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는 하루

(나의 노모에게)

by kerri


>> 당연히 살아가는 하루하루인 줄 알았는데, 살아내야 하는 하루하루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오히려 그 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그러다 거리를 천천히 걸어 다니시는 그 어른들이 내 눈에 담기기 시작했고 대단해 보였다. 각자의 삶에서 가지각색의 삶의 풍파를 겪으며 그 숫자를 품게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중심엔 이제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의 노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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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는 하루〉



하루는

그저 살아가는 줄만 알았다


그러다 어느 날

살아내야 하는 날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부터

나는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되었다


칠십, 팔십

그저 시간만 흘러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 나이까지 버틴다는 건

모두 저마다의

풍파를 지나왔다는 뜻이었다


이제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의 노모


전화기 너머

사춘기 소녀처럼 웃고 울지만

그분의 생은

내가 제일 잘 안다


고된 날도 있었고

말 못 할 밤도 있었을 테지


그럼에도

지금까지

잘 살아내셨습니다


앞으로 맞이할

모든 낯설고 두려운 날들 앞에도

조용히, 담담히

힘과 용기를 내시기를


그 삶의 결을

딸인 내가

가만히 어루만져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