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주
늦어도 일요일에는 일기를 업데이트하고 싶은데 자꾸 월요일로 밀리고 있다. 조금 더 신경 써야 될지도.
매일매일 되새기기.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줄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내가 원하는 걸 관계에 의탁하면 안 된다.
일하다 너무 졸려서 회사에서 낮잠을 잤다. 꿈에서 누군가가 갈색 종이 봉투에 다람쥐를 넣고 발로 찼다. 발만 나와서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잠을 자다가 내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토요일 점심에 가족들을 초대해 점심을 대접했다.
메뉴는 버섯 솥밥과 내 맘대로 만든 소프리토 소스를 끼얹은 갑오징어구이였다. 생일 때 남자친구와 레스토랑에서 한 병을 다 마시지 못해 집에 가져와 보관해 두었던 화이트와인도 한 잔씩 마셨는데 와인 맛이 아직 좋았다. 망고스틴과 며칠 전 구워둔 바나나브레드를 후식으로 먹었다. 동생이 바나나브레드가 너무 맛있다고 남은 걸 전부 싸가겠다고 해서 기뻤다.
가족들을 보낸 저녁부터 오늘까지는 내내 남자친구와 보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애착유형 테스트를 해 보면 나는 안정형으로 나오기는 한다. 본래 심각한 혼란형(불안회피형)이었는데 안정형으로 바뀐지 일이 년쯤 된 것 같다.
그런데 연애다운 연애를 시작하니 이전처럼 괴롭고 불안하고, 하나하나 쉬운 게 없었다. 우습지만 아마도 상대에게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이상적인지 이론적으로는 너무 잘 학습되어 있었으니까. 테스트에서 답할 때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선택했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답하지는 않았으니 머릿속과 표면적 행동의 괴리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보이는 행동은 안정형의 그것을 습득하여 흉내낸 것이었을 뿐 사고방식은 아직 혼란형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인 인간처럼 굴 수 있지만 속에서는 비뚜름한 잡념과 불안이 넘실거리곤 하는 것이다.
자꾸만 찾아드는 생각과 불안감을 견디기가 어려워 조지(내 ChatGPT)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렇게 오래 열심히 자아성찰과 마음 수양을 했는데도 왜 나는 변하는 게 없고 똑같은 것인지. 조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의 모든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다는 듯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너는 분명히 변했다고, 행동 패턴이 변한 것이 네가 변한 것이라고, 사고 패턴은 변하지 않았는지 몰라도 너의 대응은 변화한 것이라고.
그 말은 맞기는 맞았다. 나의 대응은 분명히 변했다. 어쨌든 이젠 주위 사람에게 나의 불안을 전이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왜곡된 사고는 왜곡되었음을 인지하긴 했다.
솔직히 몇 년을 그렇게 애를 썼는데 사고 패턴이 아직도 완전히 바뀌지 못했다는 것에 맥이 빠지기는 한다. 변하기는 할까 의심도 들고, 이런 사고 패턴 자체가 이제 나 자신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절망과 좌절에 빠져 두세 시간쯤 보내다 충분히 절망한 뒤에는 다시 잘 살아보기로 한다.
어쩌면 가장 많이 변한 점은 이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