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설늙은이] 사회초년생, 코로나가 들이닥쳤다
이때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때 사람들은 사스나 메르스와 같이 지나쳐 갈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다. 뉴스로 보도되기 시작했을 초반에는 반응들이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마스크를 쓰고 있고 다른 이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서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그 모습은 아침 출근길에서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출근을 한 후에는 마스크 쓴 것을 보고 한마디 건네는 분도 있었다.
"뭔 마스크야? 그렇게까지 쓸 필요는 없지 않아?"
그러다 다음주가 되어서는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이때가 사회초년생으로 일을 시작한 지 딱 3개월을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점점 코로나의 영향이 커지기 시작하자 학교에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끊임없이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과열된 느낌을 받은 어느 날은 전화문의만 받다 하루가 끝나는 날도 허다했다. 학교도 학생도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처음을 겪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전화문의는 도통 멈추지 않았다. 모든 부서가 다 대책이랄 것이 세워진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우왕좌왕했다. 학교는 긴급회의에 들어갔고 그동안 오는 전화를 모두 받아내야 했다. 모든 전화민원이 그렇듯, 전화를 잡고 화를 내는 분과 예민한 말을 던지는 분들이 많았다.
"아 네,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제 이름은 OOO입니다."
"아, OOO? 알겠습니다."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내비치는 방법에 상대의 이름을 물어본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에 질세라 또박또박 알려주었지만 씨름하듯 전화 하나를 끊고 나면 기진맥진해 잠시 쉬고 싶었지만 곧바로 다음 전화가 울렸기에 그럴 여유도 없었다. 대응을 위해 잠깐의 긴급 부서회의에도 뒤통수 뒤로 매섭게 전화가 울렸다. 모두가 전화에 매달렸다. 끝끝내, 같이 일하시던 동료 선생님 한 분은 콜센터 직원이 쓸 것 같은 헤드셋 전화기를 구해와 사용하시기도 했다. 그 모습을 마주했을 때에야 비로소 이곳이 그냥 센터가 아닌 콜센터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곧바로 설명회가 열렸고 모두가 설명회에 지원해 의문에 답변을 드리고 각 자리에 찾아가 더 상세한 설명을 드렸다. 전화와 설명회가 주 업무인 상태로 며칠이 지나갔다. 그럼에도 나아진 것은 없어서 모니터 화면 공유 기술을 써서 전화응대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바쁨에 바쁨을 얹는 날이었다.
집과 일터를 오가는 것만이 허용되면서 눈을 뜨면 출근을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일찍 잠을 자도 피로감이 덜 풀려서인지 스트레스가 쌓이기만 하는 상황때문인지 부담감이 생긴 것 같았다. 그렇게 꽤 피곤한 몸과 정신을 깨워 출근길에 나선 어느 날에 그런 생각을 했다.
'좀 쉬고 싶다. 며칠만 좀 매일매일 이 정신없는 부서에서 멀어지고 싶다.'
이때는 그리 심각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급격히 올라간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를 받는 초반에는 내 정신과 체력으로 인내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었기에 그렇게까지 힘든 것은 아니었다. 아니, 버틸 수 있었다.
"OOO쌤, 일은 할 만해요?"
폭풍 같았던 전화벨소리가 조금 잦아든 어느 때에 상사의 이 물음에 나는 준비된 말을 했다. 혹여나 누군가 내게 이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답하리라 하는 준비된 답변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정확하고 또박또박 답변할 수 있었다.
"일한 지 이제 3개월 차라 아직 익숙하지는 않은데 코로나가 터지다 보니 좀 정신이 없네요."
이런 상황은 나뿐만이 아니라 이때의 모든 사회초년생들이 회사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으로도 벅찼을 것인데 코로나가 터져버리고 말아서 더 어려웠을 것이다. 마치 그 모든 사회초년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꾹꾹 눌러쓴 것 같은 마음을 답변으로 내놓았다. 그러자 그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던 것인지 깜짝 놀라며 내 말에 수긍했다.
모든 것이 휘몰아치고 그것이 언제 왔다 갔냐는 듯이 마스크가 없어진 생활을 하게 된 지금, 문득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던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내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환경에서 다른 무엇인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 그곳에서 그곳이 주는 안정에 머물러 있었을까. 아무것도 명확한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툭하고 피어오르는 이 생각이 들 때 나름의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