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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윤슬 Oct 22. 2023

공무원 그만두고 별안간 호주로 떠난 20대 후반 청년

그렇다. 도피성이 아예 없었다고 할 순 없겠다. 한 20퍼센트 정도는? 


그런데 그게 뭐?라는 생각이다. '내 인생인데 내가 도피를 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지?' 싶다. 지금까지 남들 시선 의식해서 20대 후반까지 살아왔는데, 또 그렇게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내 마음대로 내 인생 마음껏 헤엄쳐 살아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러려면 우선 대한민국은 벗어나야 했다. 이 나라는 너무나 좁은 땅덩이에 사람은 또 바글바글해서 어딜 가도 모두가 쉽게 이어져있기 때문에 비교가 너무 쉽다. 물론 그것뿐 아니라 모두가 일반적인 인식도 이 나이엔 당연히 무엇을 해야 하고, 이 나이엔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어서 그에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눈길을 받게 된다.


그게 나쁘다는 것보다는..... 맞다 나쁘다. 적어도 나처럼 팔랑귀인 사람에게는 나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가이드처럼 그 레인을 따라가서 인생을 쉽게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취직을 한 이후로는 정년으로 은퇴하는 60대까지 무작정 버티기밖에 없기 때문에 정말 운 좋게 처음부터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레인을 잘 고르지 않는 이상 인생의 대부분을 그렇게 살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취직 이후로 결혼, 출산 등의 이벤트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와는 아직 먼 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퇴까지의 레이스가 너무도 숨이 막혔던 것 같다.


그래서 우선 해외로 나가기로 결심하고 내 길을 다시 찾아봤다. 지금 내 나이에 대학교를 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아서 학생비자보다는 우선 워킹홀리데이비자로, 그나마 익숙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답은 호주였다.


인생이 정해진 레인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광활한 바다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헤엄쳐보자 생각해 보니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조금 막막해진 건 있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안정적으로 재미없게 하루하루 버티면서 사는 것보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로 인해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거구나.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 먹여 살려야 하는 식구가 없었고, 내 앞으로 빚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내 앞가림만 조금 잘 처신하면 못할 결정도 아니었다. 이렇게 운 좋은 조건으로 태어났는데 이걸 꼭 누리고 싶었기도 하다. 나한테 주어진 조건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그리고 나에게 더 큰 운은 내 주위 사람들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호주에 가보겠다고 결심을 알렸을 때 주위에서 한 번도 우려의 소리를 들은 적 없다. 물론 속마음까지는 내가 모르겠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너는 잘할 거다, 멋지다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가족들, 친구들 곁에서 정말 내가 이런 사람들과 어떻게 좋은 인연을 맺었지 하는 감사함을 느꼈고, 결국은 이렇게 될 거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막막함 반, 희망참 반으로 호주 땅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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