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을 내려놓는 연습

by 도현수

조급함은 도쿄에 와서 처음 생긴 감정이 아니었다.

부산에 있을 때도 항상 인지하고 있는 감정이었다.

그때는 성장해 왔던 도시이기도 하고 주위의 오지랖들 때문에 더 조급했다고 생각했다.

더 큰 곳, 더 빠른 곳,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가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래서 도쿄로 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도시는 바뀌었는데 내 마음의 속도는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더 초조해졌다.

부산에서 느낀 조급함과 도쿄에서 느낀 조급함은 결이 달랐지만, 뿌리는 같았다. ‘어디서든 나는 나였구나.’

공간이 변해도, 환경이 달라져도, 내 안의 조급함은 나를 따라왔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바꾸려 했던 건 사실 ‘장소’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는 걸.


조급함은 한국에서부터 내 일상이었다. 빠르게 걷는 사람들, 다급하게 울리는 전화벨, 마감과 경쟁, ‘빨리빨리’가 몸에 밴 문화.

나도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빨라야 했다. 늦으면 뒤처질 거라는 압박감이 늘 나를 밀어붙였다.

그 속도에 익숙해진 나는, 스스로도 모르게 늘 ‘아직 부족하다’,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잠깐 쉬는 시간마저 불안했다. 나만 멈춘 것 같아서.

그래서 도쿄에 오면 달라질 줄 알았다. 여유로운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고,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도시에선 느린 사람들이 보였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환경이 바뀌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지만, 결국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처음엔 막막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부터 나는 속도를 늦추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아주 작은 것부터.

급하게 걷던 걸음걸이를 의식적으로 늦춰보기.

SNS 피드를 빠르게 넘기던 손가락을 멈춰보기.

무언가를 계획할 때 ‘오늘 꼭 해야 할 것’ 한 가지만 정해보기.

처음엔 불안했다. ‘이렇게 느려도 괜찮을까?’ 마음 한편이 계속 나를 재촉했다.

하지만 멈출 수 있는 용기를 연습하다 보니, 세상은 생각보다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조급함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완전히 없애려 애쓰는 대신, 이제는 그것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 마음이 올라올 때면, ‘또 왔구나’ 하고 인사하고, 잠시 숨을 고른다.

내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조급함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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