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 많은 스무 살이지만 재수생입니다..
재수는 20살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학원에는 정말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20대 중반의 언니 오빠들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 대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재수를 결심한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 대학이란 걸 가보려고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반엔 특히 그런 언니오빠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스무 살의 재수생들을 귀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반대로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를 치고 재수학원에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그 애들은 겨우 18살, 19살 그랬다.
내게 언니라고 부르며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수업을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나이도 성별도 다른 가지각색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재수학원이었다.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달랐다.
하지만 모두가 '대학합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였기에, 초반에는 분위기가 열정적이고 학구적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따듯해지고 봄이 오자, 2가지 문제가 생겼다.
연애와 술!
모의고사가 끝나면 기분을 푼답시고 마시는 모여 마시는 술 한잔과, 맘에 드는 이성과의 깊은 교류가 재수생들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내가 그 두 가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던 이유는 버스 막차 시간 때문이었다.
"야, 오늘 모의고사도 끝났는데 술 한잔 하러 갈래? 애들도 다 간대."
"난 안돼, 막차 시간 끊겨서. 먼저 갈게. 재밌게 놀아!"
야자가 끝나는 시간은 밤 10시.
그보다 조금 전에 나가야 집에 가는 버스 막차를 탈 수 있었기에, 나는 특별히 조퇴증을 끊고 남들보다 일찍 학원을 나서야 했다.
같은 반 동기들과 관계가 소원하진 않았지만, 술을 한잔 하거나 사적으로 많이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도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그 이유가 약속을 거절할 수 있는 좋은 핑계였다.
"너 들었어? A언니랑 B오빠 사귄대! 대박이지?"
친구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비밀스럽게 내게 속삭였다.
그럴 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기류가 심상치 않았으니까.
재수생들의 연애는 상상 이상이다.
아침에 커피를 사들고 반 입구 앞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쉬는 시간마다 그 사람을 보기 위해 놀러 오기도 했다.
인기가 많은 남학생이 많던 우리 반은, 문 앞에서 여학생들이 자주 찾아와 시끄럽게 군다며 싸움이 난 적도 있었다.
나는 그런 동기들을 보며 생각했다.
‘난 저럴 때가 아니다!’
죽어라 공부하던 고3 입시에도 실패했는데, 여기서 또 실패할 순 없었다. 여유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사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재수생에게 연애와 술은 안 된다.
재수는 '한 번 해볼까?' 수준의 일이 아니다.
100년 인생의 1년은 괜찮지만 20대의 1년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재수를 결심할 때의 마음을 떠올리면, 놀고 싶은 마음쯤은 쉽게 떨쳐낼 수 있었다.
스무 살. 얼마나 설레는 나이인가.
당연히 또래들처럼 술도 마시고 연애도 하고 싶을 수 있다. 오늘 하루쯤이야, 하는 마음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재수생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수생.
나는 언제나 그 신분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