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주
이번 주는 장마 예보가 있어서 전체 재택을 했다. 주말에 남자친구의 집에 와 있었는데 뒤늦게 공지를 들은 덕분에 이번 주 내내 여기 눌러 앉았다.
여행할 때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견딜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과 24시간 내내 함께 있는 것이 내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혼자 있는 게 더 좋다. 남자친구가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주말 이틀을 통째로 함께 보내면 이틀째 저녁쯤 되면서부터는 혼자 있고 싶어진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뺏기는 것이 조금 걱정이었다. 같이 있는 게 좋아서 재택 기간 동안 그의 집에서 지내기로 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여태까지는 그리 힘든 일이 없었다. 나는 집에서 일하고 그는 출근했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깨어 있는 시간에는 혼자였던 것이다.
룰루 밀러의 저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말미에는 저자가 파트너와 함께 하게 될 때의 두려움에 대해 털어놓은 부분이 있었다. 책을 읽은 지가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는 못한데, 대강 떠올리기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물 속에 끌려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했던 것 같다. 물 속에서 숨을 참고 살다가 질식해 버리지 않을까 두려워했는데, 막상 해 보니 자신은 물 속에서도 살 수 있는 존재였더라고 이야기했다. 조금 답답하고 지상과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숨을 쉬며 살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 부분이 퍽 인상적이어서 유달리 기억에 남았다. 나 또한 남과 사는 것을 (물 속은 아니더라도) 감옥이나 철창에 갇히는 것처럼 생각하곤 했으니까.
걱정했던 것보다 한 주를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래도 나는 며칠 뒤에 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기대된다. 비록 이 집보다 채광이 나쁘고 조금 더 지저분하다 해도 내 초록 식물들과 피피(나의 잠 메이트인 토끼 인형)가 있는 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요즘엔 일할 때 유튜브에서 돌콩블루 채널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는다. 어느 샌가 나의 알고리즘에 불쑥 나타난 채널인데 아주 귀엽다.
집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서랍 속에서 하얀색 유선 이어폰을 발견했다.
이어폰이 있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는데 PC용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었다. 8핀 단자의 이어폰이었다. 요행히도 나의 휴대폰은 아이폰 se 시리즈인지라 8핀 이어폰을 쓸 수 있다. 한 번 이어폰을 꽂고 아무 음악이나 틀어 보았다. 얼마 만에 유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건지 몰랐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놀라운 음질의 노래가 퍼져 나왔다. 당연히 유선 이어폰의 음질이 더 좋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차이가 이 정도였다니, 그리고 내가 몇 년간 저렇게 다운그레이드된 음질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니 새삼 충격적이었다.
앞으로는 항상은 아니더라도 종종 유선 이어폰을 들고 다니며 써야겠다.
오늘 밤부터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