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모임에 나갔을 뿐인데 14

나이트크롤러

by 황인섭

언젠가부터 기자들은 혐오의 시선을 많이 받는 듯 보인다.

알 필요 없는 가십거리만 던져주는가 하면,

별 것 아닌 내용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바꿔 조회수를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기자의 평판을 악화시킬지언정 거짓을 말하지는 않는다.


영화 나이트크롤러는 주인공이 우연히 재난사고현장을 찍어 방송국에 보내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러다 점점 더 높은 수위의 영상을 찾아다니고 결국 본인이 의도한 대로 사건을 구성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알고 있는 사실을 숨기고 영상을 편집하여 보여주고 싶은 것 만을 보여준다.

본인이 원하는 서사로 해석되도록 사건 자체를 간접적으로 유도한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영상이 거짓일까 진실일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진실만을 전하고 있지만 거짓된 해석을 유도한다.

우리는 진실이 필요한 걸까 서사가 필요한 걸까


모임장과의 결말이 있은 후, 단체카톡방은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강사는 이틀정도 평소처럼 감사일기, 미디어디톡스를 올려달라는 공지를 하더니 사흘이 지나니 그마저 하지 않았다.

모임장은 나흘째 되던 날 사정이 생겨 앞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끝까지 발뺌하는 걸까.

며칠간, 내면의 평화가 찾아온 나는 끝까지 발뺌하는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동안의 쌓인 심증들은, 돌로 쌓은 성벽처럼 튼튼했다.


중간에 정체가 들통나도 끝까지 ‘단짝만은 아니다’라고 신천지인 모두가 변호해 준다는 증언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중간에 정체를 눈치채 강사에게 강하게 따졌더니 속여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단짝은 절대 신천지인이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중간에 신천지임을 눈치채 이단상담소로 가겠다고 했더니,

단짝이 정말이냐며 자기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하여 상담소 측에 연락을 했으나 이단상담소 측에서 단짝은 골수 신천지인이므로 절대 데려오지 말라고 거부했다고 한다.


이단상담소와 연락이 닿았다.

소재지의 담당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상담 중입니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에 상황을 요약한 장문의 문자와 함께 회신을 부탁했다.

회신은 다른 번호를 통해 대신 오게 됐다.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중증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직접 상담하지 않고 전도사 정도에게 사건을 이관한 듯 보였다.

본격적인 상담을 위한 과정이라며 몇 가지 개인정보 등을 물었는데 기분이 언짢았다.

나는 상황을 전화로 다시 설명하고 상담사는 신천지는 맞는 것 같다며 확실하게 하기 위해 방문 상담을 진행하자고 했다.


이단상담소는 주관 교회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운영되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교회 안에서 운영될 경우,

혹시나 벌어질 횡포에 교회 분위기가 어수선 해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회에 차를 세우고 잠시 헤매다 상담소 건물을 찾아 들어갔다.

상담사가 직접 나를 맞이했고 8번 상담실로 안내해 주며,

설문지를 작성하며 잠시 대기해 달라고 말하기에 대기하며 주위를 살폈다.

CCTV가 보인다.

그리고 안내문이 책상에 게시 돼 있었는데,

촬영 금지, 상담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태도 불량 시 상담 종료 등의 내용이었다.

신천지와 유사한 경고 내용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보안을 위하다 보니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디서 본듯한 문구들이 신천지에서 본 문구’라는 나의 생각이 이들의 평판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설문지에 내가 당한 내용과 간단한 인적정보를 작성하고 펜을 내려놓으니 10초 만에 상담사가 들어왔다.

아마도 CCTV로 지켜보며 동태를 살핀 듯하다.

나보다 더한 놈들이다.

무수한 사이비 신도들이 이단상담소의 정보를 빼가려고 이곳에 방문했을 것이 예상되는 상담과정이었다.


상담사와의 상담과정은 내가 원한 것은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내가 예상한 대로만 이루어졌다.

내가 알려준 주소가 신천지 위장센터가 맞는지 확인할 수 없었고,

신천지가 맞다 치고 모임장이 신천지 신도가 맞는지도 확정 지을 수 없었다.

그저 십중팔구정도는 신천지가 맞을 테니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해 상담을 더 진행해 보자는 식이었다.

주일예배도 가능한 참석을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곳도 결국 포교장소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과 동일했다.

다만 효율이 낮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1:1 상담을 최소 몇 달 이상 진행하고 각종 사이비종교와 적대해 가며 겨우 한 명을 포교한다는 점이 감동스러웠다.

(신천지도 그런가?)

‘추가 상담은 조금 고민해 보겠다’

는 사실상 거절과 다름없는 답변을 하고 상담을 마치고 나왔다.


추가 상담을 진행할지 말지를 두고 며칠간 고민했다.

나는 일전, 모임장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계속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래서 최소한 포교를 솔직히 밝힌 이들을 거절할 명분이 부족하다.

또한 무언가 매듭짓지 못 한 느낌의 아쉬움이 남는다.


톨스토이의 ‘고백록’을 비웃으며 읽었던 기억이 남는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작가 본인이 어떻게 신앙에 몸 담게 됐는지를 고해성사하는 글이다.


상담사에게 문자를 남겼다.

‘상담 더 진행해도 될까요?’

내가 톨스토이가 될지 버트런드 러셀이 될지 두고 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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