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주
첫째 주
목요일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읽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드는 생각인데, 또 이전부터 막연히 이따금 생각해 온 것인데, 현대의 AI를 위시한 기술의 발전은 (보장되지 않은) 다수의 편익을 위한 소수의 희생 —책에서 나오는 바둑 업계라든가 우버를 둘러싼 택시 업계라든가 등등—을 주창하고는 있지만 사실 진상은 소수의 부와 권력을 위해 다수의 희생이 일어나고 있는 것뿐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금요일
요즘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져서(나는 평생 만성 비염을 달고 살아 왔다) 병원에서 약을 타 와서 복용 중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과잉 처방을 받은 듯하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비염인데 약이 8~9가지나 되는데다 항히스타민 부작용인지 먹고 나면 아무 일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너무 무기력하다. 속도 울렁거린다.
2.5일 가량 약을 먹다가(5일치를 처방받았다) 일상에 지장이 너무 커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오늘부터 약을 그냥 끊었다.
이제야 살 것 같군.
주말
날이 흐렸다가 개었다가, 비가 내렸다가 또 맑았다가. 이렇게 기이한 가을은 처음인 것 같다. 한국은 봄과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인데… 내 가을 돌려줘. 옷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도무지 장단을 맞출 수가 없다.
그럼에도 서울 여기저기와 근교를 쏘다니며 단풍과 가을 분위기에 열심히 젖어 보았다.
축만제라는 저수지에 다녀왔는데 기러기와 오리들이 엄청나게 군집해 있었다. 별 생각 없이 가본 곳이었는데 철새 도래지 답사를 온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시끄러운 소리에 예민한 편인데 희한하게도 새들이 꺽꺽 울어대는 소리는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새를 눈에 담는다는 경험은 무언가 굉장한 자연의 장엄함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중에는 다시 글을 쓰는 중이다. 나는 세상에서 소설 잘 쓰는 사람이 제일 부럽고 질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