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설늙은이] 회사 속 인간관계 (2) - Taker와 소문
소문이 루머라고 하는 Taker
부서에 오기 전부터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 다들 그 사람과는 물리적 거리부터 멀리 하려고 애쓰는 게 보였고 대화가 오가도 최대한 짧게 하고 끝냈었다. 그러다 이쪽으로 오게 된 소식이 퍼지자 몇몇 부서 사람들이 내가 보이는 족족 붙잡아 세워놓고 조심하라는 말 한마디를 건넸다. 사람은 마주 봐야 진짜를 안다는 이야기가 존재하듯 조심하라는 말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모두가 손잡고 와서 한 날에 날을 잡고 면담하듯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각 다른 때와 시간에 마주친 나를 붙잡고 한 토씨도 다르지 않은 말을 건넸다.
"쌤, 조심해. 그 사람 옛날부터 진짜 유명해. 웬만하면, 아니다. 멀리하는 게 좋아."
멀리하라니, 어디까지? 모두가 계획하지 않았지만 내게 건네는 조언 아닌 조언을 이렇게까지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이야기를 내게 한다는 건 아무래도 싸했다. 그것도 아주 큰 비상벨 같은 것이 머릿속에 울렸다. 동시에 갖는 아이러니함은 같은 부서사람이었고 업무를 나눠야 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이었기에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부서로 향했을 때 부서도 그리 다른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알았다.
부서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상사분들이 각각 회의를 잡아 내게 건네는 말들이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요약해 보면 일을 시키기 위해 일을 분리시킬 것이라는 점과 내 업무는 다른 업무들이 주 업무였다는 형태로 소위 연기를 하라는 말이었다.
몇 십 년을 그렇게 해 온 그 사람은 이런 사람들의 준비태세를 아는 듯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분리시키고 물어보는 질문들에서 어째서 사람들이 그토록 경계하고 주의를 주었는지에 대해 깨달았다.
부서로 오고 난 후 공식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소문을 전면에 내세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전부 잘못된 말들이 뒤섞여 소문이 되었고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말까지 덧붙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소문에 대해서는 되려 자신의 명성인 것처럼 의기양양하기도 했다.
부서는 나름의 준비를 끝내고 나자 평소와 같은 업무를 진행했다. 조용히 흘러가는 것 같았으나 그건 곧 닥칠 일들 전에 고요함 같은 것이었다. 구분된 일을 해도 부서에 문의가 들어오면 모두가 알게 되는 상황임에도 일부러 같은 시간에 일정을 잡아 펑크를 낸 후 하나의 일만 진행하거나 업무를 본다는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매일 있었다.
"또 없네. 이 사람 일 안 하죠? 맨날 자리에 없잖아. 누가 봐도 알지."
방문하신 분께서 이런 말을 건네면 그저 웃음으로 밖에는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만 존재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어떻게 해서든 덜 하고 떠넘기는 쪽으로 애를 썼고 타인이 도와준 업무는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바쁨이 기본인 부서에서 사고가 자꾸 일어나자 점점 버거워졌다. 지원요청을 한 부서에서는 그 까닭을 물어왔고 나는 설명해야 했다.
부서에서는 분명 나름의 대비책을 준비했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전부터 늘 그랬듯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척 구슬린 말들만이 놓였고 알맹이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 속 알맹이가 바뀌지 않았던 이유에는 그 사람이 누군가의 누구라는 것이 진하게 얽혀있는 것과 실무자의 능력 아래로 모든 걸 해결해 왔기에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였다.
내가 직장에서 목도한 지독한 일의 이면에는 그저 남들의 눈과 귀를 속여가며 업무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음만을 뽐내면 그만이었다. 허상, 허위. 도금으로 빛나는 형태. 어쩌면 지독한 현실의 모습이 그것이라는 게 눈에 선명하게 그려졌을 때에는 슬펐다. 어쩌면 어쩌면 사회생활의 시작은 사회생활에 대한 콩깍지 같은 것이 완전히 벗겨졌을 때, 어둑한 절망 같은 걸 느꼈을 때 그제야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곳이 바라는 혁신 안에 부지런함과 누군가의 애씀과 열정이 더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가장 빛이 날 것이라고 꾹꾹 눌러가며 생각했다. 머리가 지끈하게 아픈 날이면 차갑지만 신선한 바깥공기를 맡고는 다시 돌아가 하루에 다 해야 할 애씀을 썼다.
끝끝내 나의 끝은 또 다른 벽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부서에서 그간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처참한 것이었다.
"그냥.. 네가 좀 예민한 거 아니야?"
사람의 말에는 가끔 상대방에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하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런 것이길 바라는 바람을 할퀴자 일의 이면은 더 이상 이면으로만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꾹꾹 눌러온 것들을, 애쓰고 애썼던 마음을 더 가혹하게 내몰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정신 같은 게 뚝하고 끊어지는 감각만이 남았고 눌러왔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늘 그랬듯 답답한 머리를 붙잡고 차가운 공기만이 존재하는 밖으로 향했다. 어디선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최대한 멀리 떠나라고 했던가.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다음을 허용하지 않으려 자리에서 벗어났다. 모든 인내심을 쏟아붓고 난 메마른 공간을 메운 건 눈물이었다. 평소보다 좀 더 재빠른 형태로 최대한 먼 곳으로 가서 멈출 수 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다 큰 어른도 어린애가 우는 것처럼 숨이 다 넘어갈 듯 울 수 있다는 걸 그때야 알았다. 그간 나름의 노력을 들여 참아온 것들을 쏟아내자 숨이 거꾸로 쉬어지는 것 같았다. 한차례가 지나가고 나서 찰나의 쉼을 끝으로 또다시 눈물이 쏟아졌고 멈출 수 없었다. 곧게 펴 앉았던 자세는 앞으로 쏟아져 다시 세우기 어려웠고 겨우겨우 숨을 내쉬기 위하여 작은 움직임만이 가능했다. 펑펑 쏟아내느라 등을 세울 수 없어 누구인지 모르지만 내 등 뒤로 누군가 토닥이며 내 상태를 걱정하고 휴지를 내어주셨던 분도 계셨다.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어 온 열을 내어 울었던 나는 그 공간과는 더 이상 맞지 않은 사람이었다. 잔존한다는 선택지는 한 톨 정도로 아주 미미하게 남은 나에게 가혹한 것이 될 것이므로 끝맺음을 생각했다. 다 쏟아내고 텅 비어지고 난 그제야 세상이 말하는 안정적인 직장 중에서도 안정적인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담을 수 있었다.
오디오북 녹음&편집: Pabe
배경음악: Youtube Music, The Gentlemen-Divk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