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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산 Sep 22. 2024

서문

나의 유산 my legacy

아들이 말을 배우던 시절, 첫 호기심은 생일 케이크 위의 촛불이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촛불을 바라보던 아들에게 나는 뜨겁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아들은 고집을 부리며 꼭 만져보고 싶어 했다. 결국 나는 "그래, 한번 데어봐. 네가 아프지 내가 아프냐" 하며 그를 내버려 두었다. 예상대로 아들은 촛불의 뜨거움을 경험하고 크게 울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자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아들은 다시는 촛불에 가까이 가지 않게 됐다. 이렇듯 자식은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운다. 부모의 경고보다 몸으로 느낀 작은 아픔이 더 강력한 교훈이 되는 것이다.


자식이 자라면서 부모는 수없이 많은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산다. 자식에게 부모가 느끼는 불만은 모두 비슷하다. "자식이 내 말을 안 듣는다",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다" 등 이러한 한탄은 늘 따라다닌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역시 그 나이 때는 똑같지 않았던가. 우리도 부모님의 말을 잘 듣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하게 반항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나는 부모님이 나에게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으셨다는 점이 의아했다. 공부를 게을리하거나 거짓말을 했을 때도 그저 "다음에 잘하라"는 말씀만 하셨다.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나를 믿어주셨던 부모님은 내가 부모가 되고 나서야 그 깊은 신뢰와 사랑을 깨닫게 됐다. 아버지는 막내인 나보다 먼저 자식을 키운 경험이 있었고 그 경험으로 인해 자식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아셨던 것같다.


나 역시 청소년 시절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학교에서 꾸중을 듣고 부모님께 혼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러한 경험들은 잊혔고 이제 와서 자식에게 똑같은 실망을 느끼고 있다. 수천 년을 이어 온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본능이고 그로 인해 잔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98세 되신 어머니는 잔소리를 멈추지 않으셨다. 결혼할 손자에게 결혼 준비에 대한 조언을 하고 신부 측에 예의와 도리를 강조하신다. 손자는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지만 어머니는 진심을 다해 자식과 손자에게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싶어 하신다. 수메르 시대의 점토판에서도 젊은이들이 철이 없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을 만큼 세대 차이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은 수천 년 전에도 똑같이 존재했다. 그 점토판의 내용도 "철들어라, 인사를 잘해라, 공부해라" 등등, 세대 간의 차이에 대한 잔소리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존경하는 많은 위인들도 자식 문제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케네디, 헤밍웨이, 에디슨, 간디, 록펠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인물들조차 자식 문제로 고통받았다. 그런 이야기에 나도 위안을 좀 받는 것 같다.

부모로서 자식이 고통을 겪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통해 자식은 강해지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경험을 쌓는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수업을 듣는다 해도 직접 겪은 경험이 주는 지혜는 다르다. 부모는 자식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식이 듣기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나도 들었던 잔소리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록에 서게 된다. 그 선택의 순간들은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설렘으로 다가온다.  인생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고 그 경험은 때로는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그 고통은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부모의 잔소리도 그 과정의 일부다.  

이책의 부제로 [I told you] 라고 썼다.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글은 이미 많은 이들이 한 말일 것이다. 나도 여러번 이야기 한 내용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위한 진심 어린 글을 남기려고 한 것처럼 나도 남기고 싶었다. 이 책의 한페이지, 한문장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자식이 당장 그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인생이 다 그런 것처럼.



"고통 없이는 배움도 없다." - 벤자민 프랭클린
 "There is no learning without pain."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은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다." - 랄프 왈도 에머슨
 "The most important lessons in life must be experienced."


"아이들은 우리의 말보다 행동을 따라 한다."    — 제임스 볼드윈

"Children have never been very good at listening to their elders, but they have never failed to imitat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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