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의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

by Bosu Jeong

퇴근해서 집에 오면

나는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저녁은 늘 아이와 함께 먹는다.

오늘도 그랬다.

밥을 먹고, 나란히 앉아 책을 한 권 읽었다.


아이 말로는

오늘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아빠들이 언제 집에 오는지에 대한 이야기.


학원을 다녀와도

아빠는 아직 회사에 있다는 아이,

엄마 아빠가 둘 다 늦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저녁을 먹는다는 아이,

주말에도 아빠가 일하러 간다는 아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도

아이들은 이미

각자의 저녁을 알고 있었다.


그 속에서

우리 아이는

아빠가 늘 저녁을 함께 먹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한 분 계셔서

그분만큼은 빨리 못 오신다고 덧붙였다고도 했다.


말투는 담담했겠지만

아마도 은근한 자랑이었을 것 같다.


아직 어린 줄만 알았는데

아이에게도

이 시간의 의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회사를 하며

지켜온 원칙 중 하나가 있다.


저녁은 가족과 먹는다.

그리고 그 이후, 아이가 잠들 때까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업무 생각도,

내일 일정도,

회사 고민도

그 시간엔 꺼둔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책을 읽고,

보드게임을 하고,

과자를 나눠 먹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선수 이야기를 한다.


좋아하는 팀의 응원가를 틀어놓고

같이 따라 부르기도 한다.


특별할 건 없다.

그저 같이 있는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을

‘나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간은 우리 가족의 시간이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래서 더 지키고 싶다.


이 시간을 지키기 위해

나는 회사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었고,

직원들과 이 원칙을 공유했다.


모두가 함께

저녁을 지키는 구조.


그 덕분에

우리 회사는

퇴사자 한 명 없이

빠르진 않지만

지금도 순항 중이다.


회사를 잘 운영한다는 건

무언가를 더 얻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잃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아이 옆에 앉아

같은 페이지를 넘기며

그 생각을 다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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