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집은 조용해진다.
보통 밤 열 시쯤이다.
그때부터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꼭 이 시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정해둔 건 아니다.
밀린 업무를 볼 때도 있고,
생각을 정리할 때도 있고,
가끔은 계획을 써본다.
나중에 버릴 계획이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시간은
저녁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시간이다.
아이들과 보내며
충전한 감정 위에서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
그래서인지
이때 하는 일들은
낮보다 더 차분해진다.
나는 저녁 약속을 거의 잡지 않는다.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저녁에 안 만나서 무슨 비즈니스를 하냐”
“네트워킹은 저녁 아니냐”
이런 말들을
여러 번 들었다.
그럴 때마다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을 뿐이다.
저녁은
내가 가장 원하고,
가장 회복되는 시간으로
가족에게 내어두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밤 열 시 이후의 시간이
고정적으로 생겼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다.
시간을 이렇게 저렇게 배치하다 보니
남은 시간이었다.
초기에는
이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새벽 두 시, 세 시까지
일하던 날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시간이 늘어질수록
집중이 더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정했다.
열두 시까지만.
회사 일이든,
나를 위한 일이든,
의미 있고 밀도 있는 것만 하자고.
지금도 나는
이 시간에 글을 쓴다.
그리고 이 시간에
꼭 하나 하는 일이 있다.
다음 날의 일정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
회의가 아니라
이미지를 본다.
내일의 오전,
내가 앉아 있을 자리,
먼저 손댈 일들.
그 장면을
머릿속에 한 번 그려본다.
이 짧은 상상이
다음 날 오전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든다.
계획이라기보다는
예열에 가깝다.
하루를 이렇게 나눈다.
낮은 회사의 시간,
저녁은 가족의 시간,
밤은 정리의 시간.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이 구조가 가장 잘 맞는다.
오늘도
열두 시가 되면
컴퓨터를 끄고
조용히 하루를 접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