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함께 있고 싶은 마음 아래서 지키는 세 가지 규칙
"나 12월 31일에 나갔다 올까?"
동생이 그렇게 물었다.
난 그 애를 물끄럼히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저녁에."
"야, 너 그거 알지? 우리 집은 새해 첫날 외박금지야. 술 먹고 좀 늦는 건 상관없는데, 해뜨기 전엔 들어와야 된다."
우리 집의 특별한 규칙 중 하나는 '새해 첫날 외박금지'이다.
새해 첫날 다 같이 산에 올라가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가족들은 종종 있지만, 우리 집은 밤에 함께 자고 일어나 아침에 떡국 한 그릇 먹어야 한다.
아빠는 해맞이를 같이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휴일이면 늦잠 자느라 해맞이에 성공해 본 적 없는 나 때문에 생긴 변칙이랄까.
아빠가 혼자 베란다에서 첫 해가 떠오르는 걸 보고, 조용히 내 방문을 열어본다는 것을 알아챈 적이 있다.
몇 년 전 이맘때였다.
누군가 방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깼는데, 아빠가 한참을 내 방문 틈 사이에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문을 닫고 나갔다.
거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 같았다.
고요한 새벽에 맨 발바닥이 바닥에 살짝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조용히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발자국 소리. 아마 내 방문만 열어보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동생이 자고 있는 방문도 열어보는 것 같았다.
그때 알게 되었다.
아빠가 새해 첫날 아침에 가족들 얼굴을 바라보고 다닌다는 걸.
문을 열었는데 곤히 자고 있는 가족 구성원이 없다면—
그보다 더 쓸쓸한 새해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 생긴 규칙이 바로 ‘새해 첫날 외박금지’였다.
아침에 일어난 후엔 꼭 엄마가 끓인 떡국을 한 그릇 먹어야 한다.
엄마표 떡국은 소고기 다짐육을 팬에 달달 볶아, 뽀얗게 국물을 내고 쫀득한 쌀떡을 가득 넣는다. 달걀을 흰자와 노른자로 분리한 뒤 고명을 만들고, 김가루와 함께 잔뜩 얹어준다.
나는 이 떡국을 맨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한 입 먹으면 입안 가득 고소한 참기름향이 퍼진다.
나 홀로 더 지키는 규칙이 있다면, 식구들의 얼굴을 찬찬히 보고 감사함을 느끼는 것.
식구들이 늘 같은 자리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날이 갈수록 큰 행운이 된다.
아무도 아프지 않고, 죽지 않고,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젠 알고 있다.
그렇게 한 살 더 먹고, 조금은 늙고.
그래도 여전히 함께 맞이하는 1월 1일.
언제까지고 매년 지켜가고 싶은 규칙 속에, 잔잔한 행복이 소복하게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