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인생 태도 배우기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오게 된 배경은... 사실 깊은 고민은 하지 않았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나서 이제 직장인을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고, 그렇지만 돈은 많고 싶었으니 사실상 정해진 길은 하나였다. 내 사업을 하는 것이다!
사실 사업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나는 아직 어려서부터 할 줄 아는 거라곤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는 것밖엔 모르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회초년생이었기 때문에 흔히 '사업을 해야지!'라고 생각했을 때는 자연스레 외식사업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게 흔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점이 아닌 괜찮은 사업아이템을 찾아서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음식점을 하고 싶었다.
역시나 운 좋게 아무 연고도 없는 먼 타지에서 집도 무사히 잘 정착해서 구했고, 직장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감사한 마음으로 돈 나올 구멍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호주에 발 붙이고 살면서 인생에서 또 배우는 것이 이 느는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언니가 학교에서 수업받은 내용을 들려줬는데, 본인이 케어하는 사람이 만약 넘어진다고 하더라도 먼저 잡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한다. 그거 붙잡다가 본인 허리를 다칠 수도 있으니 우선 본인부터 챙기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소한 내용이었지만 그 내용을 말해주는 언니도 충격을 받고 나에게 말해주었고, 듣는 나 또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이었으면 어땠을까? 물론 한국도 이론상으로는 저렇게 배우려나? 싶었지만 여기는 어렸을 때부터 본인을 먼저 챙기는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일을 하는 친구들도 조금이라도 본인이 아프면 우선 일을 빼고 본다.
처음엔 '다른 같이 일하는 친구들한테 민폐가 아닌가? 조금 아파도 책임감 있게 본인이 해야 할 일은 끝내고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나 스스로를 먼저 챙기는 게 당연하다는 게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이런 식의 교육은 적어도 내 시대 때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게 해야 된다고 교육받는 건 처음 봤다.
손님에게 주문한 물건을 건네줄 때마다 의식적으로 "땡큐"라고 하지만, 손님들이 오히려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아니야! 내가 더 고마워!"라고 대답해 주는 걸 보면 그날은 나도 그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가 없다. 사소한 일이지만 기분이 확실히 좋아진다. 또 손님들이 그냥 나가면 되는 걸 꼭 내쪽으로 와서 눈을 맞추고 최고의 식당이라고 엄지 척을 해주고 가는 일도 잦다.
처음엔 '와 저 사람들이 정말 성격이 좋구나'라고 생각했다가, 그런 일이 잦아지니까 '여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행복과 여유가 넘치는구나'라고 알게 됐다. 사실 한국에서도 알바를 적게 해 본 편은 아니라서 알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일들은 극히 드물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문화 차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나에겐 호주의 여유로운 문화가 확실히 좋아 보인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해괴망측한 옷을 입건, 어떤 행동을 하건 불법이나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 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옷이 조금만 튀어도 힐끔 쳐다보고,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친구에게 저 사람 봐 보라고 하던 곳에서 호주로 오니 처음엔 적응이 되지 않았다.
희한한 옷을 입은 사람이 있길래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와 방금 저 사람 봤어?"라고 하니 "응? 누구?"라고 전혀 이해를 못 하는 눈치였다. 정말 얘네는 아예 인식 자체를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나조차도 그렇게 살았구나 싶어서 의식적으로 나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찐 호주인처럼 나에게도 여유롭고 타인에게도 관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오늘도 배우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