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다.
나는 둘째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나는 커피를, 아이는 핫초콜릿을 마시며
빵을 조금씩 나눠 먹는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어디를 가지도 않았고,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같은 공간에 앉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시간이
유난히 좋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사업 초기에 주말을 네트워킹으로 채우고,
골프를 치고,
사람을 만나느라 바빴다면
이 장면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성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더 잘 놀아주겠다고
미뤄두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시간은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종류의 시간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은
각자의 학교와 회사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래서 굳이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된다.
놀이공원에 가지 않아도,
이벤트를 만들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오히려 자주 보지 못하는 관계일수록
만날 때마다 특별한 걸 하려다
서로를 더 지치게 만드는 것 같다.
아이도, 어른도
특별함보다는
익숙함 속에서 더 편해진다.
이건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도 비슷하다.
함께 오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서로의 말투를 이해하게 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알게 된다.
그래서 배려가 생기고,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든다.
가끔은 성과보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조직을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주말 아침에
나는 어떤 교훈을 얻은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결심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장면이
내가 선택해온 방향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는
조용한 확인처럼 느껴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
하지만 지키지 않았다면
결코 가질 수 없었을 시간.
그래서 오늘도
커피가 식어가는 걸 그냥 두고,
아이 옆에 그대로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