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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산 Sep 22. 2024

뛰는 놈, 나는 놈, 노는 놈

성공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동창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보면 학창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당시 성적이 인생의 모든 것처럼 여겨졌지만 사회에서는 성적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게 된다. 오히려 하위권이었던 친구들이 사업에 뛰어들어 크게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는 30세 전에 큰 집을 마련한 친구도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 문제아로 여겨졌던 친구가 유명 식당 체인점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변신한 사례도 있었다. 반면 성적이 좋고 장학금을 받았던 친구들 중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의 모습은 학창 시절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물론 성적 좋고 잘된 친구도 많다.  사회가 학창 시절의 성적보다 개인의 능력, 노력, 그리고 대인관계등이 성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격언도 인터넷 사회에서는 '노는 놈'으로 바뀌었다. 이제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 더욱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는 것'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네만은 "하루 중 기분 좋은 시간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기분 좋은 시간이란 대부분 일이 아닌 '노는 것'에서 온다. 최근에는 "잘 노는 것이 경쟁력"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제목의 책들이 출간되며 잘 노는 것이 새로운 성공의 비결로 부각되고 있다.

사람마다 행복과 성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잘 놀 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과 성공을 남보다 빨리 찾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영업업무나 개발업무를 잘하는 사람들 중 체대 출신이 많은 경우를 보았다. 체육과 학생들은 다른 과 학생들보다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더 잘 노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로 체대출신이 사업이나 영업에 다른 전공자 보다 약할 것 같다 생각했는데 의뢰로 강한 것을 보았다. 


10여 년 전 김정운 교수는 "잘 노는 것이 창의력의 원천이며 이는 결국 경쟁력이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일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창의력이나 장기적인 지구력 면에서는 선진국에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한국인들이 '잘 놀지 못하는 것'을 꼽았던 것이다. 지금의 한국은 한류로 대표되는 '노는 문화'가 확산되며 문화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게임에 빠졌던 이들이 지금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것을 보면 시대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나에 제일 최고의 노는 것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노는 것은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여행은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준다. 잘 노는 사람들은 운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며, 사회성, 상상력, 의사소통 능력, 협력 능력, 창의력 등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이들은 시험만을 준비했던 사람들보다 더 폭넓은 경험을 통해 열린 사고방식과 강한 사회성을 갖추게 된다.

현대 사회는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이다. 다양한 놀이 문화를 접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창의적 사고가 길러진다. 이를 통해 이들은 사회에서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


50-60대 이상 세대는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시간과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노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세대는 당장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오로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 시대 환경에서는 창의성보다 일의 양이 중요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둘째 아들이 게임과학고를 가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걱정반 염려반이었다. 게임은 단순히 쓸데없는 오락이고 노는 것인데, 게임으로 미래를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하다 보니 아들 생각이 이해가 안 되었다. 평소 나의 지론이 원하는 것을 해라 하는 것이다 보니 마지못해 허락했고 아들은 미국에 게임대학교까지 갔다. 지금은 게임회사에 취업하고 잘 나가고 있다. 아들의 고등학교 갈 시절에 게임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상식으로 상상을 할 수 없었다. 나의 학창시절에 게임하는 학생은 조금 문제아로 인식 되던 시절이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물질적인 풍요와 함께 '잘 노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 왔다. 이제는 단순히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넘어서 "노는 만큼 행복하고 성공한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노는 것 자체가 중요한 능력이 되었고 잘 놀 줄 아는 사람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노는 것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노는 것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점을 인식해야 한다.

잘 노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활동이다. 노는 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로 작용한다. 잘 놀 줄 아는 사람들은 더 창의적이고 더 유연하며 더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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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하고 노는 법을 모른다면 인생의 반을 잃은 것이다." - 조지 번즈  

"If you only work and don't know how to play, you've lost half your life."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떠난다." -토마스 풀러 

The fool wanders, a wise man travels.


"일은 인간을 건강하게 하지만 놀이야말로 행복하게 만든다." - 프리드리히 니체  

"Work keeps us healthy, but play makes us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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