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떼어준 옥수수 알갱이 - 베트남 여행에서의 두 번째 일화
11화에 이어서, 베트남 가족여행에서 있었던 두 번째 기억나는 일화는 ‘옥수수’에 관한 일이다.
옥수수는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한다.
옥수수가 나오는 철이 되면, 엄마는 옥수수 트럭만 보이면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셨다.
회사에 누군가 간식으로 옥수수를 쪄오면 먹지 않고 꼭 남겼다가 가져오셨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도 발견한 것이다. 옥수수를 구워 파는 할머니를.
엄마는 쏜살같이 그 할머니에게 다가가, 옥수수를 딱 하나 구매하셨다.
그날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 남은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쉬워하는 엄마의 얼굴과 비닐봉지에 딱 하나 담겨있는 옥수수를 번갈아보다 피식 웃고 말았다.
우리는 바로 슬리핑버스를 타고 사파에서 하노이 공항으로 넘어가야 했다.
6시간 넘게 타야 했던 슬리핑버스는 너무 흔들려 도저히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조금 잠들만하면 오른쪽으로 굴러가고, 또 눈을 붙일만하면 왼쪽으로 굴러다녔다. 안전벨트가 소용이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여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항의 빈 테이블에 4명이 둘러앉았다.
엄마가 내 가방에서 주섬주섬 그 옥수수를 꺼냈다.
“먹을 사람?”
“난 안 먹을래.”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수면부족엔 젬병이었다. 입이 텁텁하고 짜증이 났다.
“난 먹을래.”
동생이 그렇게 말하더니 반을 뚝 갈라 작은 쪽을 본인이 먹고 큰 쪽을 아빠에게 건넸다.
아빠는 나처럼 입맛이 없었던지 옥수수를 조금 떼어먹다가 도로 봉투에 넣어놓았다.
“넌 새벽 4시에 그게 들어가냐?”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누난 못 먹어?”
동생은 아주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그렇게 말했다.
대단한 놈...
하긴 이 녀석은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돼지갈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던 놈이었다.
“아냐, 너 다 먹어. 난 괜찮아.”
“왜, 숯불에 구워서 맛있어. 누나도 먹어.”
“됐어.”
아빠가 다시 옥수수 봉지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고 귀국하는 비행기를 탔을 때 드디어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기뻤다.
집에 있는 내 침대에 누울 생각을 하니 행복했다.
비행기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두 시간 남짓이 흘러가 있었다. 조금 자고 일어나니 개운했다. 동생도 깨어있어 사진 구경도 하고 여행 소감을 소곤소곤 나누고 있었는데 엄마가 나를 툭툭 쳤다.
그쪽을 쳐다보니, 아빠가 또 옥수수를 들고 표정으로 내게 먹을 것이냐 물었다.
난 괜찮으니 아빠 드시라고 했다.
아빠는 조용히 옥수수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아빠의 손에는 옥수수 알갱이만 남아있었다.
그걸 엄마 손에 모두 털어주었다.
엄마는 알갱이를 조금 남기고 모두 내 손에 털어주었다.
내 손에 올려져 있던 연노란색 옥수수 알갱이.
그것을 빤히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분명 이 맛있는 것을 다들 귀찮아서 안 먹는다고 생각하며, 본인이 수고스러움을 감수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건 더 이상 그냥 옥수수가 아니었다. 말없이 떼어준 아빠의 마음이었다.
난 그중 절반을 다시 동생 손에 올려주었다.
‘이건 아빠의 사랑이란다. 감사히 먹으렴.’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