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

둘째 주

by 글쓰는비둘기

둘째 주




수요일



확실히 연애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상대가 내게 불안을 주지 않아도 나는 불안을 만들어서 느끼는 사람이다. 아니, 만든다기보다는 원래 오래 전부터 내 마음 속 우물 깊숙한 곳에 있었던 것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켜며 올라오는 것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연애라는 사다리가 생겨서 올라올 수 있게 되었나보다.


그래도 이만큼 감정 성찰과 인지가 된다는 것이 많이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도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변한 점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항상 전자처럼 느끼면 좋을 텐데 보통은 후자 쪽으로 생각이 흐르면서 낙담과 좌절감에 빠져 버린다.


감정의 파고와 불안이 너무 심해지면 다시 병원에 가볼 생각이다. 최신 의학 기술로 사람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 예전에는 정신과에 가면 내가 진짜 정신이 아픈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 같아서 정말 가기 싫었는데, 이젠 그냥 힘들면 약의 도움을 빌리는 거지 뭐 싶다. 그건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일요일


요즘 드는 생각.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은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원하는 것인 경우가 꽤 많고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하기도, 혹은 시간이 꽤 지나서야 깨닫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별로 원하지는 않던 것이었으나 막상 주어지면 이게 내게 필요한 것이었구나 깨닫기도 한다.



내가 사람을 대할 때 원하는 것, 기대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문득 느낄 때가 있다. 주로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 연인에게 그렇다. 가족인데 이 정도는 챙겨줘야 되는 거 아냐, 라든가. 친구한지 몇 년인데, 라든가. 내가 사귀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이라든가.


어떨 때는 그리 가깝지 않은 이들에게도 막연히 무언가를 기대할 때도 있다. 사람끼리 만나면 발휘해야 하는 사회성이라는 게 있는데 저 사람은 어쩌면 저렇게, 이런 식.


결국 그런 것은 다 나의 결핍이었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채우고자 했다. 내 안의 공허감을 그들이 채워주길 바랐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내가 부족한 인간이라는 느낌.


그 결핍을 채우고자 허우적거리다 보니 달콤한 말을 해주는 사람,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 근사한 외모나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 수챗구멍에 물 내려가듯 후르륵 휩쓸려가곤 했다.

불같이 타오르며 애정을 퍼부어주는 연인 관계를 기대했던 것도 내 공허감에서 울려 나오는 불안감을 잠재우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 모든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었으나 내게 진정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불같은 남자는 모든 걸 태워 버려서 내게는 재만이 남았고, 달디단 말을 하는 사람들은 곁에 남지 않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불이 아니라 물이었다. 달콤한 초콜릿이 아니라 단단한 곡물빵이었다.



맹점은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거였다. 원하는 것을 외치는 마음속 목소리가 너무 컸다. 공허가 판 구멍이 너무 깊고 움푹해서 조금만 소리를 내어도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얻어서 열심히 채워도 흙에 물 빠지듯 내려가 버려 채워지지 않았다.


그걸 채울 수 있는 건 남이 아니라 나라는 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다.

스스로 그걸 채워야만 비로소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들렸다 말았다 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만 해도 시작은 한 셈이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 싶다. 순리에 따른 삶, 균형감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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