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걸 알게 되니 아프다 ⑥

[우당탕탕 설늙은이] 감정이 없는 T는 없다

by Pabe

물론, 병 때문에 감정적이었던 경우가 많기는 했다. 에너지 소모가 빠른 병이기에 심장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서 새벽에는 무조건 깨고 토하고 땀을 흘리고 가족들과 함께 자는 건 너무 답답해서 혼자서 잠을 잤다. 여름이 면 안 그래도 더운데 느끼는 열의 최고치를 찍어서 에어컨을 켜서 열을 식히지 않으면 열조절이 되지 않았다.

몸의 아우성은 나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문득문득 가족들이 질문을 해오면 나는 매번 끼어들 틈새도 없는 NO를 말했다.


"방에서 같이 자면 안 돼? 같이 자자."

"안돼. 오지 마. 불편해."

내 물건의 지분이 50% 정도인 큰방은 네 벽 모두 물건들로 그득 차 있었기에 기본적으로 답답함이 느껴지는 구조이지만 거기에 누군가 한 명 더해지는 느낌이 답답함을 넘어 나를 옥죄는 것 같았다. 네모난 방이 사실 아주 작아서 내 몸으로 꽉 차서 끼여있는 감각만이 애워쌌다. 몇 번 설명해 주긴 했지만 이걸 완벽히 아는 건 나뿐이었다. 날로 예민해져 가는 나를 엄마는 기다림으로 바라봐준 것 같다.

"둘째, 힘들대잖아. 얼른 나와."

"같이 자면 안 되나? 같이 자고 싶은데."

이해는 하지만 가족들의 아쉬움과 불평을 뒤로 한채 혼자 방을 썼다. 내 어떤 여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대도 병과의 씨름에 소모했기에 누군가에게 배려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오직 바뀐 내 상태를 충실히 내비칠 뿐이었다.


“앞으로 운동하면 안 돼요. 지금 에너지 소비량이 커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어요. 여기서 운동까지 하면 큰일 나요.”

뭔가 이상적인 말의 형태였다. 이 말은 마치 닭 가슴살과 풀떼기에 지친 다이어트로 지친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다이어트법처럼 들려왔다.

“회원님, 제가 이야기해 드렸죠? 고열량 세끼에 간식을 끼워 넣어 챙겨 먹고 야식도 드셔야 합니다. 식단 지켜주셔야 해요."

흔히 나아지기 위해 운동하라는 말이 일반적 흐름이라면 그마저도 부자연스러웠다. 의사가 운동하지 말라고 말리는 말은 듣기 굉장히 희박한데 그걸 쟁취해 낸 나라니. 의사의 말이 준 당위성이 흔치 않기에 신선함을 느끼다가도 내 컨디션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응, 그럴 테지. 지금 상태에서 운동까지 하면 토든 뭐든 몸 밖으로 터져 나올 거야. 그러다 이승과 빠이빠이 하는 거지.'


그렇게 지루한 병원생활이 계속 이어졌다. 지난번에 다녀온 것 같은데 벌써 병원에 가야 할 날이 되었고 몸 상태는 늘 선명하게 별로였다. 내 콩나물시루처럼 꽉꽉 들이찬 것 같은 답답한 느낌에 자도 자도 피로한 몸은 익숙해지려야 익숙할 수 없었다. 아침은 아침이어서 오후는 오후여서 밤은 밤이어서 늘 하품을 달고 살았다. 내 상태에 아무도 의문이 없었던 건 디자인 전공생들의 창백함과 피로로 절여진 얼굴들 덕이었을 것이다. 모두가늘 과제에 치여 밤샘이 익숙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점점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어서 괜찮았다. 나름 힘들이지 않고 진실을 잘 은폐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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