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있어야 하는 사람

마동석 주먹은 없지만 승모근은 꽤 있는 사람 05

by 붕어빵의 효능

그지발싸개같은 합의서를 받고 나는 잠시 후,

'동의하지 않고 앞으로 나랑 이야기하지 말고 대리인과 이야기하라' 라고 간단한 회신을 보냈다.

(꿀팁: 화날수록 메시지의 내용을 줄여라. 그리고 지시문으로 보내라. 상대가 열받게)

(여기서 대리인은 남편이다. 법률대리인이라고 쓰지 않은 이유는 변호사 사칭하면 안되니까. 그리고 일단 눈눈이이니까 나도 똑같이 한번 해봤다. 너도 한번 리버스 공격 당해봐라)


이 시점까지 나는 정식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세상에 동네 쪽팔리게 '헬스장에서 넘어졌는데 빌런이 고깝게 나오는데 인실좆 시키게 민사 형사 다 걸어줘' 라고 아는 법률가 친구나 가족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해봤자 존나 코딱지반한 소액사건인데. 내가 뭐 곤란에 처한 것도 아니고. 개에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메시지를 받은 빌런은 기싸움을 시전했다.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누구누구 명함을 박으면서

앞으로 나도 저기로 연락하랜다. 어제 남편이랑 통화시킨것부터 와 진짜 진빠지게 불쾌하다.


그리고 잠시 후 1.빌런이 현장에 있었는데도 구호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도주한 점 2. 그래놓고 합의서에 그지 발싸개같은걸 적어? 3. 니 사과문 보내 안그러면 그냥 다음 조치 취할거야. 라고 변호사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상대 변호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정식선임도 아니고 그쪽 남편이 사업하다가.. 알게 된 모양인데 그냥 밑도끝도없이 합의서 써달래서 써줬고 그랬단다. 변호사들끼리 쓰는 거라고 생각하고 생각없이 썼단다.


여기서 또 불쾌 포인트가 적립되었다. 정식선임도 안했으면서 나한테 허세떨면서 기싸움을 걸어?

변호사가 쓴 그 어이없는 계약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어차피 합의문은 본인이 검토할 거 아니야. 그런데 저걸 그대로 집어넣어서 나를 줘?

심지어 변호사한테 지잘못은 설명도 안해?


처음에는 개분노하면서 인실좆을 시켜야겠다. 도망갔으니까 형사까지 다 걸어서 저 아줌마를 경찰서에 앉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이 그냥 합의금이나 받고 끝내. 저러면 더 사과 안해 라고 말했다. 존나 챗 지피티처럼 냉철하게 말하기는. 분노가 남편한테 흐르려다가 사실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식으로 변호사 선임해서 그냥 치료비 말고 합의금을 끝까지 받아내자! 까지로 생각을 정했는데

당장에 밑도끝도없이 변호사를 구하려니 막막해졌다. 보통은 아는 변호사들한테 나 이런 문제가 있는데 소개시켜줘. 이렇게 해서 상담하고 변호사를 정하는 흐름인데 지금은 알리기 싫다보니.. 그냥 어디에서 어떻게 변호사를 찾지? 싶으니까 좀 막막하다. 그리고 이거 너무 소액이잖아.. 소액사건은 대리도 가능할텐데.. 그럼 셀프로 해? 챗 지피티가 존나 말리던데. 정식으로 선임하라던데. 여기에서부터 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귀찮아서 걍 대충 하고 넘기려는 생각을 하면 가해자는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반면에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상대방은 그걸 귀신같이 느끼는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저런 불쾌한 일들을 안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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