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3)

셋째 주

by 글쓰는비둘기

셋째 주




요즘은 내가 자신의 생각과 몸의 상태를 분리해서 보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갑자기 한 발 떨어져 아 내가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남의 시선을 신경쓰고 있구나, 내가 지금 잘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구나, 혹은 이렇게 돌아가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압박감을 느끼는구나, 하고 문득문득 의식한다. 결국에는 모든 것이 내면에서 이래야 해, 저래야 해, 하는 속삭임을 끊임없이 떠들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은 그 목소리를 내재화한 정도가 심해서 이걸 분리해서 본다는 게 너무 막연하고 상상으로나 겨우 해보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분리하여 떼어놓고 보게 되니 신기하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목소리를 인지하는 즉시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불안도가 심할 때는 먹히지 않음)



그동안은 그 목소리와 내가 일체화된 상태나 마찬가지여서 우울을 칭칭 감고 살기는 했으나 대신, 이 정도 외모 관리는 해야 해(=운동과 식이를 비롯한 외적 관리), 이 정도 공부는 해야 해(=각종 생산적인 공부), 이 정도 인맥관리도 해야 해, 이 정도 취미는 있어야 해, 이 정도 교양은 갖춰야 해 등등 그 많은 걸 전부 지키느라 부지런히, 생산적으로 산 것은 사실이다.


이젠 속 편하게 운동도 안 하고 공부도 다소 느슨하게(영어공부는 좋아하니까 하긴 함), 인맥관리도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간신히 하는 수준이 된 것이 부작용이라면 부작용. 다른 것은 사실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다만 슬픈 것은 살이 많이 쪘다는 것. 작년에 벨트를 가장 안쪽 홈까지 당겨서 매어야 입을 수 있던 바지를 이제 심지어 벨트 없이 입어도 살짝 끼는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이따금 불면증이 도지곤 하는데 챗지피티의 말로는 뇌가 회복해도 신경계의 회복은 느려서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린단다. 그래도 내년쯤이면 불면증도 좋아지겠지 바라본다.



그건 그렇고 사실 요즘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심리나 정서 문제가 아니다. 신춘문예에 그래도 단편 하나는 내 보자 싶어서 열심히 소설을 쓰는 중.


사족이지만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덧붙이자면, 이제 12월이 다 되어 가는데 우리집엔 아직도 모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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