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주
완연한 연말이다. 여기저기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서를 치르고 있고 연말 결산이나 신년 준비와 관련된 것들이 보이고 있다.
나는 연말과 연초를 참 좋아하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과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특별한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연중에는 시간 감각 없이 살다가 이때가 되어서야 지금 어떤 때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세상은 어디에 있고 나는 어디에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학생 때는 학기와 방학이 두 번씩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시간들이 주어졌지만 직장인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사회인이 되어 한 해가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에는 그것도 한몫 하는 것 같다.
올해 다이어리를 별로 쓰지 못해서 내년에는 다이어리를 사지 말까 고민했었는데 결국 구매했다. 다이어리조차 적지 않으면 나의 한 달 한 달이 더 흘러가 버리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해 다짐/목표를 정하고 다이어리에 적어 나가는 그 시간이 내게 소중하다고 느꼈다.
올해 1월 초의 일기를 다시 펼쳐서 읽어봤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내가 얼마나 다른지 궁금했다.
1월에는 고민하고 울었던 날이 많았다. 고작 일 년 전인데도 이게 올해였어? 할 정도로 까마득한 기억도 있었고 이땐 그랬었지 싶은 것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래도 1월의 나와 비교하면 11개월 뒤인 지금의 내가 훨씬 안정적이고 덜 불안해한다는 것. 그리고 그때의 내가 바라던 나의 모습으로 더 많이 나아갔다는 것.
안정적이 되었다는 것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기보다 흔들렸다가도 금세 내 페이스로 돌아오고, 이전만큼 나의 존재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쪽에 가깝다.
실제적인 변화를 이야기하자면 불안이 크던 시절에 비해 식탐이 줄었고 먹는 속도도 느려졌으며(항상 흡입하듯 먹었다) 완벽한 몸매에 대한 집착이 줄었고 물건에 대한 욕심도 줄었다. 이젠 미니멀리즘까지 추구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간소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것을 지키기 더 쉬워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어릴 때처럼 몰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기억력까지 조금 좋아진 것 같다. 잠도 깊이 자는 날이 조금씩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내 몸에 안정을 찾고 몸의 안정이 정서의 안정으로 연결되면서 모든 것이 점점 명료해진다. 그전에는 이 터널이 정말 왜 이렇게 긴지, 실은 터널이 아니라 동굴의 끝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내가 터널의 거의 끝까지 걸어왔다는 걸 안다. 정말 이제는 요만큼만 더 걸어가면 된다.
내가 변한 만큼 곧 많은 변화가 생기리라는 예감이 든다. 직업적으로는 그런 변화가 온전히 내 선택에 달리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인간관계는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연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 관계도.
또 어떤 변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겠지만 어떤 변화는 내가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도 있겠지.
어떻게 되든 간에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리라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