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설늙은이] 원래 몸무게로 돌아간다면서요.
다른 일이라면 몰라도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전공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융통성도 허용할 수 없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내게 일어난 이슈는 사고와 같았다. 갑작스러운 몸의 상태로 인해 갈 수 없게 된 교육 프로그램을 애써 꾸역꾸역 잊으려고 노력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내 최선이었고 가끔씩 기억에서 튀어 오르는 이 날의 기억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재현되면 눈썹을 찡그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도망을 가는 게 아무런 해결책을 주지 않지만 도움이 된다는 그 말을 나의 이 경우에 대입할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말을 내 경우에 맞게 오리고 잘라서 맞췄다. 분명 내게는 정확한 사유가 있었고 인생을 살다 보니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것에 해당했지만 그보다도 나로 인해 벌어진 일들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명확히 행동에 제약이 걸린 점, 도전이라는 기회를 날리게 된 점, 이슈 메이커가 된 점이 너무 싫었다. 머릿속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내가 벌린 문제들이 서로의 논리를 펼치며 매번 충돌하고 싸웠다. 시간이 꽤 흘렀어도 한발 양보하는 융통성 따위 없는 팽팽한 대립구도에 해결이 나지 않는 속사정에 늘 불편했다. 어쩔 때는 문제의 문구들이 선명히 머릿속에서 작성되면 어쩔 수 없었다는 도장을 그 위에 쾅쾅 찍어댔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애들은 가서 수업을 받고 재미있었겠지? 아니야.. 내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이게 아니지. 나는 어쩔 수 없는 상태인걸 어쩌겠어. 잊어버리자. 잊자! 잊어!'
온 신경을 모아 잊으려고 애쓰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주변을 환기하는 것으로 그 찰나를 지나쳐갔다. 도망이라는 그럴싸한 말을 앞세운 나는 알맞은 도망을 친 것이 맞았을까. 나는 문제의 문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의 문제는 외부적인 요소들이 아니라 나를 똑바로 마주 보고 서는 것이었지만 그건 내 인지의 영역에도 들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나라는 근원보다도 주변에 널린 문제를 치우는 게 내 우선순위였고 그걸 잘 처리하는 것이 이성적이며 성장하는 사회적 인간의 면모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열심히 무시했다. 그러자 무의식 중에서도 나는 그 중심에 들 수 없었다. 늘 다른 것에 의해 밀려났고 치였다.
더 깊이 파볼 시간도 없이 졸업작품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졸업작품 기획에 고민을 하고 면담을 통해 수정하고 또 수정했으며 1차 기획발표를 하고 그리고 2차, 3차 심사들을 거쳤다. 매번 받는 심사에서는 통과, 보류, 탈락 중 늘 보류를 받았다. 다행히 탈락은 아니지만 통과는 아닌 애매한 위치의 작업에 스트레스가 쌓였다. 졸업하는 순간까지도 수업을 꽉꽉 채워 들어야 했기에 그중 영향력이 가장 큰 졸업작품까지 신경 써서 제작해야 하다 보니 가끔 지치기도 했다.
아무리 바쁘고 지쳐도 쌓여 있는 약을 먹었는지 까먹는 날을 제외하고는 늘 약을 챙겨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나아지는 과정에 들어섰는데 점점 몸이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원래의 상태라면 아프기 이전의 몸무게에서 멈춰야 하는 게 맞는데 너무 쉽게 몸무게가 치솟았다. 그 증거로 빨간색 튼 살 자국이 마치 기타 줄처럼 여러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내가 모른 척할 수 없는 팔뚝에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다.
분명 의사 선생님은 약을 먹고 갑상선의 기능이 원상태로 돌아가게 되면 내 몸무게로 돌아갈 거라고 그랬는데 어째서 이 상황이 생겼는지, 먹어야 하는 약은 왜 좀처럼 빨리 떨어지지 않는지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한 달을 기점으로 다시 방문한 병원은 날 담당하셨던 선생님은 퇴사를 하시고 난 후였고 나는 새로운 의사 선생님을 배정받게 되었다.
내 첫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어디에도 조금의 주저도 없이 가벼워서 이 병의 무게감도 가벼운 것이라 생각하게 했는데 그 얇은 무게감의 말은 너무나도 쉽게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거기에 더해 어느 날 가뿐히 퇴사했다는 점이 선생님을 실컷 미워하게 했다.
'길어도 1~2년이라더니, 원래 내 몸무게로 되돌아가는 거라더니 설명과 내 몸 상태는 아무것도 맞지 않았는데 이별 방식도 참 맞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