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

첫째 주

by 글쓰는비둘기

첫째 주




월요일



이 주만에 단골 카페에 갔다.

지난 주말에 핸드 드립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는데, 그 이야기와 클래스에서 바리스타 분께 들은 여러 이야기를 사장님께 했다. 사장님은 자신이 사랑하는 커피에 대해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기뻤는지 신이 나 보이는 기색으로, 앞으로 집에서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드실 거냐고 내게 물어왔다. 내가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기 시작하면 이 카페에 오게 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웃으며 “그럼 저 여기 와서 커피 못 먹잖아요.“ 했더니 아차 하는 표정 약간에 살짝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셨다가 ”음… 그럼 제가 원두를….“이라고 하셨다. 그 부분은 생각 못하신 게 너무 귀여웠다.


커피를 좋아하니까 언젠가는 핸드 드립 장비를 구매하긴 할 것 같지만, 당분간은 바빠서 직접 내려 마시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문제는 내가 자꾸 남자친구의 집에 가서 지내면 점점 이곳에 오기 힘들어질텐데. 그 이야기까진 하지 않았다.



금요일


요즘에는 회사 사람들과 남자친구 외에 만나는 사람이라곤 영어학원 선생님들뿐이다. 일대일 수업이기는 하지만 매번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학원의 선생님들은 대부분 미국인, 호주인, 혹은 영국인으로, 주로 이 세 국적이 많은 것 같다(교포나 한인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나는 원어민 수업만 신청한다).

선생님이 제법 여러 사람 있기 때문에 이제 수업을 두 달 조금 넘게 듣고 있는데도 한 사람과 수업을 가장 많이 한 횟수가 서너 번 정도인 것 같다. 그래도 단둘이 50분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세 번 정도 수업을 가지면 꽤 친해지는 느낌이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선생님은 호주에서 온 여자 선생님으로 나보다 조금 어려 보였다. 첫 수업 시간부터 잘 맞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가와카미 미에코의 '젖과 알' 이야기를 했다)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학원을 떠났다. 전공은 영어 교습과 관련이 없는데 전공과 관련된 커리어를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왜 좋은 것들은 항상 빨리 떠나는 걸까 하는 기분에 조금 슬펐다.

마지막 수업을 한 번 남긴, 그러니까 끝에서부터 두 번째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내게 연락처를 주었다. 내가 먼저 물어볼까 고민했는데 기뻤다.


나중에 바깥에서 만나 정말 친구가 된다면 좋겠다.



토요일


오전에 영어 수업을 들었다. 오늘은 처음 만나는 영국인 남자 선생님이었다. 밝고 유쾌한 분이었는데 대화를 하다가 요즘 뭘 재밌게 봤냐고 물어오길래, 얼떨결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영업했다.


좀 부끄럽지만 나의 길티 플레저라고, 수록된 노래가 좋고 애니메이션 퀄리티가 좋아서 유치함과 오글거림을 견딜 수 있다면 추천이라고 말했더니, 선생님이 영국인의 유전자에는 유치함과 오글거림이 새겨져 있다고 하기에 그럼 꼭 봐야 한다고 해줬다.



일요일


일기를 좀 더 쓰고 싶은데 생리통이 심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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