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듯한 골목에서 배운 것들

by 도현수

도쿄의 골목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도심 한복판의 분주함과는 전혀 다른 결로, 이곳은 느릿하게 숨 쉬고 있었다.

빠르게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니 처음엔 어색했다.

멈춤은 늘 게으름이고 낭비라고 생각해 왔던 내게,

이 골목은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괜찮아, 잠깐 멈춰도 돼.”


골목 안 작은 가게들에서는 웃음소리와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밖은 마치 다른 세계처럼 사람들이 조용히 지나갔다.

안과 밖, 북적임과 고요함의 대비 속에서,

나는 문득 ‘나는 어디에 서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가만히 서서 골목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좁은 창 사이로 스며드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골목은 늘 거기 있었지만, 나는 오늘에서야 그 존재를 알아챘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채워야 할 것들이 많아도, 비우고 그것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나를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고 채워나가야 함을.


빠르게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멈춤 속에서야 비로소 나다운 리듬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릇의 크기는 한계가 있기에 담기만 할 수가 없다.

나는 그 골목길에서 나의 그릇에 담긴 것들을 놓아주었다.

이제 나만의 리듬으로 새로운 것들을 담아나가야겠지.


빠른 도심 속의 골목에서 나는 마음속의 열변을 토해낸 듯했다.

속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으로 나를 채우는지가 중요한 것이니까.

오늘도 나는 배우고 나아갈 것이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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