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맨날 홈쇼핑 채널을 구경할까?

엄마가 홈쇼핑 채널을 자주 보는 이유가 뭘까?

by 내곁의바람

"엄마! 또 홈쇼핑 봐?"

"그냥 보는 거야."

엄마는 오늘도 홈쇼핑을 본다. 빨래를 개면서, 설거지를 마친 뒤에 잠깐 쉬면서.

특별한 재미나 감동도 없는데 엄마는 그 채널만 틀어놓는다.


늘 그랬듯, 쇼호스트가 물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합리적인 가격임을 열띠게 홍보하고 있다.

"엄마는 홈쇼핑이 재밌어?"

"요즘 유행도 알고 좋지 뭘, 지금 달리 볼 것도 없어."


왜 매번 홈쇼핑 삼매경일까,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감명 깊은 연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매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집중하는 엄마.

나도 그 옆에 앉아 군말 없이 그 채널을 같이 들여다보지만, 재미는 없었다.


"엄마, 혹시 저거 갖고 싶어? 사줄까?"

"얘는! 돈이 얼만데. 그냥 보는 거야. 별로 맘에 들지도 않아!"

"아니, 맘에 들지도 않는데 왜 그리 집중하는겨?"

"그냥 본다니까. 그냥!"

엄마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그만 물어보라며 대화를 끝냈다.


홈쇼핑에 주로 파는 물건은 생활용품이나 화장품, 식료품 같은 것들. 가끔 명품도 팔긴 하더라.

그곳만의 세일즈 포인트가 있다면 대용량에 덤을 얹은 구성이 아닐까?


엄마는 늘 묻는다.

"필요한 것 없어? 이번에 샴푸 샀는데 하나 가져가. 머릿결에 좋대!"

"엄마가 쓰려고 산 거 아니야? 엄마 써! 난 괜찮아."

"홈쇼핑에서 사서 많아, 하나 가져가. 밖에서 사려면 다 돈이잖아."

홈쇼핑에서 사는 것도 다 엄마 돈이잖아! 하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라도 꿀꺽 삼킨다.

그럴 땐 그저 고맙다, 엄마가 최고다 하는 말이 정답인 걸 알기에.


그리고 올해 겨울, 나는 집에 오래 머물게 되었다.

4년 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며, 대학원을 가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준비할 것이 많아 급하게 지원할 수 없었고, 그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

"어쨌든 내년엔 갈 건데, 올 겨울까진 집에서 준비해야 할 것 같아."

"그래, 우리 딸이 선택한 것이 틀린 적은 없으니까. 잘 준비해 봐."


엄마는 말은 그렇게 해놓고, 회사를 관두고 집에만 있는 내가 걱정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잘 지내? 별일 없고?"

"알아볼 게 많아서 꽤 바쁘네. 그래도 건강하게 잘 지내요. 걱정 마셔."

잘 지내냐는 물음을 오만 번쯤 들었을 때, 우리 집으로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겨울이불 보냈어, 구스라서 따듯하대!"

"왜 이렇게 비싼 걸 보냈어, 작년 겨울 이불도 아직 멀쩡한데."

"홈쇼핑에서 샀어, 겨울 내내 집에 있는데 추울까 봐. 따듯하게 지내라구."


내가 대전에 처음 올라왔을 때가 생각났다.

그 해 겨울, 생전 걸리지 않던 독감에 걸려 3일을 내리 앓고 죽다가 살아났다. 너무 많이 아파서 회사도 이틀을 못 나갔다.

코로나는 아니었는데도 목소리가 쉬어서 2주가 넘게 쇳소리를 냈었다.


난 태어나서 경상도에서만 살았었다.

그런 내게 대전은 참 이상한 동네였다.

눈도 너무 자주 오고, 바람이 불면 두피가 짱짱하게 어는 듯 시렸다.

그래서 독감에 걸린 걸까.

대전의 추위는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냥 그랬던 일화로 지나가나 싶었는데, 그 이후 매 겨울마다 홈쇼핑 로고가 붙은 택배가 꾸준히 도착했다.

패딩, 털모자, 방한부츠 그리고 이번에 도착한 이불까지.


"엄마, 나 이제 적응 좀 했어. 추울까 봐 걱정 안 해도 돼."

"네가 어릴 때부터 추위를 많이 탔잖아. 목이 추우면 안 되니까, 목도리를 꼭 해. 모자도 꼭 쓰고."

"알았어요, 엄마도 조심해."

"그러고 보니까 화장품은 있어? 오늘 홈쇼핑에 수분크림 팔더라. 아들도 필요하다던데, 같이 사서 보낼까?"


엄마는 오늘도 홈쇼핑을 볼 모양이다.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이 뭘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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