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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른의 형태①

[일상 생각 10] 어른으로 성장하려 노력 중입니다

by Pabe

그런 말이 있다.

나이만 먹은 어른.

우리 인생에 거저먹는 것이 있다면 그건 나이이며, 쉬이 먹은 것을 자신의 노력의 결실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합니다.


SNS나 뉴스에서도 쉽게 화자 되고는 합니다. 공공시설에서 고함을 지르고 누군가를 떼려 다치게 하고는 옳고 그름에 초점을 두고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만을 주장하는 어른.

그 내용들에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의견이 담긴 댓글들이 뒤를 잇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 사람의 수만큼의 다른 생각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건보다 앞서 전제할 수 있는 조건들을 생각해봅니다.

조건 1. 매체에서 본 내용이 전부가 아니며 사건의 시발점이 따로 있을 수 있다.

조건 2. 단편을 보고 쉽게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아야 한다.

조건 3. 하지만 그 사람들의 행동에 많은 사람이 큰 피해를 입었다.


생각을 할 때 넓고 깊게 보자. 경주마처럼 하나만을 보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다.

너무 모호하지요. 네/아니요, 찬성/반대에 딱 하나를 고르는 환경이 더 익숙했었으니까요.


'빨간 불의 신호등에 건너편으로 걸어가는 사람이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서 갔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나오던 예시 문장입니다. 인간의 삶에 대해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만큼 어렵고 난해한 것이 있을까요. 내편과 그렇지 않은 상대방이 있다는 것이 조금 더 가까운 해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삶에도 많은 어른이 스쳐 지나갔으며 현재에도 많은 어른을 접합니다. 멋진 어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두 분이 생각납니다. 가정 교과목을 가르치신 여자 선생님과 외국에서 만난 콧수염이 멋진 할아버지 선생님이요.


가정 선생님은 자신의 삶의 한 조각을 이야기해주셨는데, 결혼한 뒤 남편과 아이를 갖으려 무척 애쓰셨지만 잘 되지 않아 아이가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내게 만약 딸이 있었다면 매년 속옷을 7가지 색으로 사줬을 거야. 일주일 내내 깨끗하고 예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옷의 성질에 따라 세탁하는 법을 설명하시면서 하셨던 말씀이었는데 웃으시며 말하셨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감정과 그에 반대되는 현실에 씁쓸한 감정이 섞여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선생님의 앞선 삶이 그러하였기에 마음, 생각 그리고 행동 그 모든 게 학생을 위하는 데 오롯이 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생님은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을 그냥 두고 보지 않으셨는데 학생을 불러 교육하고 은단껌, 금연패치를 사서 주고 늘 확인할 정도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는 분이셨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행동이 가정 교과목을 담당한다는 이유나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 사명감보다 학생이 마치 자기 아이인 것처럼 행동하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은 한 가지 규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업 전에 늘 나눠주시는 수업 정리본 한 장을 받으면 공책 왼쪽에 붙이고 반대편에 수업내용을 스스로 자유롭게 요약하는 숙제를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꼭 다음 수업에서 모두의 공책을 확인하셨는데 그때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한 가지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반 친구들은 선생님 수업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면서 학습 포인트를 받기 위해 숙제를 창의적으로 하거나 퀴즈에 열을 올린 친구들이 많았죠.


가족과 그 구성원에 대한 내용의 수업을 듣던 어느 날, 앞으로 있을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대해 설명하셨습니다.

"너희가 아이를 낳고 기른 후 아이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을 때 데리고 온 상대가 이성이 아닌 동성일 수도 있다."

선생님의 말씀은 누군가에게 교육자의 역할, 교육의 방향성 논란을 야기하며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학생을 가르쳤다고 이야기할 것이며 또 누구에게는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며 미래를 관철하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20대가 된 이후 선생님이 설명하셨던 것처럼 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 대립, 인식 변화 등을 매체를 통해 많이 보게 되었죠.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좀 이상하지 않아?"

"그게 뭐 어때, 그 사람들 인생인 거지. 그리고 남 인생에 뭐라 하고 싶지 않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토론 주제로 나왔을 때 선생님의 수업을 예시로 들면 그 시절에 그런 선생님이 있었다는 놀라움과 그런 선생님을 만나보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말의 표면을 보고 의견이 많을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에 반대의견이 없었던 것은 선생님은 늘 학생들을 생각하고 행동하셨던 분이어서 그 진실성을 알아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을 하셨는지도 압니다. 더 나아가 제가 삶을 꽤 살아본 어른이 되었을 때 충분히 현실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의 예고편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자신의 인생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이 과거에 비해 달라지고 변화하고 다른 관점이 탄생했을까요. 또, 어린 제자들의 삶은 또 얼마나 많이 변모할까요. 제게 선생님은 그 모든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줄 아는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린 제자가 커서 어른이 되었고 선생님을 떠올리면 학생을 위하며 그렇게까지 행동하기란 어려운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직업이 뭐예요? 무슨 일해요?"

어른이 되면 나보다 가지고 있는 직업이 개인보다 앞설 때가 많습니다.

“선생님, 선생님도 한 명의 사람인데 어떻게 어른의 무게를 견뎌내셨나요. 선생님도 선생님 같은 선생님을 만나셨었나요. 어른이 뭘까요.”

아직도 세상에 궁금한 게 많은 제자의 질문에 선생님만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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