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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나 Jul 12. 2021

엄마 그냥 어른으로 바로 태어난 사람들도 있어?

아이는 옆에 서서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엄마와 상대방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엄마 다리를 붙잡고 뒤로 움츠러들었다. 아이는 좋지 않은 징조임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자신이 장난감을 잘 정리하지 않거나 숙제를 하지 않으면 지어지는 엄마의 뿔난 표정이었다. 그보다 몇 배는 찡그려진 듯했다.

엄마 다리 사이 쇼윈도 너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엄마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원치 않는 집중된 시선에 아이는 이 순간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자신이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엄마, 그냥 집에 가면 안돼?"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은 듯 엄마는 두 콧구멍에서 깊은 숨을 뿜어냈다. 위축된 아이의 목소리에 엄마는 쭈그려 앉아 아이에게 눈을 맞췄다. 아이는 자신을 보고 있는 엄마가 웃고 있지만 눈은 슬프게 쳐져 있음을 눈치챘다.

"우리 딴 데 갈까? 저기는 어른들만 들어갈 수 있는 데래. 다온이랑 친구들도 들어갈 수 있는 데를 찾아볼까?"

딴 데 가고 싶은 게 아닌데, 그냥 집에 가고 싶은데. 속마음을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근처의 가게들을 돌았지만 친구들이 있는 곳은 없었다. 엄마의 표정을 보니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할 것 같았다.


"아이도 1인 1음료 시키시면 앉으실 수 있어요"

아이는 아저씨가 우리를 도와주나 보다 했는데 엄마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되살아나지 않았다. 엄마도 힘든가 보다.

아이는 다리가 아픈 참에 집에 그냥 가자고 할 줄 알았던 엄마가 우리 딸기우유 한 잔씩만 마시고 갈까라고 묻자 그저 딸기우유를 마실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 엄마 저거 봐봐. 바다가 초록색이야. 무슨 색이지?"

카페 발코니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아이가 그동안 보았던 바다와는 달랐다. 바다는 파란색이라고만 배웠는데 파란색도 초록색도 아닌 바다가 있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엄마 저기에 고래도 살아?"

문어도? 거북이도? 상어도?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동물들을 말할 기세였다. 처음 보는 바닷속에 살고 있을 동물들을 상상하곤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듯 동동 흥분의 발재간을 만들었다. 그런가라고 맞장구쳐주는 엄마는 자꾸 가재 눈을 하며 이쪽저쪽을 살폈다. 이 모든 상황들이 재미난 듯 아이의 기분은 점점 더 올라갔다.

"다온아, 돌아다니지 말고 와서 앉아있어. 금방 딸기우유 나올 거야"

엄마가 자신을 불렀다. 저건 내가 똥 마려울 때 짓던 표정인데. 아이는 왜 앉아만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던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아이는 시선을 내렸다. 그러다 다시 마주친 눈에 여자가 미소를 지어주자 아이는 금세 긴장을 풀었다.

"와서 앉으면 빠방 보여줄게"라며 엄마가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엄마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세팅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틀었다. 아이가 동영상에 정신이 팔린 틈에 엄마는 나온 음료를 가져와 앉았다.


"딸기우유 나왔어. 이것만 다 마시고 가자"

"왜?" 아이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여긴 다온이 친구들이 없잖아. 친구들 많은 데 가서 놀아야지"

"왜? 여기는 어른들만 있는 마을이야?"

엄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온이도 다 크면 여기 올까?" 대답 없는 엄마에게 아이가 재차 물었다.


"아니, 다온이는 크면 어린이였던 사람들이 있는 데 가야지"



 

아이가 문을 밀자 NO KIDS ZONE이라는 노란색 팻말이 흔들렸다. 이해할 수 없는 문구였지만 어린이집 색깔이라 아이는 맘에 들었다. 아이가 엄마와 집에 가는 택시에 올랐다. 백미러 너머로 엄마와 아이를 건너 보곤 택시 기사가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칭찬인 것 같았다.


"애 유아원 안 다녀요? 잘하고 있네. 요즘 엄마들은 집에서 놀면서도 애들을 보내더라고" 라며 자식들의 근황 아닌 자랑을 덧붙였다.

"우리 애들은 사교육 하나 안 시키고 전교 1등들을 해내고 지금은 의대에 갔어. 집사람이 어디 보내려는 거 내가 못 보내게 했지. 그게 신의 한 수였어. 애 어디 보내지 마요"


엄마는 그 순간부터 택시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 몸에 붙은 센서마냥 기분을 알아채곤 엄마의 겨드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한밤 중 엄마와 나란히 이불을 덮고 누운 아이가 하늘은 왜 파란색이냐고 묻던 얼굴로 물었다.

"엄마 그냥 어른으로 바로 태어난 사람들도 있어?"

"한번 경험했다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엄마는 또 이상한 말만 하네. 엄마는 아이가 알 수 없는 말만 했다. 아이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면 엄마는 어떻게 되는거지? 아이는 자신이 어른이 되면 엄마를 잃을까 두려워졌다.

"엄마 내가 어른이 되도 엄마는 영원히 내 엄마야? 어른이면서 영원히 어린이일 수도 있어?"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빠져 찾을 수 없는 답을 찾다 잠이 들었다.



아이들의 말을 상상으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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