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호의가 호의 되도록

by 더 메모리 THE MemorY


내 인생이 네 인생보다 낫지 않고 너 불쌍해서 사주는 거 아니고 고맙다고 사주는 거야
- 나의 아저씨 中


어린아이였던 시절, 이 세상은 모두 나에 의해서 돌아갔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은 당연한 것이었고 심지어 이 세상마저 모두 나를 위해 돌아가는 듯 보였다. 학창 시절에도 온 세상이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생각했고 ‘나’라는 인간이 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여겼다. 그러나 곧 이 생각들은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다. 이 세상에 나 말고는 모두 게임 속 NPC라고 생각했는데,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을 깨닫는 건 순식간이었다. [내 인생이 네 인생보다 낫지 않고]


그래서 나는 학창 시절에 쓴 나의 일기를 보며 웃음만 나온다. 그 시절의 나를 비웃는 건 절대 아니지만 다소 우스꽝스러운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여전히 읽을 때면 웃음을 참기 힘들다. 선생님도 보는 일기장에 선생님에 대해 쓰거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의 치부를 드러내고는 했다. 누군가가 나의 일기를 읽는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당장 나의 마음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중요했고 설상 선생님이 나의 일기를 읽는다고 해도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의 나에게는 선생님은 그저 선생님이었을 뿐 나와 같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기 때문이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나는 내 인생을 남의 인생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는 친구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비교하고 부러워했다. 나는 가지지 못한 그 친구의 성격과 부유함이 부러웠고 내 인생이 사실은 보잘것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 인생보다 그 친구의 인생이 나아 보였고 반대로 나보다 못 사는 사람들의 인생에 비해 내 인생은 좀 더 나아 보였다. 이렇게 나는 ‘나’에 집중된 시각을 주위 사람으로 넓혀갔고 어느덧 나는 질투와 우월감으로 똘똘 뭉쳐져 갔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과 비교한다는 건 참 멍청한 짓이다. 한 사람의 인생조차 깊이 파고들지 못하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두 인생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사람의 인생에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도 숨겨진 그 사람의 진실된 인생이 있다. 그렇기에 내 인생이 네 인생보다 낫다 혹은 네 인생이 내 인생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는 거다.


불쌍해서 사주는 게 아니고 고맙다고 사주는 거야. 우리는 때로 누군가의 호의를 달갑지 않게 여길 때가 있다. 내가 불쌍해서, 어려워서, 혹은 못나서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인가 분노가 치밀고 그 사람의 호의가 위선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제대로 본다면 우리의 인생이 남의 인생과 다르다는 걸, 비교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면 우리는 누군가의 호의를 호의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설령 정말 상대방이 나를 불쌍히 여겨서 혹은 괴롭게 하고 싶어서 위선을 베푼다고 하더라도 내가 나의 인생과 상대방의 인생을 비교하고 저울질하지 않는다면 그 위선이 호의가 될 수 있다. 내 인생이 그 사람의 인생보다 낫지 않고 그 사람의 인생이 나보다 낫지 않기에 서로 너무 다른 인생을 살고 있기에, 그 사람이 나를 불쌍히 여길지라도 그 사람의 인생이 나보다 낫지 않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다른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동정심이라는 것이 꼭 나쁜 마음은 아니다. 동정을 받는 사람의 마음 밭에 따라 자존심이 짓밟히거나 혹은 자존심을 키워질 수 있다. 모든 것의 중심은 결국 ‘나’에게 달려있다. 모두의 인생을 서로서로 비교할 수 없기에 모든 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달려있다. 내가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일 것인가 위선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가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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