머물 때는 7월 17일였지. 그리고도 계속 물이 줄어들면서 10월 1일에서야 산들의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했지. 그러나 노아의 가족들은 배에서 안 나왔지. 그리고 노아는 사십일이 지난 후에 배의 창문을 열고 까마귀를 내보냈지. 그런데 까마귀는 안 돌아왔어. 왜지?”

“까마귀는 시체를 먹잖아요. 그래서 안 돌아왔겠죠.”


동찬이 친구가 까마귀에 대해 좀 안다고 그렇게 말했다.


“오~ 친구, 명석해! 그래서 다시 비둘기를 내보냈더니 곧바로 돌아왔어. 그래서 칠일 후에 다시 비둘기를 내보냈지. 그랬더니 저녁때에 비둘기가 감람나무 새 잎사귀를 물고 돌아왔어.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 칠일 후에 다시 비둘기를 내보냈지. 그랬더니 비둘기가 안 돌아온 거야.”

“그럼 땅이 다 말랐나요?”

“그럼, 비둘기는 촉촉한 땅을 싫어하지. 그래서 노아는 더 확인하려고 배의 천장을 열고 배 밖으로 나왔지. 그리고 주변을 살피니 온 땅이 물이 걷혔던 거지. 그날이 노아의 나이가 601년 1월 1일이야.”

“1월 1일이면 새해 첫날인데요? 그래서 설날이란 거구나~”

“오호~ 누구야? 아주 똑똑해! 설날이란 설레는 날이란 뜻이지. 그리고 노아는 더 기다렸지. 땅이 완전히 말랐을 때가 2월 27일이었지. 이때에 하나님은 노아에게 배 밖으로 나오라 허락한 거야. 그러니깐 방주에 들어간 노아의 가족들은 1년 17일 동안을 배 속에 있었던 거지.”

“와~ 지겹겠다. 약 382일 동안을 배 속에 있었던 거네요.”

“누구야? 계산을 잘하는군!”

“할아버지! 그런데 그거랑 할아버지가 기다리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궁금해? 똥차아~”

“네! 자꾸자꾸 똥찬, 똥찬 하실래요? 친구들이 있잖아요!”

“너희들도 알고 있니? 똥찬이가 좋냐? 동찬이가 좋냐?”

“똥찬이요. 똥찬~ 똥찬~ 똥찬~”

“거 봐요! 놀리잖아요?”

“이 세상에 가장 귀한 거~ 뭔 줄 아니?”

“뭔데요?”


동찬이는 뽀르퉁 하고 있는데, 친구들은 매우 궁금하다는 듯이 귀를 기울였다.


“그건 똥이지. 사람 똥만 아니라 모든 생물의 똥이 땅의 생명을 유지시켜주고 있거든.”

“와~ 맴 할아버지! 최고예요.”

“그건 그렇고 누굴 기다리는데요?”

“허허, 똥찬이~ 성질은……. 나이가 들고 늙으면 하늘나라를 바라보게 되지.”

“왜요? 그렇긴 해요. 우리 할머니도 심심하면 하늘을 보시며 에그 오래 살았지~ 그러시던데요.”

“그럼, 하늘 아버지가 부르실 날을 기다리는 거지.”

“할아버지~ 왜 그런 생각을 해요? 오래오래 사셔야지요!”

“그건 말이다. 늙은이를 욕하는 거야~ 건강하게 사셔요. 이렇게 말하는 거야!”

“어떻든, 우리를 생각해서라도 오래 사셔요.”

“그래, 그래마~ 허나 하나님 아버지를 기다리며 사는 것이 바로 준비되었다는 뜻이지. 욕심을 다 내려놓았다는 거지.”

“아~ 그러니깐 기다리는 마음으로 사신다는 거네요.”

“그럼. 늙으면 그런 마음으로 사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추한 모습으로 사는 거지.”

“추한 모습이요? 므두셀라가 바라본 추한 인간처럼 요?”

“허허, 고놈 보통 아닌데~”

“욕심은 추한 거잖아요~”

“그렇지, 인생을 욕심으로 살면 안 되지. 너희들은 그러지 마라!”

“네! 우리는 욕심으로 살지 않을 거예요. 뜻있는 인생을 살겠습니다.”

“좋아, 좋아~ 이제 집으로 들 가자!”

“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도 떠돌아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기다리는 인생이여~”

“허허허, 노래도 잘 부르는구먼! 안녕~”

“맴~ 할아버지도 안녕~”


그렇게 동찬이와 친구들은 맴 할아버지가 기우뚱거리며 걸어가시는 것을 한참 동안을 바라보다가 자전거를 타고 휘익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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