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사라졌던 산타의 귀환
어느 날 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산타가 선물 준 적 있어?”
“없어! 그 시절에 무슨 산타야.”
“그럼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 준 적도 없어?”
“없어.”
“그럼 엄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적이 없어?”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자, 엄마는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갔다.
그 오래된 기억 속에서 건져 올린 것은 보잘것없는 한 장면이었다.
“어릴 때, 약국 할아버지가 선물 준 적 있어.”
“진짜? 뭘 받았는데?”
“밀가루.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지.”
“밀가루가 왜?”
“크리스마스라고 선물을 준다기에 잔뜩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밀가루를 안겨주잖아. 난 과자나 사탕일거라고 기대했었거든.”
“헉, 그럼 다른 선물을 받은 적 없는거야?”
“응. 그냥 그런 것을 모르고 살았어.”
엄마는 겪어보지도 못한 크리스마스를 열심히 챙겼다.
때가 되면 트리도 꾸며주고, 커다란 빨간 양말도 걸어주었다.
내가 자고 있을 때 그 안에 선물도 몰래 넣어주었다.
아침에 아빠가 날 깨워 양말 속을 함께 확인하던 순간의 설렘은 잊을 수 없었다.
내게 꾸준하게 찾아오던 산타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산타의 정체가 부모님이란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13살의 크리스마스에, 최초로 머리맡에 선물이 없었을 때 나는 살짝 놀랐다.
동생의 머리맡에도 선물은 없었다.
내가 놀란 것은 산타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것으로 인해 깨달아버린, 경제적인 집안 사정이었다.
아빠의 카센터 운영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로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감해버린 순간이었달까.
그 전에는 인형이나 머리핀, 공책이랑 필기구 같은 것이 있었다.
꼭 갖고싶거나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물이 자주 오가던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순간을 더 기다렸던 것 같다.
‘엄마가 우리에게 선물할 돈이 있었으면, 분명 해주었을거야.’
내 선물이 없던 것은 점심을 먹고나니 괜찮아졌다.
나는 내년부턴 중학생이니까,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10살밖에 되지 않은 내 동생에게도 산타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래도록 속상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 선물부터 사라진다.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다음은 각자의 생일선물까지.
그렇게 더 이상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날이 아닌 채로 시간이 흘렀다.
대학에 합격하고 맞이한 12월 24일, 엄마는 내게 가방을 건넸다.
진갈색의 가죽가방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우리집에 산타가 돌아온 순간이었다.
그리고 서른 살이 넘은 지금까지,
엄마는 아직까지 크리스마스를 챙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처럼 몰래 다녀가지 않고, 아주 당당하게 등장한다는 것.
“엄마 월급 들어왔다! 크리스마스 선물 골라.”
“엄마. 우리 이제 다 컸어. 성인이 무슨 크리스마스 선물?”
동생은 유치하다는 듯이 반응하지만, 나는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그래? 난 계속 크리스마스 선물 받을래!”
엄마는 비슷한 시기에 어린이날 선물을 다시 챙겨왔다.
그리고 우리가 만 나이로도 30대에 들어설 무렵, 스스로 어린이날 선물주기를 졸업했다.
언젠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것도 졸업할 것임을 알고 있다.
이젠 내가 바톤터치를 하고, 산타가 될 것 같다.
올해는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샀다.
엄마의 취향을 반영한 립밤과 핸드크림.
아빠의 일본어 공부를 응원하며 산 볼펜 2자루.
때맞춰 크리스마스에 선물하긴 어렵지만, 연초에 만나면 빨간 봉투에 넣어 건네며 빨간 양말이라고 우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