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孫子)

아들의 아들

by 산율

손주 사랑에 대한 표현으로 "두벌자식이 더 곱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의 그림에는 손자, 손녀들이 많이 등장한다. 당신들이 낳은 자식보다 더 많은 사랑을 보일 때도 많다. 문득 어머니의 그림을 보다가 왜일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왜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 핸드폰에는 자녀 사진보다는 손주들 사진들이 많고, 왜 그리 손주들 자랑을 하시는 걸까?


그 이유가 부모라는 자리가 남긴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일까? 궁금해졌다.


사람들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직업으로 따진다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직업이 부모가 아닐까? 부모가 된다는 것은 큰 축복이지만, 그 축복의 크기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부모라는 연습문제도 없다. 아빠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후 막연히 좋은 아빠, 엄마가 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관련 책을 읽고, 여기저기 이야기도 듣고, 유튜브도 보고, 부부간 노력해 보지만 부모가 되는 과정은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더 다양해지고, 농도가 강해진다. 마치 점점 더 심화과정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아이들이 좀 크면 달라질까도 생각해 보지만 'Big boys Big problems'이란 말처럼 부모가 되고,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은 직업으로 표현하면 정말 터프한 직업이고 극한직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집에는 자녀와 관련된 극한 스토리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초사병, 내 아들이 내 아들이 아니라는 중이병, 집에 고릴라가 돌아다닌다는 사춘기, 부모도 같이 뛰어야 하는 대입준비 그리고 졸업 후 취업 그리고 결혼... 이 모든 과정을 우리는 이수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신 우리 부모님들이 이 과정 속에 있는 아들의 아들, 손자를 보면서 무슨 생각, 어떤 감정을 떠올리실지 궁금하다. 많은 감정과 여러 가지 말씀을 하시겠지만 두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후회와 사랑이 될 듯하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잘하지 못했고, 서툴렀고, 미숙했던 부모의 모습,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녀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던 부모의 욕심, 그리고 사랑만 해도 부족한 시간을 다른 것들로 채운 것이 아들의 아들, 손자를 보면서 오버랩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부모가 된 자식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사랑이면 된다. 사랑 하나면 된다. 부모가 되는 과정은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고 그 대상은 자녀라는 것을 손자에 대한 사랑으로 보여주시는 것 같다. 내 자식에게 다 주지 못한 사랑 손자들에게 표현하시는 것 같다.


요즘은 부모라는 한 사이클을 보내고 생활이 바쁜 자녀들을 위해 황혼육아라는 방과 후 학습 과정도 생겼다. 경제가 과잉대표되는 삶 속에서 부모의 경제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성적이 과잉대표되는 삶 속에서는 오로지 학교 성적만을 위해 부모와 같이 보내는 시간은 사치가 된다. 이렇게 부모의 시간이 흘러간다. 그리고 길 것만 같았던 우리 아이의 시간도 흘러간다. 이어령 교수는 "사랑한 만큼 인간은 흔적을 남긴다." 라 말로 삶의 마지막에 남겨야 할 것은 명예도, 재산도 그리고 지식도 아닌 사랑임을 이야기했다. 어머니의 그림 속 내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시간 뒤에 남는 것이 후회가 아닌 사랑만 남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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